I. 문제 제기
2018년 말 해운대 미포 5거리에서 명문대학을 다니던 윤창호라는 청년이 만취운전자의 BMW차량에 치여 혼수상태 끝에 끝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후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윤창호의 부모님들은 가해자 부모들의 무성의에 분노하며, 국내에서 ‘합의’라는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비공식적인 제도를 통해서 피해를 자력으로 구제해야 하는 현실에 좌절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음주운전 피해자들은 다른 범죄피해자들과 유사하게 자신들의 범죄피해를 적절히 배상받지 못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가난하며, 이들이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금전적으로 충분히 배상하지 못할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권리와 배상이 가해자 처벌 및 처우에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는 미국과 같은 사회가 아니라면 한국의 피해자들은 보통 그냥 억울해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범죄와는 달리 음주운전은 일단 차를 소유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범죄이기 때문에 가해자가 덜 가난하거나, 심지어 부유한 경우도 많다는 점에서 성격이 좀 다르다. 이 점은 국가의 처벌을 통해서 피해자가 충분히 배상을 받도록 유도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가해자나 가해자의 부모들이 피해자의 배상에 적극적이지 않거나, 중형이 예상되어 합의를 해도 큰 효과가 없어 보이는 경우에는 피해자에 대한 배상에도 결국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가가 아무리 많은 벌금을 선고하더라도, 벌금수입은 국고로 귀속되기 때문에 피해자의 구제에는 한계가 있고, 정부가 운영하는 범죄피해자구조기금은 사망피해자의 사망 당시 월수입의 최대 48개월분을 지급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의 죽음은 대중의 분노를 살 수밖에 없었고, 윤창호의 유족들은 다른 피해자의 가족과는 달리 윤창호의 똑똑한 친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웠다. 윤창호의 친구들은 우리 사회에서 음주운전사고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점을 알고, “윤창호와 그의 친구들”이라는 모임을 결성하고,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기준을 높이고 가해자에게 보다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이런 움직임은, 한국사회에서 범죄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심지어는 숨어 살아야 했던 과거를 생각할 때, 큰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시민운동을 통해 입법에 참여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당시 “윤창호와 그의 친구들”의 활동은 풀뿌리 시민운동의 한 모범적인 사례로 남을 듯하다. 이런 피해자운동의 결과, 윤창호법은 거의 반대가 없이 너무나 쉽게 입법이 되었다. 사흘 만에 청와대 청원게시판에서 20만 명의 동의를 얻은 피해자와 국민들의 분노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저항하기는 어려웠고, 이들은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당장 자신의 표를 지키기에 바빴다. 결과적으로 하태경 의원이 주도적으로 발의한 윤창호법에 반대한 의원은 단 1명에 불과하였다.
윤창호법은 두 번의 입법을 통해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제1윤창호법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개정을 통해 형량을 대폭 강화하였고, 이것은 이론적으로 처벌의 엄격성의 증가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제2윤창호법은 도로교통법의 개정을 통해, 형량의 강화와 함께 음주측정 불응시 처벌강화와 혈중알코올농도기준을 강화함으로써 처벌의 확실성도 획기적으로 증가시켰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 분노에 힘입은 졸속입법 과정에서, 음주운전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고 단속을 용이하게 하는 입법이 과연 음주운전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려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 연구는 제1윤창호법과 제2윤창호법의 시행을 전후하여 나타난 교통사고 사망자수의 변화를 통해 이러한 입법이 음주운전을 감소시켰는지를 살펴본다.
Ⅱ. 이론적 배경
범죄학이론은 크게 실증주의이론과 고전주의이론으로 나눌 수 있다. 실증주의 이론(positivistic theory)은, 인간의 행동이 주변의 다양한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아 범죄를 할 수밖에 없는 수동적인 인간상을 갖는다. 반면 고전주의 이론(classical theory)은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으며, 다양한 상황에서 인간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동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 따라서 실증주의 이론은 비행청소년이나 범죄자가 비행친구나 비행에 대한 학습, 하위문화, 성공기회의 결핍, 스트레스 등에 의해 비행이나 범죄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고전주의 이론은 범죄자들이 항상 범죄로 지향되어 있지만, 국가기관에 의한 처벌이나 사회와 맺고 있는 유대가 이러한 행동을 못하게 막는다고 설명한다.
고전주의 이론 중에서도 오랜 역사를 가진 억제이론(deterrence theory)은 베까리아(C. Beccaria)의 논의에서 시작하여, 1960년대 짐링(Zimring & Hawkin, 1973)이나 깁스(Gibb, 1975)와 같은 범죄학자들에 의해 체계화되었다. 이탈리아의 계몽사상가였던 베까리아는 벤덤 등과 함께 당시 지나치게 잔인했던 형벌이 과연 범죄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그 과정에서 그는 처벌이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차원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첫째, 처벌의 엄격성(severity)으로, 이것은 처벌이 엄격할수록 범죄는 억제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음주운전에 대해 1년의 형량을 2년으로 늘인다면 범죄는 줄어들 것이다. 또한 보호관찰형 대신 구금형으로 선고한다면 범죄는 줄어들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형량의 강화는 범죄를 줄인다는 것이다.
둘째, 처벌의 확실성(certainty)으로, 이것은 처벌이 확실할수록 범죄는 억제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범죄를 했을 때 잡혀서 처벌받을 가능성이 클수록 범죄는 억제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에 대해 무작위음주측정(random breath test, RBT)을 강화한다면 음주운전은 줄어들 것이다.
셋째, 처벌의 신속성(celerity)으로, 이것은 처벌이 신속할수록 범죄는 억제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발각된 음주운전자에 대해 신속히 법을 집행하여 처벌을 받게 할수록 음주운전은 줄어들 것이다.
1960년대 이후 음주운전의 억제효과에 대한 연구들은 크게 다음의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첫째, 교통사고사망자수가 음주운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데서 착안하여, 공식통계를 이용하여 시계열적으로 음주운전 처벌법의 강화 효과를 살펴보는 연구들이 있다(Ross, 1973; Ross, 1975; Hilton, 1984; Homel, 1988; 권오인, 1995; 최인섭·박철현, 1996). 이런 연구들의 공통적인 결론은 처벌이나 단속의 일시적인 강화는 대체로 단기간의 효과에 그친다는 것이다.
둘째, 공식기록을 이용한 연구인데, 예를 들어 샤피로와 보테이(Shapiro & Votey, 1984)는 1976년에서 1979년까지의 4년 동안 스웨덴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해 경찰에 입건된 모든 사람들에 대한 데이타를 통해, 처벌의 효과가 있는지를 밝히려고 하였다. 그들에 따르면 26세에서 55세 사이의 중간연령의 사람들이 음주운전으로 입건될 가능성이 많았으며, 이전에 음주운전으로 인한 입건경험이 있거나 많은 경우 음주운전으로 입건될 가능성은 낮았고, 1인당 순찰시간이 많을수록 입건될 가능성은 높았고, 면허취소처분을 받은 경우 3달 후에 지체된(lagged)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 벌금이나 구금형의 유의미한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약하면, 음주운전으로 인한 입건의 경험은 그 사람이 음주운전을 할 가능성을 낮추고, 또한 입건될 가능성에 대한 지각과 그로 인한 불편함을 증가시켜 음주운전을 줄이게 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정철우(2013)는 공식기록을 통해 음주운전으로 처벌 후 재범을 한 음주운전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법을 잘 지키고 산 기간을 종속변수로 형사처벌과 행정처분감경의 효과를 연구하였다. 그에 따르면, 형사처분만을 받은 음주운전자에 비해서 경찰로부터 행정처분을 감경받은 음주운전자들은 더 오랜 기간 동안 법을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사연구로서 정철우와 정진성(2012)은 경찰기록을 통해 벌금형만 받은 음주운전자들에 비해서 구금형을 받은 음주운전자들이 훨씬 더 오래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셋째, 설문조사나 도로변에서의 조사를 이용하여 처벌의 억제효과를 살펴보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이들은 경찰의 도움을 받아 도로변에서 무작위로 차를 세우고 음주감지기(passive alcohol sensor)1) 를 이용하여 음주운전자 여부를 판단하고, 이것을 지역별로 다른 벌금형량이나 면허취소의 기간, 구금형 비율 등과 관련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반면, 아예 자기보고식 설문조사를 이용하여 지각된 처벌의 엄격성 및 확실성을 측정하고, 자기보고된 음주운전 빈도와 관련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도로변에서의 조사(roadside traffic survey)를 이용한 연구로서 로스와 보아스의 연구(Ross & Voas, 1990)가 있다. 그들은 미국의 뉴필라델리아와 캠브릿지의 음주운전 처벌강도의 차이에 착안하여 이 두 도시를 비교연구하였다. 이를 위해 그들은 경찰의 협조를 얻어 두 도시에서 동시에 도로변 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대상자는 두 도시의 거주자에 한정되었으며, 절차는 우선 연구자가 무작위적으로 차량을 선택하면 경찰이 차량을 세우고, 면접조사원이 그 도시의 거주자인지를 확인한 다음 간단한 조사표에 의해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또한 모든 피조사자는 음주감지기를 이용하여 혈중알코올농도(BAC)가 측정된다. 분석결과, 두 도시의 주민들이 느끼는 체포될 위험이나 벌금경험과 양, 면허취소의 경험과 기간, 구금형의 경험과 기간 등 모든 면에서 뉴필라델피아의 처벌이 강했으나, 그들의 혈중알코올농도의 분포는 두 도시간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뉴필라델피아의 강한 처벌은 음주운전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호멜(Homel, 1988)은 패널스타디에 의해 음주운전을 억제이론으로 설명하려고 하였다. 그는 무작위음주측정을 하기 시작한지 10주 후에 18세 이상의 시드니에 사는 314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하였는데, 이 중 면허가 있는 운전자는 255명이었다. 이후 또 6주 후에 두번째의 조사를 시행하였다. 그의 관심은 특히 무작위음주측정의 효과에 있었는데, 분석결과 호흡측정을 경험한 친구의 수가 특히 지각된 확실성에 대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지각된 확실성의 증가는 그들의 음주운전을 줄이게 했고, 따라서 확실성은 음주운전에 유의미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고 결론내렸다. 또한 음주운전으로 인한 유죄판결의 경험은 음주운전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처벌의 엄격성의 경우 처벌의 확실성이 존재하는 경우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설문조사를 이용한 전영실과 정진성의 연구(2010)는 음주운전에 대해 지각된 처벌의 확실성이나 법지식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반면에, 주변 사람들과의 사회유대가 음주운전을 막는 요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같은 자료를 분석한 기광도의 연구(2010)는 주변과의 사회유대와 함께 공식적인 억제요인 또한 약간의 억제효과가 있음을 밝혀내었다. 그리고 전영실의 유사연구(전영실, 2004)는 이러한 사회유대보다는 처벌의 엄격성, 확실성, 신속성으로 측정한 공식적 통제가 음주운전을 억제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음주운전에 대한 국내외 연구들은 연구방법에 따라서 다양한 결과를 보여주지만, 그 중에서도 공식적인 처벌의 효과에 대해서는 더욱 다양한 효과를 보고한다.
윤창호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가해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제1윤창호법)이고, 다른 하나는 음주운전의 단속기준을 강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다. 후자는 속칭 제2윤창호법으로 불리는 데, 이 두 가지 개정법률을 통틀어 윤창호법이라고 한다.
먼저 2018년 12월 18일 시행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한 자의 법정형을 치상의 경우 현행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치사의 경우 현행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상향조정하였다. 결과적으로 음주운전으로 상해를 입힌 경우 최소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사망사고를 낸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으로 형량을 상향시켰다. 이 제1윤창호법은 처벌의 엄격성 측면을 강화하는 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2019년 6월 25일 시행된 제2윤창호법은 크게 세 가지의 개정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 술에 취한 상태의 혈중알코올농도의 기준을 기존 0.05%에서 0.03%로 강화하였는데, 이것은 음주운전자의 발각과 체포를 용이하게 하여 처벌의 확실성을 강화하였다.
둘째, 음주운전과 관련된 면허취득 등의 결격기간을 연장하고, 기존 3회 음주운전에 운전면허를 취소하던 것을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경우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하였다. 이것은 음주운전자의 불편함을 증가시키는 처벌의 엄격성의 강화라고 해석할 수 있다.
셋째, 음주운전의 벌칙 수준을 다음과 같이 상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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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이상 음주운전(측정불응을 포함한다)을 한 사람에 대해서는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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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불응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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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을 한 사람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2퍼센트 이상인 경우에는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혈중알코올농도가 0.08퍼센트 이상 0.2퍼센트 미만인 경우에는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혈중알코올농도가 0.03퍼센트 이상 0.08퍼센트 미만인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함.
이러한 <도로교통법> 개정조항은 기존의 것과는 혁명적인 변화를 담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을 강화하고, 음주운전자에 대해 더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처벌의 엄격성 강화 및 체포불응자에 대한 처벌을 신설하여 처벌의 확실성 또한 강화시킨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Ⅲ. 자료 및 분석방법
음주운전의 빈도를 측정하기 위해 이용가능한 자료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범죄통계상의 음주운전 건수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음주운전과 같이 범죄의 암수(dark figure)2) 가 많은 범죄는 경찰이 단속을 많이 할수록 그 건수가 증가하는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통계상의 음주운전 건수는 실제 음주운전 빈도를 나타내기보다는 경찰활동의 빈도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음주운전 빈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식통계를 통해 음주운전을 연구할 때 많이 사용하는 지표는 교통사고 사망자수나 차량단독사고 건수, 심야시간대 교통사고 건수 등이 사용된다. 이 중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표는 교통사고 사망자수이므로, 이 연구에서도 이 지표를 사용한다.
음주운전을 공식통계를 통해 연구할 때 주로 사용하는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국내외의 여러 연구들(Ross, 1973; Ross, 1975; Hilton, 1984; Homel, 1988; 권오인, 1995; 최인섭·박철현, 1996)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지표로서, 음주운전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이용한다. 보통 사망에 이르는 교통사고는 주의력이 정상적일 때는 잘 발생하지 않고, 알코올이나 졸음으로 인해 주의력이 크게 저하되었을 때 발생한다. 따라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00% 음주운전을 나타내지는 않으나, 이것의 상당 부분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것이다. 이 연구에서 사용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 자료는 경찰이 집계한 총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의미하며, 해당 데이터는 통계청 시스템(KOSIS)에서 수집하였다.
그런데 음주운전이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법의 강화 외에도 다른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으므로 이들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일종의 유사실험설계(quasi-experimental design)를 통하여 이들을 통제하기로 하였다. 일반적으로 범죄발생건수나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계절적인 요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예를 들어 기온이 높은 여름철의 경우 외부활동이 많아지고, 거리에서 발생하는 범죄들이 많아지게 된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제1윤창호법과 제2윤창호법의 시행을 전후한 각 3개월과 각 6개월을 실험집단의 변화로 설정하고, 비교집단으로 1년 전의 같은 기간의 각 3개월과 각 6개월의 변화로 설정하였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 주목하는 변화는 1년 전 같은 기간의 변화에 비해서, 두 윤창호법의 시행을 전후하여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얼마나 감소했는지이다.
윤창호법의 시행 전후 실험/통제집단 간 음주운전 피해 발생 효과를 비교분석하기 위한 방법으로 상대적 효과 크기(RES: Relative Effect Size)를 이용하였다. 상대적 효과 크기는 통계학에서 흔히 승산비로 불리는 것으로 2×2 교차표에서 실험집단 대비 비교집단에서 관심 사건(교통사고 사망자 수)의 빈도가 얼마나 증가하였는가를 나타내는 것으로, 역수로 취함으로써 비교집단 대비 실험집단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의 감소 정도를 알 수 있다. 만약 이 RES의 역수가 1이라면, 통제집단에 비해서 실험집단에서 교통사고 사망자 수의 증감이 없는 것을 의미하며, 만약 이것이 1보다 작을 때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감소한 것을, 그리고 1보다 클 때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증가한 것을 나타낸다.
이것은 보통 2×2 교차표에서, 다음의 식을 통해 구할 수 있다(Welsh & Farrington, 2004; Farrington et al., 2007 참조).
<표 1>에서 나타나듯이 a는 윤창호법 시행 전의 교통사고 사망자수이며, b는 윤창호법 시행 후의 교통사고 사망자수이다. c는 윤창호법 시행 1년 전 시점의 이전 같은 기간 교통사고 사망자수이며, d는 윤창호법 시행 1년 전 시점의 이후 같은 기간 교통사고 사망자수이다.
패링턴과 그의 동료들에 따르면, 지난 30여 년 간의 범죄경력에 대한 연구결과, 어떤 제한된 시점까지의 범죄발생의 분포는 포아송 과정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런데 통계학에서 일반적으로 제한된 기간 내에 발생하는 사건의 분포는 포아송 분포를 하게 되므로, 교통사고 사망자수도 역시 같은 분포를 취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여기서 계산된 RES는 표준정규분포를 하게 되므로, Z-검정을 이용하여 쉽게 통계적 유의도를 검정할 수 있다(Farrington et al., 2007 부록 참조).
Ⅳ. 분석 결과
윤창호법이 교통사고 사망자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최근 발생한 코로나 펜데믹의 영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이 그래프는 윤창호군이 사망한 시점, 제1윤창호법 및 제2윤창호법이 시행된 시점, 교통사고 사망자수의 추이, 그리고 코로나 확진자수의 추이를 보여준다. 이 그래프에 따르면, 윤창호군이 음주 운전자에 의해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건 후, 현저하게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줄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제1윤창호법이 시행된 후에도 급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증가하였고, 이후에 제2윤창호법이 시행된 때도 잠깐 줄어들었다가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진한 실선으로 표시된 코로나 확진자수 추이를 살펴보면, 연구 대상이 된 시기인 제1윤창호법과 제2윤창호법의 시행을 전후한 각 6개월이 코로나 펜데믹과 다행히 겹치지 않아 코로나의 영향은 배제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그림 1>).
<표 2>는 두 윤창호법이 시행된 각 3개월을 전후한 기간의 교통사고 사망자수의 변화를 비교집단인 1년 전 동기간에 비교하여 살펴본 것이다. 먼저 제1윤창호법의 시행을 전후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년 전 동기간과 비교할 때 52%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제2윤창호법에도 유사하게 나타나는데, 제2윤창호법의 시행을 전후한 각 3개월 동안 전년 동기간과 비교하여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61%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 | 3개월 기준 | 전 | 후 | RES | 1/R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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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윤창호법 | 교통사고 사망자 수 | 739 | 751 | 2.08*** | 0.48 |
교통사고 사망자수 (전년동기) | 420 | 889 | |||
제2윤창호법 | 교통사고 사망자 수 | 595 | 781 | 2.56*** | 0.39 |
교통사고 사망자 수 (전년동기) | 303 | 1,020 |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전후 각 6개월의 기간을 설명한 <표 3>에서는 상이하게 나타난다. 이 기간 동안 제1윤창호법의 시행 후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전년 동기간에 비해 오히려 4% 증가하였고, 제2윤창호법의 시행 후에는 전년 동기간에 비해 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 두 미미한 변화들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기간 | 6개월 기준 | 전 | 후 | RES | 1/RES |
---|---|---|---|---|---|
제1윤창호법 | 교통사고 사망자 수 | 2,014 | 1,621 | 0.96NS | 1.04 |
교통사고 사망자 수 (전년동기) | 2,283 | 1,767 | |||
제2윤창호법 | 교통사고 사망자 수 | 1,621 | 1,728 | 1.07NS | 0.94 |
교통사고 사망자 수 (전년동기) | 1,761 | 2,014 |
이상의 분석결과를 살펴볼 때, 처벌의 엄격성과 확실성을 강화한 윤창호법의 효과는 단기적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였지만, 장기적으로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Ⅴ. 결론 및 논의
지금까지의 분석결과를 토대로 할 때, 2번에 걸쳐 처벌의 엄격성과 확실성을 강화한 윤창호법은 단기적으로 음주운전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장기적으로는 음주운전을 감소시키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이 결과는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이 단기간의 효과에 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윤창호법은 짧은 시간에 심도있는 논의가 없이 여론에 떠밀려 입법한 까닭에 여러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우선 윤창호법의 가장 큰 문제는 기존에 행해져왔던 처벌만능주의와 그 결과로 나타나는 처벌강화의 경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장기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 기존의 경험적인 연구결과와 이 연구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단기적인 효과만을 가질 뿐이다. 이런 단기적인 효과를 장기적인 효과로 바꾸려면 주기적으로 처벌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음주운전자에 대해 사형을 선고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번에 나온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의 강화도 이전에 이미 꾸준히 강화해 온 것들이다. 이것이 효과가 높다면 계속 벌칙수준을 강화할 이유가 있겠는가?
해외의 많은 연구들은 음주운전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이런 처벌의 엄격성을 강화하는 것보다는 처벌의 확실성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한다. 처벌의 확실성은(이 연구에서 분석하지는 못한) 무작위음주측정(random breath test, RBT)을 통해서 보통 가능하다. 이런 길을 막아놓고 하는 무작위음주측정은 모든 운전자를 범죄자로 의심하고 행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여 미국에서는 금지되어 있다. 이런 RBT를 시행하는 호주에서의 연구 결과는 이것이 음주운전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런 RBT를 제법 강하게 시행하고 있고, 지속적인 단속은 어느 정도의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처벌의 엄격성을 강화하는 것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대부분의 범죄자는 자신이 발각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제2윤창호법은 음주운전의 정의를 혈중알코올농도(BAC) 0.05%에서 0.03%로 강화하였고, 이것은 처벌의 확실성을 강화하는 조치이다. 그런데 이러한 0.03%라는 기준이 과연 음주운전을 정의하는 보편적인 기준인지에 대해서 큰 의문이 있다. 과학적으로 0.03% 정도의 혈중알코올농도에서 운전능력이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하지만, 반대로 운전능력이 크게 저하되지 않으며 오히려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보르켄스타인과 그의 동료들의 고전적인 연구(Borkenstein et al., 1964)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 0.04%까지는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과 별 차이가 없으며, 0.05% 정도부터 사고의 위험이 조금씩 증가한다. 최근 들어 그 이하의 수준에서도 운전능력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것이 사고의 위험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도 의문이며, 개인특성에 따라서 차이를 나타내며, 또한 연구 결과에 대한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합의가 존재한다면 0.05% 정도의 수준에서는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통사고를 낼 위험이 높아지며, 그 이하의 혈중알코올농도에서는 청소년만이 위험하다는 정도이다.
따라서 많은 선진국가들은 청소년들이나 초보운전자에 대해서는 혈중알코올농도를 더 강화해 놓고 있으며, 성인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국가들이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규제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미성년자는 운전면허를 발급하지 않으니 이것은 논외로 할 수 있다. <표 4>에 따르면, 조금의 알코올도 허용하지 않는 주로 회교권 국가들도 많지만, 0.02%나 0.03%는 세계적으로도 별로 없음을 알 수 있다. 반대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0.05%를 음주운전의 규제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선진국들 중에는 0.08% 기준을 가진 나라들도 다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0.03% 미만을 규제기준으로 가진 나라들은 권위주의적인 정부를 가진 나라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과연 우리나라가 보편적인 음주운전 기준을 세웠는지에 대해 큰 의문이 남는다.
이러한 혈중알코올농도에 대한 논쟁은 과학적 의미를 넘어서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기준을 통해 범죄자를 가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로 알고 있는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 이런 근거 없는 기준을 통해서 무너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혈중알코올농도 0.03%의 기준은 충분히 잘 운전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 안전한 운전능력이 없다고 낙인을 찍고, 국가가 범죄자를 양산할 수 있는 과잉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소량의 음주를 하고 충분히 안전하게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규제하는 것은, 국가가 개인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기적인 효과도 없어 보인다.
셋째, 이번 윤창호법이 실제로 음주운전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음주운전자는 상습음주운전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벌금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큰 음주운전사고는 주로 이들과 관련된다. 윤창호법이 여기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삼진아웃이 아닌 이진아웃으로 면허취소의 기준을 강화한 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들 상습 음주운전자들은 면허취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들은 대부분 취소기간에 무면허운전을 하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동생의 면허증을 빌려다니거나, 아니면 심지어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뺑소니운전을 하다가 더 큰 사고를 유발한다.
이런 많은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과연 음주운전자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고 발각을 쉽게 만드는 입법을 반복적으로 할 필요가 있는지 매우 의문스럽다. 우리는 이미 1990년에 숙대 앞 터널에서 많은 사상자를 낸 충격적인 음주운전사고로 인해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적이 있다. 이 조치에 대한 연구결과들 또한 이것이 단기적인 효과에 그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쉬운 해결책 이상의 다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는 엄격한 실험설계를 채택하지 못했기 때문에, 연구 결과에 제3의 변수가 작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으며, 음주운전을 나타내는 척도로 근사척도인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사용함으로써 측정오차가 있을 수 있다. 향후에는 이런 한계를 극복한 많은 연구들이 산출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