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문제 제기
최근에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청을 중심으로 낙후된 마을에 벽화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범죄예방효과를 달성하려는 사업들이 매우 많아졌다. 이런 사업들은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CPTED)이나 깨진창이론(broken windows theory) 등의 다양한 이론적 배경을 갖고 행해지고 있다. 주로 행해지는 방법은 지역 경찰관서가 범죄예방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필요성을 납득시키고,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지원하도록 하여 시행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을 담벼락에 그림을 그려 미적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얼마만큼의 범죄예방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조성된 벽화마을에 관한 연구는 범죄예방 효과에 관한 연구는 많지 않았고, 최근에야 소수의 연구가 산출되고 있는 실정이다(서승연 외, 2018; 박철현 외, 2020a; 박철현 외, 2020b; 이주현·박철현, 2020). ‘벽화조성사업’이 실제로 시행된 범죄예방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증거기반정책에 밑거름이 될 수 있는 범죄예방효과에 대한 중요한 증거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사례연구들의 가치는 크다. 이런 증거가 지속적으로 쌓이고, 적절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향후 벽화조성사업의 확장 또는 폐지 결정을 위한 정책에 중요한 밑거름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는 범죄예방을 위해 벽화가 조성되었던 부산 부곡동 가마실 행복마을(사업상 붙여진 마을 이름)을 사례로 하여, 벽화조성사업의 범죄예방 효과를 벽화조성 시점을 전후한 범죄건 수의 변화를 통해 분석한다.
Ⅱ. 이론적 배경
벽화마을은 보통 낙후된 마을에 조성된다. 이런 낙후된 마을의 주택 벽에 산뜻하고 아름다운 벽화를 조성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무질서를 감소시키는 의미를 가진다. 이런 무질서와 범죄나 범죄의 두려움과의 관계에 주목한 대표적인 사람은 윌슨과 켈링(Wilson & Kelling, 1982)이다. 그들의 소위 깨진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에 따르면,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물리적 무질서(깨진 창, 굴러다니는 쓰레기, 낙서 등)나 사회적 무질서(배회하는 매춘부나 불량청소년 등)는 지역주민들에게 범죄피해의 두려움을 갖게 만든다. 따라서 주민들은 꼭 필요한 경우 외에는 외부활동을 하지 않게 되며, 이러한 주민들의 자연스러운 활동이 줄어든 거리는 주민들의 비공식적인 감시나 통제가 줄어들게 되며, 따라서 수상한 동기화된 범죄자들이 활동하기에 좋은 무대가 된다. 따라서 이런 지역에는 중범죄가 증가하게 되고, 주민들은 더욱 외부활동을 꺼리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럼 윌슨과 켈링의 시각에서 벽화를 조성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벽에 그려지는 다양한 그림이나 문양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네덜란드에서 행해진 한 연구는 이것에 대한 답변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주민 881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벤더빈과 반 에이크(Vanderveen & van Eijk, 2015)는 벽화의 유형에 따라서 주민들이 느끼는 이미지를 분석했다. 그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주민들은 벽화가 있는 환경보다 없는 환경에서 더 안전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것은 벽화의 유형에 따라서 달라졌는데, 주민들이 가장 강하게 무질서함을 느끼는 벽화는 아무렇게나 휘갈긴 낙서형태의 벽화였고, 그 다음으로 덜 무질서함을 느끼는 벽화는 문자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벽화였으며, 가장 덜 무질서하게 느끼는 벽화는 알록달록한 그림으로 이루어진 벽화였다.
일반적으로 서구사회에서는 벽화를 낙서와 비슷한 그래피티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서구사회에서 벽화는 주류사회에 반항적인 히피 문화이거나, 아예 벽을 망치는 손괴범죄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인식은 벽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욱 강화시키는 데, 예를 들어 벽화는 범죄이며 주민들의 비용을 증가시킨다고 인식하거나(Boluza, 2013), 심지어 합법적인 벽화도 주민들이 불법적인 낙서에 동정심을 갖게 만들며, 청소년들에게 낙서를 하게 만들 수 있는 스프레이 페인트를 익숙하게 접하도록 만든다(Killen et al., 2017:11에서 재인용)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벽화조성이 대부분 정부기관에 의해서 행해져 왔고, 주민들도 이것이 특별히 지역의 무질서를 증가시킨다는 생각은 갖지 않는다. 또한 여기에는 한국의 벽화마을에 조성되는 벽화가 무질서하게 갈겨쓴 낙서형태의 벽화가 아니라, 미술전문가를 동원하여 예쁘게 조성된 그림 위주의 벽화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이 점에서 볼 때, 한국의 벽화마을에 조성되는 벽화는 범죄나 범죄의 두려움을 증가시킨다기보다는 범죄나 범죄의 두려움을 감소시키는 범죄예방의 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깨끗한 조경이 이루어진 서구보다는 낙후된 환경을 가진 아시아권에서는 이런 벽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데, 말레이시아의 뒷골목의 3D 아트 벽화의 효과에 대해 연구한 사킵과 동료들(Sakip et al., 2016)은 예술적인 벽화가 이용자들의 범죄의 두려움을 낮추었다고 보고한다.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설계 또한 벽화마을에 중요한 이론적 배경을 제공한다.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설계(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CPTED)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안한 오스카 뉴먼(Newman, 1973)은 건축설계를 통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반되는 미국의 두 가지 공동주택단지(아파트단지)를 사례로 하여 두 주택단지의 상반되는 범죄피해율이 어떤 요인에서 나타나는 것인지를 연구했다. 그는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범죄피해율이 낮은 아파트는 자연스럽게 범죄를 예방하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는데, 그는 이것을 방어공간(defensible space)으로 정의하고, 방어공간의 네 가지 요건을 제시했다. 그것은 영역성(territoriality), 자연스런 감시(natural surveillance), 이미지(image), 환경(milieu)이다. 여기서 영역성이란 주민들이 자신이 사는 공간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는 것인데, 이러한 소유의식을 가짐으로써 지역공간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게 되고, 문제되는 행동이나 움직임에 대해 개선을 시도하게 만드는 원천이 된다. 두 번째의 자연스러운 감시는 주민들이 일상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집주변을 감시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셋째는 동기화된 범죄자로 하여금 특정 주택이 범죄의 손쉬운 타깃이라는 이미지를 주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환경은 주택이 범죄의 위험지역(우범지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자리잡는 것이다.
이 방어공간의 측면에서 볼 때, 벽화마을을 조성하는 것은 영역성, 자연스러운 감시, 이미지의 세 가지와 관련된다. 낙후되고 지저분한 마을의 주택 벽에 벽화를 조성하는 것은 주민으로 하여금 지역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증가시키고, 결과적으로 그 지역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벽화조성으로 인한 무질서의 감소는 주민들의 비공식적인 외부활동을 증가시켜 자연스럽게 주민들이 낯선 외부인이나 수상한 사람들을 감시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낙후된 마을이 침입하기에 쉬운 마을이라는 이미지인데 비해, 산뜻하게 재단장한 마을은 쉬운 범죄의 타깃이 아니라는 인상을 증가시킨다.
벽화마을 조성이 범죄예방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국내 연구자에 의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서구에서 벽화의 의미는 범죄예방보다는 범죄의 두려움을 갖게 만드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연구들도 그렇게 많지 않고, 매우 최근에 모두 산출된 것이다. 이들 중에는 벽화조성의 효과만을 살펴 본 연구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다양한 범죄예방 조치들의 효과를 함께 살펴 본 연구들이다.
이재성과 동료들의 연구(Lee et al., 2016)는 서울의 12개 지역을 대상으로 환경개선의 효과를 살펴보았다. 그들은 다양한 환경개선활동을 각각 분리하여 구조방정식모델을 통하여 이들이 범죄의 두려움에 미치는 효과를 살펴보았는데, 이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CCTV나 가로등, 그리고 건물에 대한 유지관리는 주민들의 범죄의 두려움을 유의미하게 낮추었으나, 동네에 그려진 벽화는 범죄의 두려움을 낮추지 못했다.
천안 원성동 벽화마을의 환경개선사업의 효과를 연구한 서승연과 동료들(2018) 역시 다양한 범죄예방 조치의 효과를 살펴보았다. 그들에 따르면, 텃밭조성, 벽화 그리기, 쓰레기 분리배출시설 설치, 의자 및 쉼터 설치, CCTV 설치, 안심순찰의 순으로 환경개선이 주민의 사회적 활동을 증가시켰다. 또한 안심순찰, 텃밭조성, 통학로 및 골목길 정비, CCTV, 가로등 설치, 벽화 그리기, 빈집 철거, 안심지킴이집, 쓰레이 분리배출시설 설치 순으로 주민들의 지역활동에 대한 참여를 증가시켰다. 그리고 환경개선사업이 범죄건 수도 감소시켰는데, 환경개선사업 전인 2014년에는 45건의 범죄가 발생했는데, 이 사업이 완료된 2015년에는 39건이, 2016년에는 26건으로 각각 감소하였다(서승연 외, 2018; Seo & Lee, 2017). 그러나 이들의 연구는 다른 환경개선사업과 벽화의 효과를 엄밀히 분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김부치(2016)는 벽화마을 조성에 초점을 맞춘 연구인데, 그에 따르면 벽화마을은 마을을 매력적인 관광지로 만들었고, 증가된 관광객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감시의 증가는 범죄를 감소시켰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다시 범죄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박철현과 동료들의 일련의 사례연구들은 상반된 연구결과들을 제시한다. 우선 부산 매축지마을의 벽화효과에 대한 연구(박철현 외, 2020a)는 벽화가 그려진 매축지마을을 실험집단으로 하고 옆의 벽화가 그려지지 않은 매축지마을을 통제집단으로 한 유사실험설계를 이용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매축지마을에서의 벽화조성은 일관되게 범죄건 수를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부산의 유명한 관광지가 된 흰여울마을과 감천문화마을을 대상으로 한 두 연구(박철현 외, 2020b; 이주현·박철현, 2020)는 벽화조성으로 인한 지역의 관광지화로 인해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를 증가시키고, 이것은 오히려 벽화조성 이후 지역의 범죄건 수를 증가시켰다고 결론 내렸다(<표 1> 참조).
연구자 (연도) | 연구대상 | 독립변수 (효과분리) | 종속변수 | 연구결과 | 비고 |
---|---|---|---|---|---|
이재성 외 (2016) | 서울 12개 지역 | 벽화조성 (○) | 범죄의 두려움 | 벽화는 범죄의 두려움을 감소시키지 못함 | 범죄건 수에 대한 연구가 아님 |
김부치 (2016) | 벽화 관련 16개 논문 | 벽화조성 (△) | 범죄율 (실제 범죄율 ×) | 유동인구의 증가가 범죄율을 감소시키나 지속적인 관리 필요 | 실제 범죄율에 대한 분석 아님 |
서승연 외 (2018) 서승연·이경환 (2017) | 천안 원성동 | 다양한 환경개선 (×) | 사회적 활동 범죄건 수 | 벽화 등의 다양한 환경개선이 주민의 사회적 활동을 증가시키고 범죄를 감소시킴 | 범죄건 수 변화를 살펴보나, 벽화의 효과인지 모호 |
박철현 외 (2020a) | 부산 매축지 마을 | 벽화조성 (△) | 범죄건 수 | 벽화마을 조성이 범죄건 수를 감소시킴 | 실제 범죄건 수 변화의 분석 |
박철현 외 (2020b) | 부산 흰여울 마을 | 벽화조성 (△) | 범죄건 수 | 벽화마을 조성이 범죄건 수를 증가시킴 | 실제 범죄건 수 변화의 분석 |
이주현·박철현 (2020) | 부산 감천문화마을 | 벽화조성 (△) | 범죄건 수 | 벽화마을 조성이 범죄건 수를 증가시킴 | 실제 범죄건 수 변화의 분석 |
이처럼 국내에서의 벽화마을에 대한 연구결과들은 낙후된 마을에 벽화를 조성하는 것이 범죄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반면에, 그것이 오히려 범죄를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존재한다.
Ⅲ. 유사실험설계와 분석방법
이 연구는 ‘지역’이란 연구대상에 대한 완벽한 통제가 불가능한 이유에서 실험/비교집단 간 완전한 동등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유사실험설계를 통하여 벽화 조성시점을 전후한 범죄건 수의 변화를 분석하고자 한다. 실험설계는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의 동질화하기 위하여 난선화나 매칭 등을 이용하지만, 유사실험설계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설계이다. 따라서 얼마든지 제3의 요인(성별 분포, 소득 등의 차이)이 작용할 수 있다.
실험집단으로는 부산 부곡동 가마실 행복마을은 동 단위보다 작은 행정구역인 부곡2동 내의 벽화가 조성된 가마실 행복마을이다(<그림 1> 참조). 이 마을은 부산지방경찰청에서 범죄분석을 통해 범죄취약지역으로 선정된 곳으로, 노인 등의 사회적 약자가 밀집하여 살고 있는 2.6km2 면적의 낙후된 지역이다. 이 가마실 행복마을은 부산의 감천, 흰여울 등의 다른 벽화마을에 비하여 주택이 그 정도로 낙후된 마을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주변의 다른 마을에 비해서는 낙후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가마실 마을의 벽화는 완성도가 높고 바닥에까지 그림이 그려진 곳이 많아 실제 이 마을의 범죄예방도구가 주로 벽화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1)
부산 금정구 ‘가마실마을’이 셉테드(범죄예방환경설계)를 통해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받는 부산 첫 행복마을로 지정됐다. 부산경찰청은 24일 금정구 부곡동 ‘가마실마을’을 첫 행복마을로 지정하고 이금형 부산경찰청장, 신정택 부산창조재단 이사장, 원정희 금정구청장과 지역주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촌식을 열었다. 가마실마을은 540세대 총 1,182명(독거노인 8명, 기초수급자 22명)이 거주하며, 마을 구조가 복잡해 심야 시간대 여성 대상 범죄에 취약하고, 다가구주택이 비교적 많아 범죄 취약지역으로 분류됐다.
부산경찰과 부산창조재단은 이에 따라 주민 자율 방범대 거점 장소와 미니공부방, 주민 쉼터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방범초소를 '안심카페'로 꾸몄다. 또, 주부 39명으로 ‘어머니 폴리스’를 편성해 취약시간대 경찰관과 합동 순찰을 벌이고, 통·반장의 집은 ‘아동안전지킴이 집’으로 운영한다. 골목길에는 방범시설이 확충되고, 노약자 가정에는 112 핫라인도 구축된다. 경찰은 강·절도·성폭력사건 112신고 다발지역,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이 많은 곳 등 시내 16곳을 행복마을로 지정했으며 내달 초 환경 개선작업을 모두 마무리하기로 했다(한국일보, 2014. 2. 24.).
통제집단으로는 동일 동내의 주거환경이 비슷하고 벽화가 조성되지 않은 부곡1동 소재 동부곡로 27번지 일대(19, 23, 27번지)마을을 비교 대상으로 한다. 마을의 명칭이 없는 관계로 동부곡로 27번지 일대로 칭한다. 이곳은 가마실 벽화마을과 바로 인접해 있으며, 거주환경이 가마실마을과 유사하지만 벽화가 그려지지 않아서 비교집단으로 선정되었다. 워낙 좁은 곳이라 공식통계를 입수하기 어려워 성별 분포나 소득분포를 비교할 수는 없으나, <표 2>의 사진상으로 보면, 비교적 유사한 형태의 주거환경을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집단 | 실험집단(가마실벽화마을) | 통제 집단 |
---|---|---|
위치 | 부곡 2동, 50번지 일대 | 부곡 1동, 동부곡로 27번지 일대 |
세대수 |
540 7,206(부곡 2동) |
미상 4,610(부곡 1동) |
주택 형태 |
이 연구에서 사용한 자료는 가마실마을(실험집단)과 인근의 비교지역(통제집단)에서 벽화 조성시점을 전후한 시기의 총 범죄건이며, 해당 데이터는 경찰청의 GIS 시스템에 수록되어 있는 범죄발생건 수를 이용하였다.
벽화조성 이후 실험/비교집단 간 범죄건 수 변화를 비교 분석하기 위한 방법으로 상대적 효과 크기(RES: Relative Effect Size)를 이용하며, 이때 검증방법으로는 Z-검증을 활용한다. 상대적 효과 크기는 통계학에서 흔히 승산비로 불리는 것으로 2×2 교차표에서 실험집단 대비 비교집단에서 범죄건 수가 얼마나 증가하였는가를 나타내는 것으로, 역수로 취함으로써 비교집단 대비 실험집단의 범죄의 감소 정도를 알 수 있다. 만약 이 RES의 역수가 1이라면, 통제집단에 비해서 실험집단에서 범죄건 수의 증감이 없는 것을 의미하며, 만약 이것이 1보다 작을 때는 범죄가 감소한 것을, 그리고 1보다 클 때는 범죄가 증가한 것을 나타낸다.
이것은 보통 2×2 교차표에서, 다음의 식을 통해 구할 수 있다(Welsh & Farrington, 2004; Farrington et al., 2007 참조). 즉, <표 3>에서 나타나듯이 a는 벽화마을 조성 전의 실험집단의 범죄건 수이며, b는 벽화마을 조성 후의 실험집단의 범죄건 수이다. c는 벽화마을 조성 전의 통제집단의 범죄건 수이며, d는 벽화마을 조성 후의 통제집단의 범죄건 수이다.
패링턴과 그의 동료들에 따르면, 지난 30여 년 간의 범죄경력에 대한 연구결과, 어떤 제한된 시점까지의 범죄발생의 분포는 포아송 과정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밝혀냈기 때문에, RES에 자연로그를 취하면 표준정규분포를 취하게 되고, 따라서 이것은 Z-검정을 이용하여 쉽게 통계적 유의도를 검정할 수 있다(Farrington et al., 2007 부록 참조).
Ⅳ. 분석결과
<표 4>는 가마실 행복마을에 벽화가 설치된 2014년을 전후한 각 3년과 각 5년간의 범죄건 수2)를 비교한 것이다. 가마실 마을을 중심으로 벽화조성사업의 범죄예방효과를 RES를 통하여 분석한 결과, 벽화 설치 전후 각 3년 동안 가마실 벽화마을은 비교집단에 비해 범죄가 1.8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증가는 5% 유의도 수준에서 유의미한 증가는 아니었다. 다시 말해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는 찾을 수 없었다.
기간 | 마을 | 전 | 후 | RES(Z-검증) | 1/RES |
---|---|---|---|---|---|
3년 | 가마실마을 | 28 | 33 | 0.54NS | 1.85 |
통제집단 | 33 | 21 | |||
5년 | 가마실마을 | 47 | 48 | 0.72NS | 1.38 |
통제집단 | 50 | 37 |
그리고 벽화 설치 전후 각 5년 간의 비교에서, 가마실 벽화마을은 비교집단에 비해서 1.38배(약 38%) 범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증가 역시 3년을 전후로 한 분석결과와 같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았다. 다시 말해서 가마실 마을에 벽화가 설치된 시점을 전후하여 각 5년을 비교했을 때, 통제집단에 비해 유의미한 범죄건 수의 변화를 찾을 수는 없었다.
Ⅴ. 결론 및 논의
지금까지 이 연구에서는 부산 부곡동의 가마실 벽화마을에 설치된 벽화 설치를 전후한 시기를 인근의 통제집단과 비교하여 얼마나 범죄건 수가 변화했는지를 살펴보았다. 유사실험설계를 통하여 통제집단에 비하여 실험집단에서 얼마나 범죄건 수가 증가 또는 감소했는지를 살펴본 결과, 범죄예방사업으로 행해진 부곡2동 가마실마을에서의 벽화설치는 의도하였던 범죄예방효과를 산출해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지역에서 인근지역에 비해 범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 이르지는 못하였으나) 범죄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은 범죄예방이란 목적이 완전히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범죄가 오히려 증가한 이유는 다음의 몇 가지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첫째, 기존 연구들(박철현, 2020b; 이주현·박철현, 2020)에서 지적되었던 과잉관광지화(overtourism)의 효과였을 가능성이다. 벽화 설치 자체는 지역에 대한 책임감과 따라서 영역성을 증가시켜 범죄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내지만, 그 지역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관광객을 유인함으로써 불특정 다수의 동기화된 범죄자를 끌어들였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부산의 감천문화마을과 흰여울마을의 경우, 이러한 이유로 오히려 범죄가 증가한 결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 연구의 대상인 가마실마을은 그 정도로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었고, 관광객 유입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원인이 되었는지에 대해 확신하기 어렵다.
둘째, 벽화 설치가 경찰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벽화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다시 무질서가 증가했을 가능성이다. 실제로 다음의 부산대학교 신문의 보도는 이러한 가능성을 높여주는데, 다른 벽화마을의 경우 그 관리가 보통 지방자치단체로 넘겨져 어느 정도 관리가 되는데, 이 가마실 마을의 경우, 다른 마을에 비해 초창기에 사업이 이루어져 아직 관리주체가 경찰청이고, 거의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벽화마을의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져야 범죄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은 김부치(2016)의 연구결과와도 일치한다.
가마실 마을(금정구 부곡동) 이곳에서도 포돌이 그림이 가장 먼저 보였지만 검게 때가 타고 금이 가는 등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마을을 둘러 보기 위해 안쪽으로 들어가자 오르막에 만들어진 시멘트 계단이 있었다. 이는 여러 가지 색으로 칠해져 처음에는 마을 외관을 꾸며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시멘트가 떨어져 나가 그 틈으로 잡초가 자라나 있어 외관상 좋지 않았다. 또한 좁은 골목길까지 이어진 페인트칠은 색이 벗겨지고 벽화에서 흘러나온 페인트들이 묻어 색이 일정치 않았다. 가마실 마을의 벽화들은 여타 유명한 벽화마을 만큼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멀리서 보면 실제 담쟁이덩굴로 착각할 정도인 그림과 몽환적인 색감을 가진 것도 많았다. 하지만 마을의 담벼락은 대부분 금이 가고 페인트가 벗겨진 상태였다. 마을에서 만난 주민은 “그림이 그려지고 나서 한 번도 관리를 하는 걸 본 적이 없다”라며 “그림만 그린다고 끝이 아니지 않냐”라고 관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안심 카페는 마을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카페 외부에 불이 켜져 있어 운영 중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가까이 가보니 외부의 불만 켜져 있을 뿐,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곳도 주민들이 평소에 이용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방치돼 왔던 이유로 예산 편성 문제가 꼽혔다. 현재 셉테드 마을의 운영 주체는 부산광역시청(이하 부산시청)과 부산지방경찰청(이하 부산경찰청)이다. 관리가 허술한 마을은 대부분 부산경찰청 관할 구역이었다. 부산시청이 운영하는 마을의 경우, 각 구청에서 예산을 편성하면서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했다. 부산경찰청 사업의 경우, 초기계획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지방자치단체로 관리주체를 이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산 편성 문제로 관리 이전되지 않아 장기예산 계획을 갖추지 못했다. 부산경찰청 생활안전계 관계자는 “본래 의도와 달리 지방자치단체에 예산 문제가 있어, 셉테드 사업을 이관하지 못했다”라며 “그 과정에서 셉테드 마을 관리가 소홀해졌다”라고 말했다. 이 문제로 인해 2017년부터 추진된 부산경찰청 셉테드 사업은 부산시청으로 이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허나 사업 초기에 선정된 마을의 경우, 부산시청으로의 이관이 어려워 여전히 관할 경찰서에서 관리하는 상황이다(부대신문. 2018. 03. 18.).
이상에서 살펴 본 이 연구의 결과는 전국적으로 지금도 우후죽순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벽화마을사업이나 안전마을사업 등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연구의 결과는 연구가 가진 몇 가지 한계에 의해 왜곡되었을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이 연구가 경찰의 공식통계를 이용함으로써 가질 수 있는 범죄통계의 한계를 그대로 갖고 있으며, 또한 유사실험설계를 이용함으로써 이 설계가 가진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다. 특히 하나의 사업대상 마을과 하나의 통제집단의 단순 범죄 건수라는 단선적 비교는 논의의 볼륨을 빈약하게 이끌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 향후의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더 나은 연구가 산출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