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며
산업화 이후 사람들 대부분은 삶의 인프라가 잘 되어있는 도시로 정주공간을 옮기며 도시화 시대를 맞이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다르지 않은데 수도권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2,700만명 정도 되며, 이는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2000년대 이후 출산율 저하와 초고령 사회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수도권 이외의 지방은 매년 소멸 위험지역이 점점 확대되어가는 통계를 보여주며 지방의 소멸 위험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2014년 일본에서는 ‘마스다’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통해 지방소멸 문제가 크게 공론화되었다. 인구감소로 행정기능을 유지할 수 없는 지자체를 ‘소멸가능성 도시’로 명명하면서 전국의 시정촌(市町村·일본의 기초자치단체) 896곳을 꼽았다(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2015).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한국판 마스다 보고서로 불리며 인구문제에 대한 충격적인 보고서가 보고된 바 있는데 인구지진(age quake)의 충격적인 미래상을 보여준다. 2014년 일본에서 지방소멸 문제를 공론화하며 충격을 던진 ‘마스다 보고서’처럼 인구 문제에 대해 각성하게 만든다. 특히 우리나라의 100년 후 인구추계 등 지금까지 정부 차원에서 다루지 않은 새로운 내용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보고서는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초장기 인구추계와 실태조사를 담았다. 저출산 대책을 수도권 집중과 연계해서 검토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도 제시하고 있다(감사원, 2021). 이러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일자리의 도시 편중과 지역의 불균형적인 발전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지금까지 한국에서 농촌활성화 사업의 방향은 대부분 농촌관광 활성화에 맞추어져 왔다. 농촌지역의 소득증대의 직접적 해결방법으로 제시된 것으로 농촌관광사업은 마을단위로 진행되어 왔고 마을 공동체 사업으로 연계되었다. 2000년 전후 마을단위의 농촌광광사업은 산촌생태마을사업(1995년), 정보화마을사업(2001년), 아름마을사업(2001년), 어촌체험마을(2001년), 녹색농촌체험마을 조성사업(2002년), 농촌전통테마마을 조성사업(2002년), 문화역사마을사업(2004년), 농촌마을 종합개발(2004년) 등 현재에도 농촌관광 관련사업이 활발히 진행되어오고 있다(박시현 외, 2016). 관광중심의 지역활성화 사업은 해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이다. 이러한 이유는 농촌자원의 자연경관이나 역사문화 자원에 국한된 경우가 대부분인 문제가 있으며, 체험위주 관광의 경우 일회성에 그친다. 이는 기성의 농촌활성화 사업이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맞물린 지방 소멸의 위기에 충분한 대응책으로는 한계를 가진다는 의미다.
이에 본 연구는 수도권에서도 공동화현상에 대한 대안으로 도시재생사업이 주요 과제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나라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주요 정책사업이 되고 있는 재생사업이 농촌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근간이 될 수 있도록 문화콘텐츠로 지역재생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데에 목적을 둔다. 농촌공동체의 지역재생사업은 고령화와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도심지로 떠난 젊은 사람이 사라진 인구소멸 현상이 뚜렷한 농촌 공동체에 있어서는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정주공간의 개념에서 볼 때 지방도시 또는 농촌 공동체로 배분되지 못한 문화적 환경 공급의 불균형이 사람들을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불러들였다. 이를 분산시킬 수 있는 문화 발전 요인이나 현재 소비 트렌드인 개인적 취향에 맞는 문화적 콘텐츠를 소비수요에 맞추어 농촌 공동체에서 해소시킬 수 있다면 지속가능한 지역균형 발전의 근간이 될 수 있다. 이에 최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역재생사업의 추진 사례를 살펴보고, 문화 콘텐츠를 이용한 지역재생 방법을 대안적 지역재생의 방안으로서의 가능성을 탐색해 보았다. 그 이후에 문화 콘텐츠를 이용한 재생사업을 바탕으로 지역 균형발전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정책적 함의를 가질 수 있는가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Ⅱ. 농촌 문화 콘텐츠의 개념과 활용
농촌은 지역마다 특징적인 생태자원과 고유의 전통 문화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경쟁력을 가지는 문화자원개발의 가능성이 높다. 농촌의 문화자원은 농촌지역의 보존된 생산문화와 생활환경, 제례나 놀이문화 중에서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효용가치가 높고 사회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또는 경제적 관점에서 개발되어야 하고, 그래야 활용가능성이 있는 자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농촌의 문화는 세분화하여 효용성을 가지고 가치를 따져야 하는 면도 가지고 있다. 그래야 낡은 답습 문화는 걸러낼 수 있으며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농촌의 문화콘텐츠는 전통적인 음식이 될 수도 있고 해당 지역의 역사와 합쳐져 문화유산으로서 재창조될 수도 있으며, 이는 소비자에게 합리적 수용이 가능한 지역 정체성을 입혀 연결할 수 있는 고리가 되어 줄 수도 있다1).
일반적으로 농촌의 문화콘텐츠는 농촌의 자원을 포괄하고 있다. 농촌자원이란 용어는 농촌지역과 농촌의 삶의 모습이 내포된 자원으로 정의하는데, 여기에는 농촌 어메니티2)(amenity) 자원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농촌의 어메니티는 단순한 아름다운 자연이나 환경을 말하기보다 농촌지역의 농촌공동체가 가지는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농촌에 거주하는 지역민들에게 효용의 가치를 지닌 자원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농촌지역의 다양한 자연과 지역민이 만들어내는 전통적인 창조물 등을 의미하며 경작지의 풍경이나 오랜 유적지, 문화적인 것들을 모두 내포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농촌공동체의 지역재생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 할 것이다. 이런 농촌자원으로서의 농촌 어메니티 자원은 본 연구에서 말하는 농촌공동체의 문화콘텐츠 개념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문화콘텐츠의 개념은 온라인 매체만이 아니라 오프라인 영역의 사람들이 지적으로 정서적으로 향유하는 모든 종류의 무형자산을 포괄하는 것(네이버 지식백과)으로 범주를 정하는 것에 한계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농촌공동체에는 여가생활 속의 문화와 의식주에서 찾을 수 있는 전통성, 지역 고유의 전래되어 오는 스토리, 공동체 협력 강화를 위한 의식 등 여러 곳에서 문화적 콘텐츠 개발의 여지가 많다. 농경생활에서 보이는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자연과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하는 생활양식은 상징적이고 표현적인 산물로 볼 수 있는 문화자원이다. 이러한 문화자원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효용을 지닌다. 농촌지역에서는 마을마다 사물패 등을 가지고 있어 전통공연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많다. 또한 전통 민화나 산수화, 목공예, 나전칠기, 석공예, 종이공예 등의 생활 용품을 만들어내는 전통공예도 농촌공동체의 끈끈한 유대감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농촌의 자연 생태적 환경을 바탕으로 농촌체험 기반의 관광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도 있다. 농촌이 가진 문화콘텐츠의 소재로는 환경적인 것과 생태적인 부분, 경제적인 가치, 그리고 문화적으로 개발 가능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사실 농촌은 개발하지 않고 보전하고 자발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자체만으로도 만족감을 줄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으로 가치를 높일 수도 있다. 또한 농촌공동체 지역민의 농경생활이나 농촌의 삶에서 도시민들에게 관광 자원적 가치를 지니게 할 수 있으며, 지역민의 삶의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문화콘텐츠의 개발은 도시민들의 농촌지역에 대한 관심과 방문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표 1> 참조). 농촌공동체의 콘텐츠개발은 해당지역 원형에 대한 연구에서 콘텐츠의 스토리화를 통해 콘텐츠 스토리의 멀티미디어화(공감각적 장치의 접근)로 진행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의 상품화(체험 등)까지 유기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류정화, 2006). 즉 문화적 콘텐츠에 대한 연구와 이러한 문화적 콘텐츠의 활용방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는 지역재생 방법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 류정화, 2006. “지역문화콘텐츠 개발의 이론과 실제: 축제를 중심으로.” 『인문콘텐츠』 제8호, 인문콘텐츠학회.
농촌 문화 콘텐츠는 다양하게 개발되면 큰 활용가치를 지니는데, 이러한 콘텐츠는 새롭게 창조되고 만들어진 콘텐츠가 아니라 기존 자원의 가치를 재창조하여 극대화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작업과정은 농촌공동체의 독창적 색채를 입히는 과정과 같다. 문화적인 콘텐츠는 농촌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지역민의 참여의지와 전문가의 분석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고유의 농촌자원이 가진 특성을 파악하고 그 특성에 맞는 스토리를 입혀 스토리텔링 작업을 거치면 효용가치 있는 콘텐츠를 구성해낼 수 있다. 최근 농촌에서는 체험마을이나 농촌관광 마을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있다. 반면, 모방을 통해 농촌체험과 농촌관광을 답습하고 따라 하는 모양새 그대로 적용하여 운영의 문제를 겪고 있는 마을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적용된 모방 농촌마을은 자신의 마을이 가진 고유의 특성이나 지역민의 화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타 지역과의 차별성을 두지 못해 지속가능한 지역개발사업으로 끌어내지 못하고 실패하게 되거나 활용의 의미를 잃는 경우가 많다. 이는 농촌공동체는 도심의 재생사업과는 차별화를 두어야 하는 이유다. 왜냐하면 도시는 정부주도적인 도시 문화재생사업이 필요하고 또한 그 효과도 크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민들 고유의 정체성과 공동체 인식을 강화하는 문화유산을 개발하여야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농촌공동체의 문화적 콘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믿음의 고리와도 같다. 농촌공동체 지역민의 상호작용은 지역민의 역량을 강화시켜줄 뿐만 아니라 농촌의 가치를 높이는데도 꼭 필요한 요소이다(이나영, 2014, 2019: 65).
하지만 농촌공동체의 지역 고유 정체성은 외부에 배타적일 수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또한 외부에서 정착한 귀농 귀촌인들과의 갈등사례는 해결과제의 한 요소가 되고 있다. 외부로부터 정착하고자 하는 유입이 늘지 않는 이상 초고령화 되어 버린 현재 농촌공동체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 이에 농촌공동체는 내부 결속뿐만 아니라, 도시 및 여타 다른 지자체나 지역민들과의 연계성이 약할 경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를 감안하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구유입에 성공한 농촌공동체의 지역재생 사례들을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Ⅲ.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농촌 지역재생 사례 연구
농촌공동체에서 문화적인 콘텐츠로 지역주민의 참여를 끌어낸 대표적인 방법은 축제 콘텐츠의 활용이다. 한국에서 수많은 축제들이 기획되었지만, 그중 외암민속마을의 문화축제는 공동체 역량의 확장으로 이어진 대표 사례다. 충남 아산의 외암민속마을은 마을 전체가 중요민속문화재(236호)로 지정된 마을로 조선중기 향촌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어 살아있는 민속박물관과 같은 곳이다. 이곳에 사는 지역민은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면서 마을 고유의 전통문화를 지켜낸 곳이라고 하겠다. 농촌문화자원에서 고유의 전통문화를 관광객에게 관혼상제와 농경문화를 주제로 짚풀 문화제를 열고 영농체험과 먹거리 체험을 통해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고향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축제의 장을 열고 있다(외암마을 블로그 참조, http://oeam.co.kr)
외암민속마을의 축제는 이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 중심으로 시작되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외암마을이 전통 민속마을로 지정되면서 마을의 위상을 높이고 홍보하는 목적이 축제의 시작이라 하겠다. 지역민의 자긍심과 공동체 의식이 문화재 보호 의식과 일맥상통하는 경우로서 지역의 화합의 장으로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지금까지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명소가 되었다. 이러한 축제는 비단 외암민속마을의 경제적 이익에 그치지 않고 주변 마을의 개발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효과도 거두었다, 그 결과, 이 마을의 축제는 송악면 단위의 공동체가 형성되었으며 전통문화자원을 보존하고 농촌공동체의 화합이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사례라 할 수 있다3). 외암민속마을의 전통문화와 짚풀문화제의 내용을 통해 농경문화와 전통의례나 세시풍속 등 농촌공동체의 생활 속에서 볼 수 있는 문화를 축제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낸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마을은 옛날 상하계급의 주거형태를 잘 보존하여 우리나라 고유의 양반문화와 서민문화를 둘러볼 수 있는 환경도 갖추고 있다. 마을 공간 자체가 전부 축제의 장이 되고,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전통건축물을 모두 경험하여 선조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주체적으로 축제를 준비하고 열어온 마을주민들의 화합된 공동체 모습은 외암민속마을 축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외암민속마을은 마을이 가진 자원을 이용하여 보존하고 지켜온 고유의 문화자원과 농촌공동체의 생활 속의 일상을 콘텐츠화하여 체험의 공간을 만들고 시연하고 전시함으로써 문화자원을 융합시켰을 때의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농촌자원의 콘텐츠 개발은 본래 자연환경의 아름다움이나 역사적 가치에서 찾아지는 것도 있지만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그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통적인 이야기를 찾아낼 때 그 가치가 높아지기도 한다. 특히 농촌의 전통문화 자원이 빈약한 경우, 새로운 콘텐츠의 활용을 통해 농촌자원은 예술적 개성을 가진 콘텐츠를 재구성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창의 책 마을 해리의 경우도 예로 들을 수 있다. 폐교를 문화공간으로 만든 책 마을 해리는 책과 출판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을 만들어 문화적 콘텐츠가 갖는 힘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누구나 책, 누구나 도서관’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책 마을은 책과 문화 예술이 융합된 형태로 마을의 활력과 매력을 높일 수 있으며, 생활의 차원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도구로 매우 유용하다. 이는 매우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문화콘텐츠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농번기에 바쁜 농촌공동체에서 농한기에 한적한 농촌의 인적자원의 인적강화요소로서 책이라는 매개체는 매우 매력적이다. 이러한 예는 부여의 송정 그림책마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송정 그림책마을은 오롯이 마을주민들의 역량으로 완성되었는데 한글에서부터 그림그리기까지 주민들이 직접 배우고 익혀 마을주민들 인생의 스토리를 그림과 함께 동화책을 만들어내어 마을카페에서 판매하고 있다. 또한 주민들의 힘으로 체험스토리를 엮어 인형극이며 마을 둘레길 돌기 체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책이 가지는 스토리의 힘과 자긍심은 마을을 문화적 콘텐츠의 중심축으로 도농간 네트워크를 지니게 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적합한 사례로 들 수 있다.
부여의 송정 그림책마을의 경우, 평범한 농촌공동체로 80명 미만의 아주 작고 고령화된 마을이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재생사업4)으로 큰 성과를 이룬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마을 자체에 스토리를 입히고 송정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그림책이라는 콘텐츠로 묶어 마을의 작은 카페도 만들고 주민들이 직접 쓴 글과 직접 그린 그림으로 23권의 그림책을 출간하였다. 마을카페와 각종 체험 프로그램운영으로 코로나 이전 만 오천 명 이상의 방문객이 다녀갔으며, 현재 부여의 대표적인 체험마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송정그림책마을 홈페이지, 2020).
송정마을의 자연환경은 마을주변에 경관 좋은 호수와 산들이 펼쳐져 있으며 농촌의 시각공해요소는 별로 없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어릴 적 시골 외갓집 느낌의 정서를 담고 있어 마을 자체에 스토리를 입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송정마을의 어르신들의 인생을 담은 그림책을 제작하면서 그림책마을이라는 타이틀도 얻을 수 있었는데, 그림책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림책 미술관 시민모임이라는 전문단체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마을에 대한 애정과 그림책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주민들이 있었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주체적인 농촌공동체 지역민의 참여는 삶의 활력을 높이고 문화콘텐츠를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방법으로 지역재생에 적극 이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5).
일본의 경우, 1970년대 후반부터 산업화 이후 잃어버린 것에 대한 노스텔지아 관광이 유행하며 80년대에 이르러 전국적인 ‘무라오코시’6)라는 농촌 관광사업을 육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라오코시 운동’으로 지역의 농업과 전통문화, 특산물을 중심으로 전통문화마을을 조성하여 농촌관광사업의 다양화를 보여주었다. 일본의 농촌관광에 대한 농업소득 비율은 10% 이상을 차지한다. 이것이 일본에 도입된 그린투어리즘7)의 시초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무라오코시에서 출발한 일본의 그린투어리즘은 유후인과 혼슈 나가노현, 쓰마고주쿠 등은 성공적인 지역재생의 사례로 남아 있다. 해당 지역 고유의 특성을 보존하고, 그 안에서 스토리텔링의 소재를 개발하여 문화적으로도 지역재생 방안의 대표적 모델로 손꼽힌다.
사람들의 정주공간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일자리와 복지, 의료, 문화, 교육 등 삶의 질에 따라 정해진다. 소멸지역의 문제는 비단 농촌의 문제만도 아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도시가 도시재생에 대한 여러 사업을 펼치는 이유 역시 농촌의 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농촌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자연친화적인 여러 농촌자원을 활용한 대안을 찾으려 하는데서 벗어나고, 지방도시는 도시 안에서만 해결안을 찾지 말고 농촌과 연계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융합적인 재생방안을 찾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동안 농촌문제의 해결방법은 도시민을 대상으로 한 교류와 체험 위주의 방법으로 접근해 왔다. 농촌지역 마을의 여러 자원을 상품화해서 도시민들에게 판매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류는 지속적이지 못하고 일회성에 그쳤으며, 농촌이 크게 매력적인 소비처가 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
도농네트워크를 통해 도시와 농촌이 각각 원하는 수요공급을 맞추어 본다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아이디어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경남 함양의 한 초등학교 분교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일찍이 폐교를 앞둔 농촌 분교에 획기적인 학교 살리기 아이디어로 전국적인 학생모집에 나서 성공한 사례도 종종 뉴스를 통해 전해 듣고는 한다. 그것은 함양군 서하초등학교의 경우도 그러하다. 그것이 도농 네트워크의 성공적 만남의 작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기업이 농촌에 원격지사를 설립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정부에서 시책 중인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사업과 맞물려 설명할 수 있겠다. 지방 소도시 등에 서울에 집중되어 있던 공공기관의 이전으로 나주 혁신도시나 충북 영동의 혁신도시로의 탈바꿈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소도시 뿐만 아니라, 주변지역으로의 젊은 층의 인구유입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례이다. 물론 민관기업의 이전만으로 인구유입을 기대하거나 정착민의 확대를 가져올 수 없다. 지역의 특색있는 인프라 또한 갖추어지고 주변 농촌공동체와의 유기적 협력이 이루어질 때 도농융합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시국에 맞추어 기업의 재택근무 추진에 따른 지방으로의 원격근무 확대 적용은 적용대상이 농촌의 힐링 기능이 담당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여겨진다. 농촌에 도시기업이 들어가고 그린투어리즘과 연계되어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면 청년 일자리의 좋은 사례가 될 수도 있고 농촌공동체의 인구유입효과 및 민간기업 및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가속화의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렇듯 도농 네트워크의 활용으로 한정적인 농촌자원 활용의 범위를 확장해 볼 수 있다. 현재의 단순 마을 소식지나 향토회의 소극적 활동에 머물지 말고, 보다 적극적인 도농 융합네트워크를 활용할 가치가 크다고 하겠다.
일본에서는 고향세라는 형태의 세금이 있다. 이는 기부형식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자신이 필요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지역에 세금을 납부하고, 납부한 금액에 맞추어 농산물로 전달받는 형태의 농촌 살리기 정책이다8). 코로나 시국인 현재는 기부액의 일부를 생산자를 위한 직접 지원금으로 전달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트러스트 뱅크9)가 ‘후루사토 초이스’ 사이트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기부된 금액의 일부를 떼어 신상품 개발 등을 시도하는 생산자들을 지원하는 지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고향세 기부금 0.5% 상당(상한 5000만엔)을 특산품 개발, 지역 관광사업 등의 지원금으로 생산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이다. 요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납세자가 부족해지는 사태를 좀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납세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청구될 세금을 미리 기부하는 대신 신선한 지역 특산품을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선택하여 받을 수 있는 일석이조 제도로 활용되고 있다10).
이러한 고향세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향세가 단순히 농촌에 기부하는 것에 그친다면 기부자에게는 부담만 줄 뿐이다. 나의 진짜 고향이라서 고향세를 내는 경우도 있겠지만, 현대인은 농촌이 고향인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새롭게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고향의 정취를 가진 곳을 고향으로 선택하고, 나에게 무언가 혜택을 주는 곳에 고향세를 내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고향세에 대한 홍보 부족과 법안 마련의 구체적 내용이 제공되는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한국지방세연구원에서 최근 발간한 이슈페이퍼 보고서에서는 고향세의 인식율에 따라 실제 기부액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홍보가 강화될 경우 기부액이 3천억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 분석했다. 이렇게 고향세가 홍보되고 그 수익이 농촌공동체의 수익으로 잡힐 경우, 새로운 농촌 지자체의 크라우딩 펀딩화 작업을 통해 기금운영을 농촌공동체의 문화생활 터전으로 견고히 한다면 새로운 일자리창출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이러한 일자리창출은 고향세가 단순한 기부로 지방재정에 도움이 되는 것에서 벗어나 각 지역의 인구유입의 고리가 될 수도 있다.
Ⅳ. 지속가능한 농촌 공동체의 문화콘텐츠 개발에 대한 방법론
농촌공동체의 문화 콘텐츠 개발은 소멸해가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지역의 경제, 사회, 환경변화를 분석하고 해당 지역의 재생에 투여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자원을 찾아내어 보다 생산적인 결과를 얻어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농촌 지역의 재생방법은 농촌공동체의 결속력 강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사업에 맞춰져 있으며, 그로 인해 얻어지는 자산을 결속력 강한 공동체가 커뮤니티를 만들어 관리하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적인 콘텐츠 개발을 할 수 있는 농촌공동체의 역할을 강조하고 그 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자생적인 관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즉,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개발사업이 연속성을 가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을 진행할 때 강조되는 농촌공동체의 강력한 결속력보다는 느슨한 연대가 핵심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농촌공동체가 개발해 내는 문화콘텐츠를 사회적 자본이라 보고, 이러한 자본의 생산과 개발은 인적 자본이 첫 번째로 기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특정 지역 내부, 일부 집단 사이의 폐쇄적, 배타적, 고립적으로 결합된 이런 사회적 자본은 그 지역 내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오히려 상호작용의 방해요인으로 작용하여 외부와 교류, 공생, 외연의 확장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농촌공동체의 강력하지만 고립적 결합으로 이루어진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문화콘텐츠는 다른 지역이나 외부인 등과 열린 관계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사회적 자본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며, 느슨한 연대로 이루어진 관계에서 생산된 것일 경우 더욱 사회적 자본의 플랫폼과 네트워크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농촌 지역개발의 핵심 주체인 정부와 주민 사이의 파트너십, 지역사회 단위의 협력체제(지자체, 기업, 대학, 연구소, 전문가 등)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특히 정부, 주민, 전문가 등 이른바 마을공동체사업의 핵심주체가 참여, 교육, 컨설팅 등을 통해 농촌공동체의 계획 및 개발에 필요한 사회적 자본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중간지원조직의 구축도 절실하다. 농촌 지역의 농촌 공동체사업의 주체들에 대한 직간접적인 교육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중간지원조직이 지속가능한 사회적 자본을 개발하고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는 발전소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농촌공동체가 만들어내는 문화콘텐츠는 지역의 특성을 담거나 스토리텔링으로 지역의 서사성을 부여하여 풍성한 콘텐츠로 탄생할 수 있다. 이러한 사업은 마을 만들기나 지역사회의 공동체사업으로 성공적인 추진사례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공사례는 훌륭한 행정적 지원이나 주민의 역량 또는 전문가의 역량이라고만 평할 수 없다. 공적신뢰와 공동체의 높은 참여 의지, 원활한 도농 네트워킹 같은 사회적 자본이라 할 것이다. 사업을 하는 농촌공동체 안의 내재되고 축적된 고유자원의 보유와 활용이 큰 작용했을 것이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문화콘텐츠는 사회적 자본이라고 말할 때 콜만(Coleman, 1988: 93)의 사회자본 정의에 비추어 발전방향을 설명할 수 있다. 사회자본은 다른 형태의 자본과 마찬가지로 생산적이면서 그것을 통해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콜만은 사회자본의 자본적 특성을 강조하며 개인이 특정한 집단에 속하게 됨으로써 또는 관계를 맺은 공동체의 경우 이를 더욱 견고하게 하는 것이 사회자본이라고 보았다. 이는 배타적인 농촌 공동체 안에서의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 농촌공동체 안에서 만들어낸 문화콘텐츠 자원이 성공하여 사회적 자본으로 정착하였을 경우 개개인들의 역할이 회의적이 될 수 있는데 이는 내부의 강력한 결속력에만 의지할 경우 문제를 야기한다. 즉, 농촌공동체 안에서 결속력을 넘어서 확장된 연계와 느슨한 연대를 이루지 못할 경우 쇠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울콕(Woolcock, 1998: 254)이 지적하는 발전의 상향적 딜레마를 잘 풀어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한 결속력은 이를 기반으로한 독점적 기회와 지역사회의 자원을 특정하게 되므로 보다 넓은 네트워크의 부재시 시간이 지나면서 정보의 배제와 소외를 면치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농촌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문화콘텐츠의 개발은 공동체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다양한 지역사회의 동기가 부여되어야 하며 공정한 정보공유를 통해 그 안의 갈등역시 해소하여야 한다11).
콜먼은 사회적 자본 개념을 개인의 인적 자본과 달리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개인과 공동체 또는 개인과의 관계망을 통해 발현되는 것으로 정의되지만, 그 사회적 자본이 성취하는 목적은 철저히 생산적·기능적 차원에서 규정하여 사회적 자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신뢰’를 꼽는데, “강한 신뢰를 갖고 있는 집단은 신뢰가 없는 조직과 비교해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Coleman 1988: 100-101). 이는 농촌공동체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는데 농촌공동체의 경제수준이 높을수록 사회적 경쟁이나 정치적 경쟁이 유발되는 갈등의 정도는 낮았으며 갈등해소 정도 역시 높다.12) 결국 발전을 위해 공동체 내부의 통합성(integration)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지만 이것이 연속성과 지속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공동체를 넘어서는 다른 주류 사회와의 연계성(linkage)이 형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농촌공동체의 결속력이 강할수록 경제적인 성과를 얻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이러한 결과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외부와의 연계가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사례연구에서와 같이 결속력을 바탕으로 외부 네트워크와 연계되었을 때 일본의 고향세와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통합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되었을 때는 문화적 콘텐츠의 소프트웨어적인 스토리텔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문화콘텐츠로 대변되는 사회적 자본이 내부 결속력이 배타성으로 작용했을 경우 경제적인 효과는 거둘지 모르지만 사업의 지속성이 떨어지면서 결국에는 공동체의 분리까지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는 분석을 통해 지속가능한 문화콘텐츠의 개발의 사업방향은 외부의 개방성을 지니는 통합적 네트워크 형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이에 각각의 콘텐츠의 특성을 고려하여 지역재생 사업의 효과적인 사업진행방향을 비교해 보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선정한 지역재생을 위한 문화적 콘텐츠를 지역축제, 지역문화나 역사의 스토리텔링, 도시민과 농촌의 정주공간의 문화적 활용, 농촌 문화콘텐츠 활용 귀촌으로 나누었다. 각 콘텐츠는 현재 농촌 지역재생 사업의 주요 방식이지만, MZ세대를 비롯한 외부인의 정주공간으로서 지역재생 사업을 주도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분석하여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농촌의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지역재생전략은 지속가능한 지역재생사업의 전략으로서 활용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결론은 울콕의 공동체의 분류13)를 통해 타당성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농촌지역의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지속가능한 지역재생방안의 강점들은 농촌공동체의 결속력이라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외부에 배타적이라는 약점을 갖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문화콘텐츠 개발을 돕는 외부의 인적재원의 활용이라는 외부 통합성을 필요로 한다. 이런 인적재원의 확보를 통해 획일화 될 수 있는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문화콘텐츠를 다양하게 개발해야 한다. 이는 독창적이고 전통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채울 수 있으나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전문적인 인력을 필요로 하고 이를 지자체에서 지원하고 양성한다면 일자리 창출의 고리와 연결되어 고령화된 농촌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외부와의 연계를 통한 문화콘텐츠 개발 네트워크를 이끌어낸다면 소멸되어가는 농촌공동체의 재생방안 마련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
또한 외부와 연계한 네트워크를 지역축제의 홍보도구로 이용한다면 관광객의 확대와 그린투어리즘으로서의 긍정적 효과를 통해 지자체의 지역축제 콘텐츠 개발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지역축제가 줄줄이 취소되어 지속적인 농촌공동체와 도시민들의 교류가 줄어드는 것은 외부적 위협이 될 수 있다. 고령화된 농촌공동체는 펜데믹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공동체 특유의 배타적인 입장을 고수하게 된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지속가능한 개발의 방법론에서 치명적인 요소가 되어 농촌지역의 재생사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황을 도농네트워크의 활용의 시작점으로 삼아야 한다. 펜데믹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 가능한 홍보방안을 마련하고 각 지역에 마련되어 있는 도시재생팀과 연합하여 MZ세대의 서포터즈 구성과 같은 활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MZ세대의 SNS 활용력을 농촌공동체의 리더쉽과 연결시켜 주목받을 수 있는 콘텐츠개발 연구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모든 노력에 가장 큰 위험요소는 외부의 통합성에 느슨한 연대조차 힘든 세대간의 농촌에 대한 인식과 농촌공동체의 강한 결속력으로 인한 배타성이 야기한 농촌 정주공간의 활용의 어려움에 있다고 본다. 요즘 MZ세대는 가치소비 세대로서 자신의 소비가 가치 있기를 바라고 휴식 역시 가치 있는 곳에서 생산적이기를 바란다. 여기의 분석요소에서 농촌 공동체의 약점으로 고령화된 농촌공동체의 외부인에 대한 배타성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은 전문적인 갈등해결 노력의 방법으로 갈등조정 전문 인력의 양성을 필요로 한다. 지금의 농촌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정책에는 중간지원자의 역할이 들어가 있다. 지역별로 중간지원자를 사무장으로 두고 그들의 역할은 관에서 이루어지는 정책을 현장에 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마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외부인의 배타적 입장을 대변하기도 하여 갈등을 부추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현장에서 꼭 필요한 갈등조정 전문 인력의 양성은 농촌지역을 양질의 정주공간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그림 1> 참조).
이상에서 농촌지역의 문화콘텐츠를 이용한 지역재생방법으로 지역축제, 지역의 향토성을 부각시킨 스토리텔링, 농촌공동체의 역할 강화를 통한 도농 융합네트워크의 활용에 대해 살펴보았다. 각각의 방식이 서로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지역재생방법과 차이점을 찾을 수 있다. 첫째, 관 주도의 관광상품 개발이 아닌 지역공동체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더 이상 관 주도의 개발사업이 한계점을 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고정된 문화요소인 농촌자원으로 사람을 유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농촌이 사람들이 원하는 양질의 정주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펜데믹으로 인한 재택근무나 MZ세대의 농촌 자원에 대한 인식변화와 소비의 변화가 큰 원인으로 보인다. 셋째, 외부로부터 유입된 인력이 마을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몇몇 농촌공동체의 개방적인 지역에서의 보여지는 모습이다. 농촌공동체의 내부자원뿐만 아니라 새로운 자원을 새롭게 해석하고 활용하여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유입시킬 수 있는 적합한 귀향처로 탈바꿈하는 것이 농촌공동체 지역재생의 궁극적인 목표라 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MZ세대를 유입하기 위해서 이들의 특성과 맞추어 현재 지역재생의 방향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Ⅴ. 결론: MZ세대와 농촌공동체로의 귀향
초고령화 사회에서 인구 감소를 맞이하고 있는 농촌은 문화자원의 개발을 통해 지역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본 연구는 현재 농촌의 지역재생사업이 대표적으로 지역문화축제, 스토리텔링, 도농 융합네트워크의 세 유형으로 구분하였고, 각각의 재생 방식은 서로 다르더라도 농촌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공통적으로 내부의 공동체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았다. 물론 내부 공동체의 강화는 지역 구성원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공동의 행위를 하도록 함으로써 지역발전을 이끌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전 공동체 연구들만 하더라도 폐쇄적 공동체가 갖는 이점, 즉 구성원 간의 신뢰, 호혜적 협력의 촉진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농촌의 지역재생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외부로부터 인구 유입과 정착이 필요한 상황에서 내부 결속의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본 연구는 외부와의 연계성, 개방성을 어떻게 형성하고 만들어 내는가를 장기적인 농촌지역재생의 핵심 관건이 될 것임을 주장하였다.
현재 농촌의 지역재생사업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한다면, 첫째 문화자원의 개념을 유형의 자원 중심에서 무형의 자원인 관용성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최근 MZ세대는 소비문화의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했다. MZ세대에게 농촌지역은 힐링 공간으로 주목받았다.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도향촌(離都向村)’이라기보다는 일주일 중 4∼5일은 도시에 머물다가 2∼3일은 시골을 찾는 ‘오도이촌(五都二村)’ 혹은 ‘사도삼촌(四都三村)’을 즐기며 더 이상 농촌이 단순 체험에서 끝나는 공간이 아닌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 정주공간으로서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M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가장 높은 학력을 가진 풍부한 문화자본을 지닌다. 또한 디지털 기술에 능숙하고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소비한다. 이들에게 휘게, 욜로, 채식주의 등의 가치들이 높게 평가되며 농촌은 촌스럽다는 이미지가 아닌 도시인들이 선호하는 시대 트렌드에 맞는 수요처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최근 들어 부상한 창조도시는 전통적인 입지요인인 풍부한 자원과 편리한 교통망에 의해 성장하는 게 아니다. 작가, 음악가, 디자이너, 배우, 벤처기업가, 법률이나 행정 전문가와 같은 창조적 인재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에 의하면, 창조계급에게 매력적인 도시는 문화적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으며, 개방성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는 다양성을 측정하기 위해 게이지수와 보헤미안지수, 도가니지수 등을 개발했다. 그 지역에 동성애자가 얼마나 사는지 나타내는 ‘게이지수’는 인간자본의 낮은 진입장벽을 나타내는 훌륭한 지표로서 댜양성의 척도가 되고 흥미롭게도 기업 생산성과도 연관성을 갖는다. 즉, 게이나 예술가가 새로운 산업을 이끈다는 게 아니라 이들과 함께 공존하는 사회야말로 관용성이 높고 창조적 역량이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농촌지역은 생활기반이 되는 시설확충뿐만 아니라 문화 자원의 확대가 필요하다. 물적 문화콘텐츠는 젊은 세대에게 소비를 위한 공간으로서의 매력을 줄 수는 있지만 정주공간으로서 전환에는 한계가 있다. 농촌이 젊은 세대의 정주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단지 ‘지방’이 아닌 ‘로컬’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로컬은 본래 살던 고향이 아니지만 제2의 고향이 된다. 이는 고향에서의 삶보다 더 오랜 시간 머물게 되며 익숙해지거나 문화적, 정서적 코드가 맞아 고향보다 더 고향 같은 장소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촌의 물적인 문화 콘텐츠뿐만 아니라 농촌 정주민들이 외부자를 향한 관용성이라는 태도 역시도 하나의 중요한 자원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부자에 대해 관용성을 갖출 때에라야 비록 자신이 선택한 고향이라고 할지라도 정주공간으로 전환될 수 있다.
현재 상당수의 농촌지역 재생은 지역민의 공동체성을 강조한 문화콘텐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역민의 지나친 결속은 외부에는 자칫 배타적일 경우가 많다. 최근 지자체에서는 좀 더 진전된 형태로 “로컬크리에이터”에 주목한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을 뜻하는 크리에이터(creator)의 합성어다. 최근에는 지역에 남거나, 혹은 지역으로 돌아와 지역의 생활문화(lifestyle)와 유휴 자원에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업가를 의미한다. 이들의 활동이 주목받는 이유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역의 가치 있는 자원을 재해석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정책은 ‘크리에이터’라는 비즈니스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모종린 교수의 지적에서와 같이 실질적인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2의 고향으로 정착하게 하는 ‘로컬’의 의미가 부각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젊은 세대에게 어떤 가치의 공간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스토리를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둘째, 지역재생사업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역문화 전문가가 문화자원의 발굴뿐 아니라 갈등 조정의 역할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농촌공동체의 배타적 환경은 꾸준히 언론에서도 현장에서도 지적되어 왔다. 세대차이나 생활방식의 차이로 관용적인 포용의 한계를 지니고 있으므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양성과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전문가는 지역에서 꼭 필요로 한다. 또한 이를 포괄하는 콘텐츠 기획 및 개발을 해낼 수 있는 역할도 담당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젊은 세대의 유입은 지금까지 추구해왔던 지역재생 정책들과의 단절이 아닌 연속선상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현재 각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중간지원자 역할의 사무장 역시 이를 담당할 수도 있겠으나, 이들 역시 원주민 입장만 대변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 유입되는 외부인의 정착을 적극적으로 돕고 기존의 개발 문제와 환경 문제 등의 갈등뿐 아니라 농촌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갈등 문제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문화 전문가의 개념은 단지 지역문화의 기획과 개발을 넘어서 갈등을 조정하고 관용성의 자원을 고양시킬 수 있는 방안까지도 포괄할 수 있는 개념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