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는 말
세계화 시대에 기술과 인터넷 그리고 정보의 발달은 스마트폰이라는 최첨단 휴대용 PC를 만들어냈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머니 안에 휴대용 PC를 가지고 다니는 시대가 도래한 지도 몇 년이 되었다. 4G를 뛰어넘어, 5G 시대에 도래한 대한민국은 하루에도 상당한 분량의 데이터가 인터넷에 올라오고 공유된다. 이러한 기술의 발달은 전 세계를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이하 SNS)로 하나가 되게 해주었고, SNS의 대중화를 일으켰다. 그중 2010년 10월 런칭한 ‘인스타그램(Instagram)’은 점차 시장점유율을 확보해 기존에 국내 1위 SNS 앱이었던 페이스북을 뛰어넘고 1위가 되었다(DMCREPORT, 2022).
특히, 지금의 20대∼30대인 MZ세대 내에서 인스타그램 점유율은 월등히 높으며(이윤서·이지현, 2020), 인스타그램을 통해 패션, 뷰티, 여행, 운동, 맛집 등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자신의 일상을 올리며 온·오프라인 지인들과 소통한다. 또한, 최근 짧은 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인스타그램 릴스’의 등장으로 사진 위주의 SNS이던 인스타그램의 한계점을 보완해주며, 입지를 굳히고 있다. 김화동(2020)에 따르면 현재 많은 소셜미디어 서비스들이 코로나19 속 비대면 시대를 맞아 늘어나고 있고, 특히 인스타그램 이용이 다른 미디어들보다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인스타그램의 국내 영향력이 증가함과 동시에 많은 팔로워(follower)를 보유한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영향력도 함께 커졌다. 신은정, 이지윤, 이소영, 김수연 그리고 고애란(2019)의 연구에 따르면 인플루언서는 온라인, 모바일, 오프라인에서 연예인에 버금가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단순히 팔로워만을 많이 보유한 것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을 통해 협찬 광고, 리뷰 이벤트, 모델, 공구(공동구매)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수익을 창출하거나 무료로 제품이나 음식을 받는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연예인이나 공인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인플루언서들은 별도의 직업이 있는 일반인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인스타그램 내에서 수익을 창출하며 영향력 있는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아직 내려져 있지 않다. 디지털 기술과 시대 흐름의 변화와 발전 속도에 비해 우리 사회는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노동에 관한 연구나, 인플루언서 마케팅, 인플루언서 광고 혹은 이미지와 관련된 연구는 많이 있는 반면에 이들의 인스타그램 내에서 직접적인 활동이 무엇인지, 예를 들어 이들의 활동이 ‘놀이인가? 노동인가?’에 대한 정의나 연구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문제제기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와의 일대일 심층 인터뷰를 통해 얻은 응답을 분석하여 이들의 활동을 명확히 구분하여 정의하고자 한다. 특히 인플루언서로서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것을 이들 스스로 놀이라 인식하는지 노동이라 인식하는지에 집중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향후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활동의 성격을 분석하고, 관련 연구 내용을 더욱 확장하여 추후 본 연구와 관련된 연구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또한, 인스타그램을 넘어 페이스북, 틱톡,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밴드, 트위터와 같은 다양한 SNS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연구에도 보탬이 되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
인터넷과 통신기술의 발달은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연결될 수 있게 만들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상황으로 인해 비대면 시대가 되며, 더욱 우리는 온라인으로 연결되었고, 이제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쇼핑, 연락, 업무, 취미활동, 예매, 공부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활동은 SNS라는 플랫폼에 의해 더욱 강화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혹은 남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SNS를 사용하게 되었고, 이러한 사람들의 관심은 인플루언서라는 특정 집단을 형성하게 되었다(정지현·이기성, 2020). 그리고 이들의 영향력은 사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강환국과 조이스(2017)에 따르면 인플루언서의 91.9%가 인스타그램이 활동하기에 최고의 플랫폼이라 이야기하며, 인스타그램의 사회적 영향력을 말해주었다.
또한,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 시장이 확대되고(이성준, 2021), 인스타그램 내에서 공동구매가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빈도와 규모가 증가하며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이 증가하고 있다(최원식·김영중, 2021). 게다가 2019년 이후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플렉스(Flex) 문화가 대학생들의 일상과 소비문화에 녹아들며(이정기·황우념, 2021), 인플루언서의 영향력과 파급력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미국에서는 기업의 71%가 넘는 비율이 마케팅을 위해 인스타그램 계정을 이용하고 있으며(이병관 외, 2020), 인풀루언서 중 79%가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소셜미디어 수단으로 인스타그램을 선정했다(OMNICORE, 2022).
마리케 데비르만, 베롤린 코베르헤 그리고 리스롯 허더즈(Marijke De Veirman, Veroline Cauberghe & Liselot Hudders, 2017)에 따르면 팔로워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인스타그램 내에서 사람들에게 큰 호감을 주며, 더욱 인기 있는 인플루언서로 간주된다. 즉, 자신을 팔로워 하는 수는 결국 호감도와 인기를 나타내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내에서 인플루언서는 규모와 영향력에 따라 나노(Nano), 마이크로(Micro), 메크로(Mecro), 메가(Mega)로 나눌 수 있다(모비인사이드, 2018). 여기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는 팔로워 1,000명 이상 10,000명 미만을 보유하며 타인에게 영향력이 큰 개인을 말한다. 따라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는 나노 인플루언서보다는 높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메크로와 메가 인플루언서보다는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수십만의 팔로워를 보유하여 셀럽(celebrity)이거나, 유명인 혹은 전문직종에 종사 중인 메크로·메가 인플루언서와 달리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는 비교적 소통이 쉬워 팔로워들이 쉽게 친밀감을 느껴 팔로워들의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그래서 메크로·메가 인플루언서에 비해 광고비가 저렴하고, 마케팅 효과가 높은 편이라 말할 수 있다(정지현·이기성, 2020).
이와 같은 이유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는 마케팅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으며, 팔로워들의 충성도가 높다는 장점과 특징으로 인해 타깃 광고를 많이 의뢰하기도 한다. 이러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는 1,000명 이상의 팔로워만 보유하면 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중 일반인과 유명인의 사이에 위치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라는 집단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하여, 이들의 인스타그램 활동은 이들에게 놀이로 인식되는지 노동으로 인식되는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노동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을 해결하는 생산 활동이며, 자본주의에서는 노동을 사고 팔며 시장이 형성되었다(조대엽·이종선, 2021). 이러한 노동은 어떤 형태로 지속되는가에 따라, 무엇을 생산하는가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다. 또한 이러한 노동의 정의하는 학자마다 의견도 다양하며, 노동과 관련된 연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 중에서 플랫폼 속에서 행해지는 디지털 무임 노동과 창의 노동에 집중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보고자 하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은 인스타그램 이용자임과 동시에 게시물과 스토리를 통해 가치 혹은 수익을 만들고자 하는 집단이다. 이들의 일부는 게시물(피드) 혹은 스토리를 올리는 것을 통해 약간의 보수를 받으며 일상생활을 이어 나가고, 또 일부는 미래에 있음 직한 불확실한 대가를 기대하며 무임 노동(free labor)을 지속하고 있다. 플랫폼과 디지털상에서 이용자들은 자유라는 개념 아래에 가려져 그들의 참여가 노동으로 바뀌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무임 노동에 대한 논의는 사용자 참여 중심의 웹2.0 시대가 도래한 이후 여러 학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Terranova, 2000; Scholz, 2012; Fuchs, 2014). 이들은 노동에 대한 대가 없음과 상품화하는 디지털 자본주의에 관해 이야기하며 비판한다.
이러한 무임 노동과정은 플랫폼 기업들의 등장으로 더욱 심화되었다. 이광석(2017)에 따르면 플랫폼 때문에, 현대인은 노동과 일상의 구분이 되지 않으며, 플랫폼 경제가 일상생활의 고유한 경제영역을 무너뜨렸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김영선(2017)은 디지털의 발전은 우리 삶에 편의를 가져다주기도 했지만, 노동시간의 연장, SNS 감옥과 같은 현상을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즉, SNS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말은 역으로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일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플랫폼 기업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무임 노동 외에도 플랫폼 이용자들의 활동에 관해 ’창의 노동’, ‘비물질 노동’, ‘사회적 공장’과 같은 다양한 수식어들이 붙어있다(김영욱, 2018). 특히 여기서 창의 노동은 헤스몬달프와 베이커(Hesmondhalgh & Baker, 2011/2016)에 따르면 “문화 산업 속에서 존재하는 창의적인 노동”(16쪽)이다. 인스타그램 내에서 인플루언서들 또한 사진을 편집하여 게시물을 올리고, 글을 쓰고, 댓글을 남기고, 해시태그를 입력하고, 짧은 영상을 올리기 때문에 이들의 활동도 일종의 창의 노동이라 말할 수 있다.
창의 노동은 단면만을 보았을 때는, 노동자가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노동에 대한 전형적인 이미지의 파격적인 전환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창의 노동을 하는 노동자의 대다수는 미래가 불안정하고 불투명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김예란, 2015). 특히, SNS와 같은 플랫폼과 디지털 분야에서의 창의 노동은 자본주의 질서의 불안정성을 잘 보여준다(김예란, 2009; 이희은, 2014).
이처럼 플랫폼 기업의 등장과 함께 더욱 강화되고 확장된 무임 노동과 디지털 안에서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고, 영상을 업로드하는 모든 행위를 포괄하는 창의 노동을 본 연구자는 인스타그램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의 활동에 적용하여 보고자 한다. 인플루언서들의 게시물과 스토리 관리, 온라인 지인들과의 소통과 같은 모든 활동 또한 기본적으로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확실한 대가가 없는 무임 노동이고, 그들의 활동은 미래가 불안정하며 문화적 생산물을 가치로 바꾸려 하는 창의 노동의 일종이기 때문이다(Hesmondhalgh & Baker, 2011/2016).
인스타그램과 관련된 연구는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최근에도 많이 이루어지는 추세이다. 이에 더해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와 관련된 연구도 적지 않은 편이지만, 앞선 선행연구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부분 마케팅 혹은 이들의 이미지와 영향력에 관련된 연구들이다. 최근 연구들을 살펴보아도 정지현과 이기성(2019)은 기호학 분석을 통해 인스타그램 20대 여성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의 휴먼 이미지 연구를 하였다. 또한, 박예빈, 이예진, 조희정 그리고 김은실(2020)은 인스타그램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와 팔로워 간의 상호작용성이 광고효과와 설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였다. 또는 인스타그램 속 인플루언서의 자아 표현에 관한 연구를 통해 인플루언서들이 최종적으로 의도하는 이미지에 관해 분석한 연구가 있다(박선경·김상훈, 2020). 이처럼 시대적 배경과 최근의 연구 동향을 보아도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와 관련하여 영향력 혹은 이미지에 관한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즉,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이 마케팅과 소비자 구매 의도 쪽으로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이러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떠한 이미지를 내세우고 유지하는지가 가장 많이 보이는 연구 주제였다. 따라서 본 연구자는 이들의 활동을 정의하고 분석하는 연구의 필요성을 더욱 느꼈고, 이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자 했다.
그러나 인플루언서의 활동과 노동에 관한 선행연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영상콘텐츠를 전문으로 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다룬 연구는 찾아볼 수 있었다. 박진선(2020)은 “크리에이터들의 노동에는 창작자로서 갖는 노동의 즐거움과 동시에 온라인 플랫폼과 MCN의 통제에서 비롯된 불안정성이 공존하고 있었다.”(102쪽)고 이야기한다. 박진선에 따르면 크리에이터들이 노동력 대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나도 보상받을 수 있다는 불확실한 희망 때문에, 스스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상황을 만들어 결국에는 스스로를 지치도록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즉, 크리에이터의 자유로운 노동 구조는 결국 자기 자신을 착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연구자는 이러한 문제가 인스타그램에서도 인플루언서들에게 유사한 방식으로 적용될 것으로 생각하여 본 연구를 진행하였다.
Ⅲ. 연구 절차
앞선 선행연구들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고, 범위도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연구는 마케팅, 광고 분야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에 관해서는 연구가 많이 있으면서 정작 이들의(인플루언서) 활동이 무엇인가에 대한 분석과 정의는 내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이러한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하여 본 연구에서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은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며, 이러한 것이 어떤 스트레스를 주는지도 함께 분석하고자 한다. 또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은 자신의 활동을 놀이와 노동 중 무엇으로 인식하는지도 보고자 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이 세 개의 연구 문제를 도출했다.
본 연구자는 인스타그램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의 활동에 대해 깊게 분석하고 정의하기 위해서는 질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연구 방법으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 한 명 한 명의 의견을 개별적으로 심도 있게 들을 수 있는 심층 인터뷰를 사용했다. 심층 인터뷰는 질적 연구 방법 중에 하나로써 연구자가 직접 관찰하기 어려운 연구참여자의 태도나 표정, 감정과 행동을 포착하게 해준다(나미수, 2012). 이를 통해 인스타그램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이 본인들의 협찬, 광고, 피드관리, 스토리관리 등과 같은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그들의 활동이 스트레스, 놀이와 노동 등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보고 더불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분석하고자 한다.
인터뷰 대상자 선정은 기존에 연구자가 알고 지내던 인스타그램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통해 타 인플루언서들을 소개받고 이어서, 계속 다른 인터뷰 대상자를 소개받는 형식인 눈덩이 표집(snowball sampling)을 이용하였다. 이를 통해 주 활동 분야와 협찬 아이템이 최대한 겹치지 않고, 팔로워 수가 다른, 총 7명의 인터뷰 대상자를 모집하였다. 또한. 인터뷰 대상자를 모집할 때 인플루언서 활동을 시작한지 최소 6개월 이상 된 사람들로 제한하였다. 그 이유는 일정 기간 이상 인플루언서 활동을 지속한 사람이 더 명확하게 본인의 활동에 대해 고민해보고 대답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터뷰는 2021년 5월 4일부터 2021년 5월 22일까지 진행되었고, 인터뷰 장소는 각 인터뷰이가 만나기로 원한 장소 근처에 있는 조용한 카페로 하였다. 단,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전염병 때문에, 한 명의 인터뷰이는 대면 만남을 어려워하여 비대면 온라인 화상통화를 이용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인터뷰 소요 시간은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 가량 소요되었고, 인터뷰는 응답자들의 동의를 구해 모두 녹취하였다. 이후 전사한 자료를 토대로 인터뷰 내용을 분석하였다. 심층 인터뷰 응답자 목록은 <표 1>과 같다.
연구자는 반구조화된 인터뷰(semi-structured interview)를 하기 위하여 연구자가 미리 준비한 질문을 기반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나갔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라포(rapport) 형성이 되어있지 않은 연구대상자 같은 경우에는 인터뷰 시작 전에 간단하게 서로에 대한 소개, 취미, 관심사 등을 이야기하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였다. 연구자는 크게 네 부분의 질문을 준비하였고,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스타그램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된 계기가 무엇인가?” 둘째, “인스타그램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본인이 노력한 점이 있다면?” 셋째, “인스타그램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활동을 하며 생긴 고민이나 힘든 점이 있다면?” 넷째, “본인이 생각하는 인스타그램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활동은 어떠한가?” 위 질문들을 토대로 인터뷰를 진행하였지만, 상황과 흐름에 맞게 유동적으로 변환하였고, 최대한 연구대상자가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연스러운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Ⅳ. 연구 결과
인터뷰 대상자들이 인스타그램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된 계기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었다. 하나는 큰 계기 없이 자연스레 본인의 계정을 관리하다 보니 점차 팔로워가 늘어나고 협찬과 광고가 들어온 케이스이고, 다른 하나는 본인의 일상을 올리며 오프라인상의 지인들과 소통하는 계정 이외에 맛집, 카페, 뷰티와 같은 특정 콘텐츠를 겨냥해서 해시태그를 달거나 새로운 계정을 만든 케이스이다. 후자 같은 경우는 협찬을 받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공짜로 먹기 위해, 본 계정을 관리하다 보니 재미있어서 등의 다양한 시작 동기가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공통점은 인플루언서들이 첫 계정을 만들 때부터 인플루언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저도 제가 어떻게 인플루언서가 되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원래는 인스타 찐친(오프라인 친구)으로 팔로워 되어 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한 700명? 800명 정도? 저도 제가 많은 줄 몰랐는데, 주변에서 찐친이 그 정도면 많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아 그러면 여기서 더 늘려서 나도 인플루언서? 이런거 돼서 협찬이나 받아볼까? 해서 유튜브 찾아보고 주변에 하는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하다가 어느 순간 지금처럼 협찬받고 광고하고 그러고 있더라구요. 뭐 처음에는 공짜로 책 읽고 싶어서 한거죠(웃음). (A)
인스타를 안 하다가 친구가 어디 협찬을 공짜로 받고 왔더라구요. ‘차홍’이나 ‘준오헤어’ 이런 데 있잖아요. 거기 머리가 30(30만원)이 넘잖아요. 그거를 공짜로 하고 왔다는 소리를 듣고, 나도 한번 해볼까 해서 해보라고 해서 시작을 했죠. 사진 몇 장 올리며 지속적으로 해시태그를 다니깐 연락이(업체측에서) 진짜 오더라구요. (B)
제가 원래 맛집투어? 카페투어? 이런 거 되게 좋아해요. 그래서 원래 쓰던 본 계정에 그런 게시물을 되게 많이 올렸었는데, 댓글로 종종 음식과 관련된 협찬이 들어오더라구요. 근데 저는 본 계(정)는 친구들과의 소통만을 위해 쓰고 싶었어서 아예 맛집이랑 카페탐방을 전문으로 하는 계정을 만들었고, 그걸 키우다 보니 이렇게 지금처럼 됐어요. 뭔가 막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그냥 사생활과 구분하고 싶어서 부계정에 맛집들을 올리며 이런저런 사람들과 소통? 했는데 인플루언서가 된 거 같아요. (E)
이처럼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은 시작한 계기는 다양하지만, 팔로워가 늘어나는 어느 순간 주변 지인의 권유 혹은 인스타그램 광고를 원하는 기업에 의해서 자연스레 인플루언서 계열에 진입한 것으로 알 수 있다. 인플루언서가 된 계기에 대해 질문하던 중 한 인터뷰이로부터 흥미로운 답변을 들었다. 그는 팔로워가 점점 늘어나는 과정에서 인플루언서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소속사에서 연락이 왔다고 했다.
어느 날 DM(direct message)이 와서 봤는데 OO엔터테이먼트?라고 하더라구요. 저도 그래서 엥 이게 뭐지 하고 봤는데, 인플루언서들이나 크리에이터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소속사더라구요. 저는 그냥 이렇게 전문적으로 하는건 시간도 많이 뺏길 거 같고 귀찮아서 안 했는데, 그냥 이런 걸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 있구나. 신기하다. 이런 생각은 들었죠. (G)
이와 같이 이제는 인플루언서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회사들이 생겨나며. 이들의 활동과 마케팅은 전문적으로 관리되어지고 있고,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처음 인스타그램을 시작할 때는 지인들과의 소통을 위해, 유명인들의 피드를 보기 위해서였지만 이들은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의 팔로워 중 절반 이상은 실제로는 서로 알지 못하는 인스타그램 내의 온라인 친구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러다 보니 인스타그램 내에서 말하는 소통(댓글, 좋아요, 선팔 맞팔, 좋아요 반사 등과 같은 인스타그램 내에서의 활동) 이라는 활동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면 팔로워 숫자가 감소한다. 따라서 인플루언서들은 어렵게 모은 팔로워들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
뭐 막 일주일에 몇 개의 게시물을 올려야 된다. 스토리 몇 개 올려야 된다. 이런 건 없는데 그래도 해시태그 진짜 열심히 달고, 좋아요 작업? 그거는 여전히 열심히 하죠. 어쨌든 팔로워가 더 늘어야 협찬도 더 좋은 게 들어오고 페이도 조금씩 받게 되고 그러니까요. 일단 이런 활동 꾸준히 안 하면 팔로워 줄어드는 거 같긴 해요. (A)
저는 팔로워가 한 2,000명? 넘어갈 때? 기분은 좋았는데 막 강박관념?같은 게 들더라구요. 아 겨우 이렇게 2,000명 넘겼는데 떨어지면 안되니깐 해시태그도 더 열심히 달게 되고, 스토리는 무조건 하루에 하나 이상 올리려고 하고... (C)
일단 어느 음식점을 가건, 카페를 가건 먼저 무조건 인스타에 올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사람인지라 그냥 그런거 신경 안쓰고 편하게 먹고 싶을 때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그냥 아까운 느낌? 기왕 내 돈 내고 밥 먹으러 왔는데, 이걸로 피드 하나 올려야 뭔가 조금이라도 이득 본 느낌? 그런게 커요 그래서 밥 먹고 카페가는 게 힐링이 되야 되는데, 어쩔때는 ‘일이 되는거 같다.’ 그런 생각도 한 적 있어요. (E)
이처럼 개인차가 조금 있지만, 인플루언서들은 팔로워를 잃지 않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으며, 강박감을 가지고 있는 모습도 보여준다. 또한, 식사와 음료를 마시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인플루언서가 인스타그램 활동을 해야만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받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은 앞서 언급한 해시태그, 온라인 친구들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다른 면에서도 찾을 수 있다.
피드 색감을 맞춘다고 해야 하나요? 요즘 뭐 인플루언서가 아니더라도 인스타 쓰는 사람들 많이 하는 거긴 한데 피드의 색감과 분위기를 통일해요. 그래야 예뻐보이고 사람들이 제 피드 보러 왔을 때 “오 예쁘다!” 뭐 이런 생각할 것 같고 저도 예쁜 피드 가면 오 예쁘다 하면서 팔로잉하고 오거든요. (F)
솔직히 조금 올리고 싶지 않은? 사진 올려야 될 때도 있어요. 그리고 올리고 싶은데 올릴 수 없는? 경우도 있어요(웃음). 인스타도 스펙이잖아요. 팔로워 유지하는 것도 저는 하나의 일? 능력? 이라고 생각해서 피드 감성 맞추려고 일부로 올리는 사진도 있고, 지금 올리면 분위기에 안 맞아서 좀 나중에 올리는 사진도 있고... (중략) 일단 팔로워 유지에는 피드 감성도 되게 중요해서 저는 팔로워가 늘면 늘수록 더 신경쓰는 편이에요. (D)
인스타그램 계정 메인 화면에 드러나는 피드는 누군가 자신의 계정을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화면이기 때문에, 인플루언서들이 신경을 많이 쓰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인플루언서들은 분위기, 색감, 감성 등을 꾸준히 유지하고 통일하려고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사진 선별, 색감 맞추기 등은 생각보다 많은 신경을 써야 하며 인플루언서 개인의 노력이 필요한 과정으로 묘사되었다.
인터뷰를 통해 연구자는 인플루언서들이 인스타그램 내에서 팔로워 유지를 위해, 즉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알게 모르게 다양한 활동을 통한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은 인플루언서들의 팔로워 대부분이 온라인만을 통해 맺어진 대부분 서로 한 번도 대면해본 적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이는 오프라인 관계에 비해 훨씬 결속력이 약하며, 끊어내기도 쉽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온라인 팔로워는 꾸준한 관리가 없으면 증가는커녕 현상 유지도 어렵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인플루언서들은 몇몇은 강박감을 가질 정도로 매일매일 게시물과 스토리를 업로드하고, 소통이라는 활동을 한다. 이러한 활동을 단순 취미활동 즉, 놀이만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팔로워가 많은 사람일수록 이러한 부담감과 강박감을 더 느낀다는 점도 발견하였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의 고민이나 스트레스가 그들의 활동과 어떠한 연관이 있을지 궁금하여 이에 관한 질문을 하였다. 이에 관한 대답은 인플루언서마다 가지각색이었지만, 그 이유는 공통적으로 이들이 영향력이 있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이고, 팔로워 숫자가 많아 SNS상에 노출빈도가 높았기 때문임을 찾았다. 유명해질수록, 영향력이 높아질수록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함께 증가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굉장히 많죠. (인플루언서 활동)처음에는 그런 스트레스보다 그냥 협찬도 들어오고, 제품도 공짜로 받고, 무료체험도 하고 그러니깐 그냥 그게 신기해서 힘든 줄도 몰랐거든요? 근데 이게 계속되고, 팔로워도 점점 늘고 그러니깐 이상한? 사람들이 DM이 종종 와요. 뭐 만남을 목적으로 라던지, 광고하려는 회사인척 왔는데 사실 관심있어서 연락했다던지, 아니면 제 사진을 도용한다던지? 인플루언서가 되면서 어쨌든 제 사진이 여기저기 많이 뿌려졌잖아요. 그걸 보고 오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예전에 비해 이런게 좀 많아져서 짜증도 나고 신경도 쓰이죠. 괜히 기분도 나쁘고. (C)
불필요한 DM이 자주 오는데 그게 왔을 때 정신적인 영향에 안 좋게 느껴지고... (중략) 댓글이 달릴 때 귀찮아요. 일일이 다 쳐줘야 되니까. 누구 하나 댓글 올려서 친한 애여서 달았어요 근데 밑에 댓글이 여러 개가 또 달리잖아요? 물론 제가 그렇게 많이 달리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5개? 이상 달리면 안 친해도 달아줘야 되니까 그게 되게 귀찮더라구요. 음 또 제품을 받아도 찍어야 된다는 부담감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좋게 글을 써줘야 된다는 거짓된 마음? 양심의 가책? 그런 것도 조금 있는 거 같아요. (B)
제가 팔로워가 1,000명 넘은 거 고등학교 때인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이상한 DM은 계속 와요. 뭐 제 친구들도 그렇고 이게 그냥 무시하고 차단하려 해도 인스타에 이런거 보내는 계정이 한 두개가 아니니깐... 이런 메시지 보면 기분도 나쁘고 그냥 하루 기분 잡친거 같고 그래요...(중략) 되게 심한 거도 그냥 차단?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게 다예요. (F)
아 일단 이상한 DM이 가장 스트레스죠. 겁나 많이 와요 뭐 고수익 알바다, OO알바다 이러면서 걍 피드보고 조금만 잘 생겼다하면 다 보내는 거같은데, 팔로워 숫자 느는 어느 순간부터 저도 이런 게 계속 오더라구요. 뭐 차단해도, 읽씹(읽고 답장을 하지 않음) 해도 계정 바꿔가면서 계속 오는 느낌? 이런 거 말고도 너무 연락이 많이 오니깐 이제 귀찮고 저는 그냥 따로 계정 없이 본계정이 이렇게 성장한 거라 실제로 아는 친구들도 꽤 팔로워 중에 있는데 걔들이랑 노는 걸 자유롭게 못 올리는 것도 있죠 아무래도 거의 몇천 명?의 온라인 친구들이 있으니깐 제 사생활을 자유롭게 노출 못 하겠더라구요. (G)
성별에 상관없이 인플루언서들은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진 DM을 종종 받으며, 이 때문에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인이 인플루언서 활동을 하는 직접적인 과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이처럼 팔로워가 늘며 SNS상에서 노출 빈도가 높아졌다는 이유만으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DM을 보내는 계정을 차단하거나, 스팸처리를 하더라도 수많은 계정을 통해 이러한 연락이 오기 때문에 이제는 체념했다는 대답이 주를 이룬다. 또한, 인플루언서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에게서는 조금은 다른 유형의 고민을 찾을 수 있었다.
저는 지금은 크게 없는 거 같긴 해요. 왜냐면 아직 시작하는 단계니까 사진 찍는 것도 연습한다 생각하고, (중략) 아 그런 게 좀 힘들어요 배경같은거 예쁘게 해서 찍어야 되잖아요. 너무 대충 방바닥에 놓고 찍을 수 없으니까. 그리고 다들 그렇게 찍는데, 저만 그냥 대충 찍으면 여기서 살아남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이거를 위해서 내가 배경 천이라던가 바닥보를 사야하나? 그런 고민은 있는거 같아요. 협찬받는 거에 비해 그걸 업로드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생각보다 꽤 드는거 같다? (중략) 근데 이게 인스타도 언젠간 없어질꺼 같거든요?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사람들이 넘어오잖아요. 그러면 인스타그램에서 또 언제 다른 걸로 넘어갈지 모르니깐 이게 조금 불안? 한거 같아요. (A)
인플루언서 활동을 시작하기 위해 초기에 드는 비용이 꽤 있었다. 사람들의 사진 찍는 실력이 점점 증가하고 사진 퀄리티가 올라가면서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도 더 예쁜 구도에서 더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었다. 삼각대, 배경 천, 소품, 조명 등을 활용하여 너도나도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한 경쟁이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 대부분은 메크로와 메가 인플루언서들과 다르게 제품을 리뷰하는 것에 따른 별도의 페이(원고료)는 받지 않으며, 받더라도 50,000원 미만으로 그 금액이 많지 않다. 하지만 이들 모두 유사한 일을 하기에 드는 에너지는 크게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외적으로 보기에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이 공짜로 제품을 협찬받고, 무료체험을 하기 때문에 주변인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 실상은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SNS라는 플랫폼 특성 때문에, 본인들의 사진이 도용되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본인의 계정이 노출될수록 그만큼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노출된다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인플루언서들에게 크게 작용한다. 평범한 SNS 이용자는 자신의 계정을 비공개로 하여 원하는 사람들과만 친구를 맺고, DM을 선별하여 받을 수 있지만 인플루언서들은 본인의 활동을 위해 꼭 공개계정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플루언서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도 상당하지만 이에 따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모두에게 댓글을 달아주는 행위와 같은 이미지 관리도 스트레스의 일종이며, 인플루언서 활동을 하기 위한 초기 투자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떠한 보호도 받지 않고 있다. 즉 개인 사진이 타계정에 도용이 되고, 스팸 형식의 성희롱을 동반한 DM이 와도 인스타그램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플랫폼 기업의 불안정한 미래도 이들에게는 하나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연구자는 이러한 점들을 통하여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이 그들의 활동을 하며 얻는 것에 비해 따라오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본 연구의 목적인 이들의 활동이 놀이인지 노동인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뷰 후반부에 “본인이 생각하는 인스타그램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활동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그들이 현재 자신의 활동을 놀이로 생각하는지 노동으로 생각하는지 분석을 통해 찾아내고자 하였다. 그 결과, 본 연구자는 팔로워가 늘면 늘수록 그들의 활동이 점점 노동의 성향을 띠게 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 막 협찬도 들어오고 하니깐 재밌었죠. 근데 그 순간이 딱 지나고나서 힘들어졌어요. 제가 한번에 협찬 엄청 많이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이후부터는 “이게 나의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으로 가면은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딱 들었죠. (A)
재미로 시작한 활동이 점점 일이 되고 있는 거 같긴 해요. 처음에는 그냥 공짜로 제품 받으니까 좋았는데 이게 시간이 지나고 팔로워가 늘어나니깐 협찬 들어오는 제품의 가격대도 올라가고, 가끔 페이를 주는 곳도 있고 그러니깐 부담이 된다고 할까요? 괜히 더 신경써야 될꺼 같고, 그런건 있죠. 사실 뭐 당장 인플루언서 활동이 아예 없어도 제가 먹고사는 데 큰 지장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인플루언서 활동을 하면서 공짜로 제품을 받던 게 있어서 괜히 내 돈주고 화장품 사면 아까울 것 같고, 씀씀이도 좀 커진 것 같고 그런건 있죠. 이런거 때문에 이제는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기가 힘든? 그런 활동이 됐죠. (C)
팔로워가 많이 늘어서 협찬과 함께 업체에게 돈을 조금씩 받으면서부터 ’내가 지금 하는 활동이 취미보다 일에 가깝다‘라고 더 느꼈던 거 같아요... 그냥 뭐 어떤 시점이다 라고 말하긴 그렇고 그냥 갑자기? 제가 이걸 오래해서 그런거 같기도 한데... (F)
분명히 인스타는 재미를 위해? 사진 올리고 친구들과 놀기 위해 시작한 게 맞는데 지금은 이걸 마냥 즐기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죠. 솔직히 저는 관종이라 팔로워 늘면 관심받아서 좋고 주변에서 부러워해서 좋은 것도 있긴 한데, 이에 따른 피곤함이랑 제가 신경써야 될 부분도 느니까 힘들죠. 그리고 저는 이제 웬만하면 원고료를 받는 편인데, 돈을 받으니깐 업체 측에서도 더 깐깐하게 신경 쓰고 터치하고 저도 힘이 더 들고 그런거 같아요. (G)
이게 협찬받으면 어느 특정 기간 안에 가야 되거든요? 그리고 그걸 기한 안에 안 가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제 계정 이미지도 안 좋아지고 그래서 협찬을 받을 때는 괜찮았는데, 막상 가려는 날에 제가 다른 일정이 생길 수도 있고 귀찮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걸 억지로 가야할 때는 (중략) 이런게 좀 일인 거 같기도 했어요. (E)
이처럼 팔로워 숫자가 증가할수록 이들의 활동은 점차 노동의 성격을 띠는 것을 알 수 있다. 늘어나는 팔로워 숫자만큼 영향력이 증가하고, 받는 보상과 협찬제품의 가격대도 올라가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부담감이 증가하며 인플루언서가 신경 써야 할 것이 늘어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협찬을 받은 후에는 개인 사정이 생기거나 일정이 있어도 그곳에 약속한 날에 맞춰서 가야 하는 부분에서 노동으로써 인식하는 응답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놀이의 성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인터뷰이들은 본인들의 활동에 포함된 놀이의 특성도 함께 이야기했다.
저희는(마이크로 인플루언서) 일단 이게 직업은 아니잖아요. 사실 제가 맘만 먹으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고, 그냥 일반 인스타 이용자가 될 수도 있어요. 뭐 협찬 받는 게 없어지긴 하겠지만 그게 막 팔로워가 엄청 많은 인플루언서들처럼 저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는건 아니니까요? 그들보다 자유성은 더 있죠? (B)
중3? 고1? 그때부터 시작했는데 사실 고등학교 때는 막 학교에서도 친구들이 인스타 스타다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팔로워 많다고 인정받는 느낌?도 있어서 좋긴 했어요. 뿌듯하기도 하고 자존감도 올라가는거 같고... (F)
보통 카페에서 협찬을 해주면 두 세명이서 먹을 수 있는 분량을 주거든요? 음료랑 디저트랑 이것저것, 그러면 그냥 친한 친구들 데려가서 같이 먹고 리뷰 쓴단 말이에요. 그러면 친구들이 쨌든 저 덕분에 공짜로 먹은 거니까 고맙다고 하고 신기하다 이렇게 말하면 그냥 그게 기분이 좋아요(웃음). (D)
이와 같이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활동을 놀이인지 노동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기에는 아직은 모호한 부분이 존재한다. 인터뷰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활동 내에서 놀이와 노동의 성격을 모두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적어도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에게 둘은 공존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연구자가 주목할 수 있는 점은 인플루언서를 막 시작하여 팔로워가 천명 대 일 때보다 2,000명, 4,000명 이상으로 증가할수록 놀이보다는 노동이라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것은 인플루언서 활동을 막 시작한 사람보다는 어느 정도 오래 하여 팔로워 숫자가 비교적 많은 인터뷰이들에게서 더 명확하게 찾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이들의 활동이 결코, 취미와 놀이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Ⅴ.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MZ세대 사이에서 굉장히 영향력 있는 인스타그램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의 활동이 놀이인지 노동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에 현재 인스타그램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는 7명의 인플루언서들을 1대1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반구조화된 인터뷰를 이용하여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활동에 대한 이들의 개인적인 견해를 살펴보았고, 이를 통해 이들의 활동이 놀이와 노동 중 어떠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논의하였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연구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첫째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의 활동은 분명히 노동의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 퀴클리흐(Kücklich, 2005)는 놀이(play)와 노동(labor)의 조합어로 놀동(playbor)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제작사 직원은 아니지만, 게임을 즐기며 게임 산업의 상업성을 확대하고 피드백을 주는 자유 노동(무임 노동)을 하고 있음을 말하는 용어이다. 강신규와 이준형(2019)은 이러한 놀동 개념을 바탕으로 프로듀스48 팬덤의 활동을 분석하였는데, 결과적으로 이들의 팬덤 활동에는 유희와 노동이 섞여 있음을 보여주었다. 본 연구에서도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활동이 놀이다, 혹은 노동이다. 라고 단정 지어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이 활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에너지를 쓰며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만 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이들의 활동에 노동의 개념이 반드시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플루언서 각각의 성향에 따라,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인터뷰이들은 그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본인들의 활동을 온전히 취미로 생각하며 즐기고 있지는 않았다. 인터뷰를 통해 본인도 모르게 피드를 관리하고 팔로워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부담감을 안고 노력하고 있던 부분들을 발견하였다. 더불어 인플루언서들이 시간을 투자하고, 피드를 관리할수록 팔로워가 늘며 이에 따른 협찬도 커지는 것을 통해 투자하는 시간 및 노력과 함께 보상이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구자는 이러한 점을 기반으로 노동의 성격이 활동에 포함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둘째로, 인스타그램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 내에서도 팔로워 숫자와 영향력에 따라 활동을 인식하는 정도의 차이가 존재했다. 우선 팔로워가 상대적으로 적은 2,000명대 미만의 인플루언서들은 4,000명대 이상의 인플루언서들보다 활동에 대해 노동보다는 놀이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팔로워 4,000명대 이상의 인플루언서들도 팔로워 숫자가 늘어나며 협찬받는 제품의 가격대와 보수로 받는 페이가 올라가며 책임감과 동시에 부담을 가지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더해 4,000명대 이상의 인플루언서들은 더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기에 팔로워들을 유지하기 위해 본인의 계정을 더 힘써서 관리함을 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본 연구자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보다 팔로워 숫자가 많은 팔로워 10,000명 이상인 메크로·메가 인플루언서들의 활동이 놀이와 노동 중 어느 곳에 더 가까운지 예측해볼 수 있었다. 더불어 팔로워 수가 많을수록 이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책임감도 뒤따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셋째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은 불순한 의도 혹은 스팸성 DM으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앞서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던 것처럼 팔로워가 1,000명이 넘어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되어 인스타그램 내에서 본인 계정과 사진의 노출 빈도가 올라가며 동시에 DM으로 스팸성 메시지 혹은 이성으로부터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메시지를 많이 받게 된다고 했다. 메시지를 받은 계정을 차단하여도, 또 다른 계정으로 보내오기 때문에 차단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이러한 것은 미성년자인 청소년에게도 무분별하게 행해지고 있으며, 인스타그램 측에서는 이에 대한 별다른 책임과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플루언서들은 활동을 하며 본인 계정을 관리하거나 협찬제품을 리뷰하며 받는 스트레스도 있지만, 스팸성과 성희롱이 포함된 메시지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상당히 크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결론에 뒤이어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한정된 연구 예산과 기간으로 인해 연구를 진행한 인터뷰이가 7명으로 많지 않았고, 성비가 여성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이러한 이유로 본 연구를 인스타그램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에 관한 연구로 일반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둘째, 본 연구의 인터뷰 대상자들은 눈덩이 표집을 사용한 관계로 대부분 뷰티와 맛집 분야를 주로 하는 인플루언서들이었다. 그러나 협찬을 받고 인플루언서들이 인스타그램 안에서 활동하는 분야는 이 외에도 운동, 음악, 그림, 전자제품, 육아용품, 자동차, 공연 예술 등으로 굉장히 다양하여 추후 연구에서 이 분야들을 포함한 연구를 진행하여 연구의 객관성과 포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셋째, 본 연구는 팔로워가 1,000명 이상 10,000명 미만인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들보다 팔로워 숫자가 많아 영향력이 더 큰 메크로·메가 인플루언서들과의 비교 연구를 했다면 더 양질의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또한, 후속 연구에서는 인플루언서만이 아닌 이들에게 협찬용 제품을 제공하는 기업 혹은 광고주들을 함께 분석하여 서로 다른 위치에서 인플루언서의 활동에 대해 생각하는 관점을 비교해볼 필요도 있다.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서는 아래와 같은 의의를 가지고 제언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우선 본 연구는 인스타그램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의 활동을 반구조화된 심층 인터뷰를 이용하여 놀이인지 노동인지 분석하였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에 관한 연구는 찾아볼 수 있었지만, 아직 그들의 활동에 관해 분석한 연구는 없었기에, 이는 향후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활동에 관한 연구에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의 영향력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고, 그 안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의 파워도 SNS 기업의 성장과 함께 더 강해지고 있다(손동진·김혜경, 2017). 사회적으로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 증가와 함께 이들 활동에 대한 분석이 필요했다. 이에 본 연구는 이들의 활동에 노동의 성격이 포함되어 있음을 보여주었고, 이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와 같은 무임 노동자 혹은 창의 노동자 관련된 노동법과 정책 연구에도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본 연구의 결과는 틱톡,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인스타그램 외 타 SNS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에 관한 연구에도 적용할 수 있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활동에 관한 연구는 인스타그램뿐만 아니라 타 SNS 관련해서도 크게 진행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는 SNS 인플루언서에 관한 연구에 나침반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각 SNS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더욱 개선되고 나아진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길 바란다.
인플루언서들은 인스타그램에서 피드 관리, 댓글, 팔로워 유지, 제품 및 장소 리뷰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힘을 쏟고 에너지를 쓴다. 이 중에는 무임과 창의 노동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외에도 성희롱, 스팸, 불순한 의도의 메시지 등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청소년들에게도 이러한 문제를 찾아볼 수 있었다. 따라서 현재 인기 있는 인스타그램 관련 연구가 확장되고 지속되어, 이러한 부분에 꾸준히 시사점과 문제점을 제시하여 건전하고 통합된 사회로 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