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매스미디어는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해내고 각종 문화와 접합, 탈접합, 재접합 과정을 끊임없이 거치며 대중들이 해당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임영호, 1996). 이러한 매스미디어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대중문화는 과거 mass culture, 현재에는 popular culture로 주로 표기되며 popular culture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대중문화는 지배와 피지배 계층 간의 갈등 과정에서 피지배를 경험하는 다양한 집단의 삶의 방식이 지배 집단 문화와 경쟁하는 장이자 피지배를 경험하는 집단의 총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지배 집단은 이데올로기적 사회(국가) 장치 역할인 대중 매체, 즉, 매스미디어를 통해 피지배 집단에 자연스럽게 지배를 받아들이게 하는 주체를 형성시키며, 지배 권력이 제시한 다양한 규범들, 상식들을 정당화시키고 있다(원용진, 2010). 반면 하위문화는 집단이 가치나 신념을 공유하며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들을 통해 지배, 주류를 이루고 있는 요소들을 거부하거나, 그에 저항하는 무리가 모인 집단이다(Greenberg, 2006). 하위문화의 존재는 사회를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이라고 인식하는 지배 집단이 만든 규칙과 요소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주며(Thornton, 1995), 지배 집단이 형성한 사회에 대해 대립적 의미를 전달하며, 지배 집단이 만들어내고 있는 모순을 되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Haenfler, 2014). 하위문화는 대립성, 저항성을 문화적 특징으로 지니며, 지배 집단에 대해 대립하고 저항한다. 하지만 대립적, 저항적인 문화적 특징을 지닌 하위문화가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영국 현대문화연구센터(CCCS)의 햅디지(Dick Hebdige)의 <하위문화-스타일의 의미(Subculture-Meaning of style)>를 살펴보면 매스미디어와 문화 산업은 과거 영국의 50∼70년대의 하위문화였던 모드, 테디보이, 록커, 스킨헤드, 펑크 등의 스타일을 받아들이고, 이를 상품화시켜 하위집단의 범위를 넘어 대중화시켰다. 따라서 하위문화가 지녔던 저항적인 코드는 약화, 표준화가 되고, 하위문화는 결국 지배 권력의 문화로 흡수된다고 볼 수 있다(Hebdige, 1979). 오늘날에도 매스미디어와 하위문화의 접합 과정을 통해 생기는 지배 문화로 통합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과거와 달리 매스미디어, 문화 산업에서만이 아닌 다양한 뉴미디어 플랫폼들로 인해 하위문화가 재해석되고 주류 문화에 흡수되는 현상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또한 하위문화가 매스미디어, 뉴미디어를 통해 지배 문화와 통합되는 현상의 예시가 될 수 있다.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은 1900년대 후반 PC통신 동호회에 의해 형성된 하위문화적 특징을 가진 문화에서 2010년 Mnet에서 방영된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부를 과시하고 갈망하는 자본주의적 특징을 지닌 대중적인 문화로 합병되었고, 현재 각종 뉴미디어 플랫폼에서 더욱 확산하여 가고 있다. 따라서 햅디지가 연구했던 매스미디어 영역과 더불어 기술의 발전으로 대중들의 삶에 더욱 빠르게 침투해 영향을 미치고 있는 뉴미디어 플랫폼 영역에서의 합병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한국 힙합과 관련된 기존의 선행 연구들로는 이규탁(2011)은 미국 본토 힙합 문화가 국내에 어떻게 토착화되었으며, 힙합의 어떤 요소들이 성공적으로 수용되었는지에 대해 고찰하였고, 한국 힙합의 진정성(authenticity)에 대해 다룬 성연주·김홍중(2015)의 연구와 이채민·김재범(2015)의 연구가 있다. 또한 한국 힙합과 관련된 연구 중 힙합 패션에 대한 연구들도 존재하였는데, 국내 힙합 뮤지션들의 패션에 대해 분석한 강은지·이정민(2010), 90년대 힙합 패션의 발생과 변천에 대해 다룬 이지현·정은숙(1999), 래퍼들의 플렉스(flex) 현상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패션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박주하·전재훈(2020) 등이 존재한다. 본 연구의 주제와 같은 맥락에 있는 한국 힙합을 햅디지의 하위문화적 관점으로 고찰한 선행 연구로는 과거 한국 힙합 음악의 가사에 나타난 햅디지의 세 가지 하위문화적 특성을 비교 분석한 이한노·이도협(2020), 쇼미더머니 시즌 5 분석을 통해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주류 문화 합병 과정을 살펴본 김태룡·김기덕(2017) 등이 있다.
본 연구가 햅디지의 하위문화적 관점에서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분석한 기존의 선행 연구들과 가지는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의 선행 연구들에서 고찰했던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하위문화적 특징인‘의도적인 규칙 위반’, ‘브리콜라주의 특징’, ‘저항하기’ 특징들과 주류 문화 합병 형태들인 ‘이데올로기적 합병’,‘대량 상품화’형태를 본 연구에서 분석을 통해 재고찰하고 새로운 분석 내용을 추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 이와 더불어 기존의 선행 연구들에서는 힙합 문화의 디스 랩, 랩 배틀, 가사 내용과 같은 비물질적인 요소들을 브리콜라주와 상품으로 물질화시켰지만 본 연구에서는 물질적인 차원의 브리콜라주와 상품화 또한 분석해보고자 한다. 둘째, 햅디지의 하위문화적 특징과 주류 문화로의 합병 형태를 본 논문을 통해 하나로 종합하는 것에 있어 의의가 있다. 기존의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관련 선행 연구들에서는 햅디지의 하위문화적 특징만 다루었거나, 주류 문화로의 합병 형태만 다루었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하위문화적 특징과 주류 문화로의 합병을 통합하여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과거에는 어떠하였고, 현재는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과 맥락을 파악하고자 한다. 셋째, 기존의 선행 연구들에서는 곡 가사, TV 프로그램들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미디어 환경의 발전에 따라 빠르게 성장한 뉴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주류 문화와의 합병 형태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현 상황을 살펴보는 데 있어 차이점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햅디지의 하위문화적 관점(subculture-meaning of style)을 이론적 틀로 활용하여 가사, TV 프로그램 장면, 뉴미디어 플랫폼 영상 장면을 분석해 지금까지의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즉, 연구에서 다룬 하위문화 개념은 무엇인지, 과거의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특징은 어떤 것인지, 하위문화에서 상업문화로의 변화 과정과 특징들은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 나아가 현재와 향후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은 어떤 갈래에 놓여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짚어 보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더욱 복잡해질 미디어 환경과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를 고려하면, 해당 연구가 제시하는 결과물은 추후 이루어질 관련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다.
II. 이론적 배경
하위문화에 관한 연구는 20세기 초 시카고학파에서 시카고의 소수 민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며, 미국에 융합되지 않은 그들만이 지닌 생활 행동과 문화를 중점적으로 관찰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1960년대에 와서 하위문화는 문화의 범위를 넓게 보기 시작한 영국 버밍햄 대학의 현대문화연구소(CCCS, Centre for Contemporary Cultural Studies)에 의해 청소년 영역까지 그 범위가 확장되었다. 버밍햄파는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론과 그람시의 헤게모니론으로 영국의 아놀드와 리비스의 주류문화개념에 반박하며, 인류학적 차원에서 문화에 다가서려고 하였다. 문화는 ‘예술과 지식의 단순 저장고가 아닌 인간의 경험과 특정 삶의 물리적 실천 행위’라는 것으로 정의시키며 노동계급, 청소년, 여성 등의 특수한 경험이 기반이 된 문화에 관한 연구에 집중하였다(Agger, 1992; 김연종, 1998).
영국의 하위문화 연구는 제2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으로 찾아온 일종의 불안정한 사회가 반영된 것이며, 기존 세대에 대한 저항과 지배적인 문화에 대한 거부로 집단 단위가 형성되었다고 햅디지는 주장하였다. 브레이크에 의하면 영국의 노동계급 청년들의 독특한 모습들은 세 가지의 양식인 ‘이미지’, ‘태도’, ‘은어’로 구성되어 있다고 정의되었다. 이 양식들은 특정 하위문화 집단의 공통적인 요소이자 저항적인 의미로 작용하고, 브리콜라주화되어 주류문화에 역행하고 구별되어 진다. 또한 이러한 양식들을 통해 하위문화는 지배 문화와 부모 세대의 문화 양쪽에 대해 상징적인 저항의 형태를 띠게 된다(Hebdige, 1979). 햅디지는 <하위문화-스타일의 의미(Subculture-Meaning of style)>에서 모드(mods), 펑크(punk), 록커(rocker), 스킨헤드(skin head) 등의 하위문화를 분석하며, 하위문화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공유하고 있는 ‘스타일’로 지배적인 사회에 맞서 저항하고, 그들의 하위문화가 매스미디어에 노출되며, 결국 주류 문화(main stream)로 흡수되는 과정을 분석한 바 있다(Hebdige, 1979). 햅디지는 하위문화가 지닌 저항적 의미를 밝혀내기 위해 지배적인 문화에 대한 저항이 간접적으로 표상되어 나타난 하위문화의 스타일에 관해 연구하였다. 그는 표상되어 나타난 하위문화의 스타일은 구성원들의 상징적인 방법이 되고, 그러한 상징적인 수단을 통해 구성원들이 지배적인 사회에 맞서 저항한다고 설명하였다.
햅디지는 하위문화의 스타일에 대해 ‘의도적인 규칙 위반’, ‘브리콜라주의 특징’, ‘저항하기’로 크게 3가지 특징으로 나누었다(Hebdige, 1979). 첫 번째 하위문화 스타일의 특징인 ‘의도적인 규칙 위반’은 하위문화가 주류 문화(main stream)와는 다른 질서를 지니고 의도적으로 주류 문화가 설정해 놓은 규칙을 위반, 주류 문화의 것을 비판하여 구성원인 자신에게로 시선을 끌어모은다는 점이다. 두 번째 특징에서 등장하는 ‘브리콜라주’는 ‘손에 닿는 아무것이나 이용해서 만든 물건’이라는 뜻이다. 즉, 기존의 주류 문화에 사용되는 구성물이 가졌던 본 의미들을 벗겨내 하위문화가 다시 사용하며 전복된 의미를 나타내는 특징이다. 즉, 주류 문화에 속했던 본래 의미들을 삭제 혹은 전복을 시키고, 구성원들 사이에서 상징적인 위치에 위치시키며 상품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마지막 스타일의 특징으로는 ‘저항하기’가 있는데, 하위문화는 하위문화의 스타일을 위협적, 폭력적, 직접적 등으로 나타내며, 주류 문화에 다소 거칠게 저항한다는 특징이다(Hebdige, 1979).
또한, 햅디지는 스튜어트 홀의 ‘하위문화가 미디어를 통해 나타나며, 하위문화의 저항적인 특징들은 주류 문화의 지배적인 의미 안에 위치, 즉 지워지게 된다’라는 주장을 받아들여 하위문화가 미디어를 중심으로 합병 과정을 겪게 된다고 하였다. 그는 주류 문화의 지배적인 흡수 현상을 ‘이데올로기적 합병’ 형태와 ‘하위문화의 대량상품화’ 형태로 분류하였다(Hebdige, 1979). 첫 번째 형태인 이데올로기적 합병은 하위문화가 미디어 등의 지배집단에 의해 하나의 일탈적 광경으로 해석되어 하위문화의 구성원이 의미 없는 이국자가 되거나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으로 해석되며 하위문화의 의미가 재정의되는 것인데, 먼저 하위문화의 일탈적, 반사회적인 행위들에 주목하며 주류 문화의 규칙을 위반했음을 설명하고 하위문화를 사소화, 구성원의 가족과의 생활을 비추며, 그들의 일상적인 면을 나타내어 주류 문화에 대한 저항성을 부정한다. 이를 통해 지배집단은 하위문화의 구성원들을 사회 내부로 재위치시킨다. 두 번째로 햅디지가 설명한 ‘하위문화의 대량상품화’의 형태는 하위문화의 기호들이 대량 생산이 되어 상품의 전환이 된다는 것이다. 햅디지가 짚은 하위문화의 중요한 특징인 ‘소비성’은 하위문화의 스타일이 다양한 분야의 산업 시스템들에 의해 이용이 되며, 상품으로 가공되고 공공화되어 하위문화가 지녔던 고유한 의미를 약화하는 것이다. 본래의 하위문화의 혁신적인 스타일이 상품들로 번역되어 일반적으로 전환되면 하위문화 혁신의 맥락들이 제거되며, 주류가 의도하는 의미로 변형되고, 문화가 일반인들에게 친근해짐에 따라 문제의 사회현실이 이데올로기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게 된다(Hebdige, 1979).
1990년대 초반, 국내 힙합은 미국의 힙합 문화를 처음 받아들이며 활성화되었다. 미국의 힙합 문화가 한국으로 유입되었을 때, 미국의 힙합 문화는 이미 하위문화에서 주류 문화로 변형된 상태였고, 하위문화 학자 슬로빈(Slobin, 1993)이 주장한 상품화된 음악이 글로벌하게 퍼져 나갈 때의 산업적 인터컬쳐(industrial interculture)의 형태로 한국에 유입이 되었다. 이를 단순히 본다면 미국의 주류문화가 한국의 주류문화로 유입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상품으로 가공되어 주류 음악으로 바로 투입되었던 메인스트림 힙합 장르와는 달리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힙합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 PC통신상의 동호회를 시작으로 구성되었다. 지금의 인터넷 환경과 많이 달랐던 1990년대의 PC통신을 통해 미국 본토의 힙합 음악에 대한 정보에 대해 공유하고, 개인의 랩을 녹음해 공유한 활동이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형태는 슬로빈(Slobin, 1993)이 주장한 ‘취미에 의한(affinity) 인터컬쳐’ 형태와도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언더그라운드 힙합 구성원들은 힙합이 본래 지니고 있던 하위문화의 저항성을 지니며, 주류 음악과는 다른 방식의 길을 추구하였다. 상업화 방식의 주류 음악으로 바로 도입되었던 한국의 힙합 문화가 청중에 의해 주류문화에서 하위문화로 재편입된 것이 바로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라고 볼 수 있다. 당시 그들은 매스미디어와 대형 기획사 같은 지극히 상업적이고 지배적인 계층에 대해 거부하는 태도를 지니고, 매스미디어의 무대가 아닌 신촌과 홍대 인근의 클럽으로 주 활동 무대를 잡았다 (김기덕·김기룡, 2015).
초기의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은 물질만능주의, 학벌주의, 부정부패, 기성세대의 지배 문화, 권위와 돈, 그 외 각종 사회의 부조리들에 대한 거부와 비판, 그리고 저항성을 가진 하위문화적 특성이 반영된 주제로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하였다(이한노, 2016). PC통신 힙합 동호회가 활동한 1990년대 중후반에는 김영삼 정부의 금융정책 아래 기업들의 무분별한 과잉투자 경쟁으로 생긴 IMF 금융위기와 시기적으로 맞물린다.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기업 부도, 청년 실업, 양극화, 가정 붕괴, 자살률 급증 등이 사회적 현상으로 쏟아져 나오며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회의감, 분노가 당시 래퍼들의 가사에 담겼고, 당시 활동 중이던 래퍼들은 주로 70년대생들이 주축을 이루었다.
2000년대에 진입하며 인터넷이 생기자 언더그라운드 힙합 구성원들은 PC 통신에서 인터넷으로 플랫폼을 옮기기 시작했다. 많은 PC통신 힙합 동호회 회원들이 힙합 웹진 사이트 힙합플레야, 힙합, 알앤비 전문사이트 리드머 등이 생긴 인터넷으로 옮기고, 주축 래퍼들 또한 1997년 12월에 생긴 마스터 플랜(Master Plan)이라는 클럽으로 힙합 공연을 하기 위해 몰리며 PC 통신 동호회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소울컴퍼니’, ‘가라사대’, ‘빅딜’과 같은 레이블들이 설립되며 힙합플레야와 리드머 사이트와 함께 10대, 20대들에게 하위문화로서 상당한 인기를 받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2001년 12월, 마스터플랜 클럽은 매니지먼트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문을 닫게 되는데, 1997년 PC통신 동호회부터 2001년 마스터 플랜의 폐장 시기까지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형성기라고 정의할 수 있다(김봉현 외, 2008).
형성기 이후 2010년대에는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VMC’, ‘하이라이트’, ‘저스트 뮤직’, ‘일리네어’, ‘AOMG’,‘하이어뮤직’ 등의 다양한 레이블과 회사들이 설립되고 수많은 뮤지션 래퍼들이 등장하며,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에 대한 인지도는 조금씩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2012년도 Mnet 채널에서 제작한 <쇼미더머니>의 등장으로 시작된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본격적인 대중화를 통해, 오버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음악적 수준의 차이가 거의 없어지며, 지극히 대중 친화적인 장르로 변해버렸다. 특히 쇼미더머니 등장의 전과 후로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힙합은 하나의 트렌드이자 장르로 격상하며 부와 성공이 장르의 주 성격으로 바뀌었다 (김태룡·김기덕, 2015). 인지도가 급증함과 동시에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은 지극히 대중화되었고, 언더그라운드의 초창기 물질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이 변질하였다. 또한 본토 힙합에서 인종차별과 어려운 환경 가운데 성장해 랩을 통해 얻은 인기와 재력인 자수성가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Swagger’이라는 문화도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과 같은 장르라는 공통점으로 쇼미더머니의 방영 아래 ‘Swag’라는 유행어가 남발되며 한국의 대중문화에 전파되었다.
쇼미더머니가 방영된 M-net 채널은 케이블 방송 음악 전문 채널로써 지상파 방송 채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중 미디어의 막강한 위력을 지님에 있어서 쇼미더머니가 성공적으로 방영될 수 있었다. 1995년 개국한 M-net 채널은 음악 방송 전문 채널로 2000년 이후 134만 명의 지원자, 최종회 18.1% 시청률, 130만 건의 최종회 시청자 문자 투표 등의 기록을 보유한 <슈퍼스타 K> 시즌 2를 비롯한 슈퍼스타 시리즈들의 큰 성공과 흥행으로 인해 급격한 성장을 이룬 채널로 쇼미더머니 방영 당시에도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 속에 대중들의 많은 이목과 관심을 받고 있던 채널이었기 때문에(조인희·손준혁, 2011) 막강한 대중성을 지닐 수 있었다. 쇼미더머니는 2012년도 6월 첫 방영을 시작으로 시즌 1부터 2020년 11월 성공적으로 종영한 시즌 9까지 평균 시청률 1.5~3.0%를 넘나들며 약 8년 동안 꾸준한 선방을 해오고 있다. 쇼미더머니의 시즌들에서 “Turn up”,“Lets get it”, “Swag”, “Flex’ 등의 다양한 유행어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각 시즌의 음원들은 프로그램 방영 중, 종영 이후에도 매번 각종 음원 차트의 상위권에 위치하며 대중적인 관심을 얻고 있다. 또한 <언프리티 랩스타>, <고등래퍼>, <굿걸>, <힙합의 민족>, <사인히어> 등의 힙합 TV 프로그램들이 쇼미더머니의 뒤를 이어 새로운 장르로서의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프로그램 테마로 다루고 있다(이채민·김재범, 2015).
위와 같은 힙합 TV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이자 성공적 요인은 바로 매스미디어가 대중들에게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대중들에게 친근하고 익숙한 리얼리티와 서바이벌(경쟁) 요소가 합해진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래퍼들이 한 곳에 모여 경쟁적 구도 속에서 제한된 시간 내에 자신의 재능을 보이며 대결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은 리얼리티 요소를 통한 대중들의 관음증적 욕망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재미와 흥미, 그리고 서바이벌 요소를 통한 각 인물의 영웅적 신화 서사가 진행되며, 최후의 1인을 보는 감정 이입과 동질화를 통해 대중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이한노, 2016).
힙합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서로와 경쟁하며 밟고 올라가야 하는 자본주의의 치열한 경쟁 사회가 반영됨과 동시에 프로그램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힙합’이라는 장르에 자본주의의 부와 사치를 연결시켰다. 쇼미더머니 프로그램의 서사를 잠시 살펴보면, 대중들과 심사위원 래퍼들이 참가자 래퍼의 공연이나 랩에 금전적 가치를 매기고 더 높은 금전적 가치가 매겨진 래퍼가 진출하는 공연 방식을 취한다. 이는 기존의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K-pop스타>,<슈퍼스타K>와 같은 기존의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보다 훨씬 신자유주의적이다. 결국 프로그램 내용의 처음부터 끝까지 돈으로 구성되고, 대상에게 금전적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들과는 다르게 하위문화의 구성원인 래퍼들의 거친 입담과 욕설 등의 저항적인 면을 방송에 송출함으로써 대중들이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리얼리티의 자극적인 요소 또한 극대화되었다.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장르는 초기 형성기의 사회주의적 장르에서 쇼미더머니와 같은 매스미디어 프로그램들을 통해 철저히 자본주의, 신자유주의적 장르로 변화되었고, 변화된 장르는 뉴미디어를 통해 더욱 견고해지고 과거의 특징을 지우며 현재의 모습으로 대중들의 인식에 정착하게 되었다. 최근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방송 콘텐츠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TV뿐만이 아닌 뉴미디어 플랫폼 Youtube에서도 쇼미더머니에서 재해석시킨 힙합 문화뿐만이 아닌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들이 플랫폼을 통해 대중들에게 퍼져나가고 있다(김은정, 2020). 현재 <MIC SWAGGER>, <Dingo Freestyle>, <힙합플레이야> 등 대형 유튜브 힙합 관련 채널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되며, 대중들에게 많은 인기와 주목을 받고 있다. 유튜브의 힙합 관련 채널들은 과시적이고 향락적으로 재해석된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의 요소들을 콘텐츠로 상품화시켜 뉴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더욱 세밀하고 반복적으로 유통하고 있다. 유튜브 힙합 관련 채널들과 함께 쇼미더머니의 방송사인 Mnet 또한 유튜브 내 <Mnet Official> 채널 개설을 통해 래퍼들이 쇼미더머니 방송에서 공연한 영상을 꾸준히 게시하고 있듯이 현재 기존의 공중파, 지상파 방송사들은 서로 앞다투어 유튜브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시키며 뉴미디어에서 자신들의 영토 또한 인클로저(enclosure) 시켰다. 이로 인해 Mnet을 비롯한 여러 매스미디어 방송사들은 TV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에 프로그램 자체를 보지 못하더라도 방송사들이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숏폼(short-form) 포맷 형식의 영상을 대중들에게 제공함으로써 TV뿐만이 아닌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쇼미더머니식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현재 각종 매스미디어, 뉴미디어 플랫폼의 힙합 관련 콘텐츠들에서 유행어로 자주 사용되고 있는 플렉스(Flex) 단어는 본토 힙합에서 2000년도 9월 MTV에서 방영한 <Cribs>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적으로 확산하였다. 해당 프로그램은 각종 셀러브리티의 호화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으로 플렉스 현상은 대중들에게 많은 인기와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되었다(박주하·전재훈, 2020). 국내에서는 2019년 Mnet의 <쇼미더머니8>과 유튜브 채널 <딩고프리스타일>에 출연한 래퍼 염따가 고가의 물건들을 구매하고 자랑하며 플렉스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하면서 일종의 신조어로 유행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Mnet의 <쇼미더머니>, <굿걸>, <고등래퍼> 등의 힙합 프로그램을 포함한 매스미디어의 프로그램, 유튜브 영상들에서 ‘플렉스’라는 표현이 유행어 형식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박태호 외, 2020). 이후 플렉스 문화는 다양한 플랫폼들에서 사용되며 대중들에게 노출도가 높아졌다. 현재 대중들에게 일종의 트렌드이자 라이프스타일이 된 플렉스는 <사람인>이 2020년 2월 약 3,064명의 20, 30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수용자들의 인식 또한 52.1%의 긍정적인 인식을 받고 있고, 긍정적인 인식의 약 54.5% 응답자가 자신의 플렉스 소비를 희망한다고 응답하였다. 설문 결과를 통해 각종 미디어를 통한 국내 힙합-셀러브리티들의 플렉스 문화는 대중들에게 긍정적인 의미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정기·황우념, 2021).
플렉스(flex)는 본래 ‘구부리다’, ‘몸을 풀다’, ‘힘을 주다’의 사전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플렉스라는 단어는 1990년대 이후 자수성가한 미국 본토 흑인 래퍼들 사이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는데, 자신이 지닌 부 혹은 능력을 과시하거나 살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자랑하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이혜미, 2020). 플렉스 현상은 본토 힙합에서 과거 노예 시대와 인종차별로 겪었던 억압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로 고가의 악세사리, 의류 등을 착용하며 부와 능력을 과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박주하·전재훈, 2020), 한국 힙합의 시대적 배경은 과거 흑인들이 겪었던 노예 시대와 인종차별을 겪지 않아 맥락상 맞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장르에서 유행하고 있는 ‘Flex’라는 문화는 특정한 인종적 의미와 역사가 내포된 행위가 아닌 단순 모방이라는 차원에서 인터컬쳐(inter-culture), 혼종성(hybridization), 문화변환(transculturation) 혹은 교차 풍부화(cross-fertilization) 등으로 인해 정착한 역사적 뿌리가 없는 문화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자아 회복과 자수성가를 과시하기 위해 생성된 플렉스 문화와 비슷한 개념을 지닌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는 재화 및 용역으로 자신의 금전력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많은 재화와 용역을 소비하는 것이다(Veblen, 1934). 과시적 소비는 Veblen의 유합계급론(The Theory of Leisure Class)에서 처음 언급하면서 개념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과시적 소비는 사회적 지위나 권위를 유지하거나 생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부를 전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시적 소비는 ‘부의 전시’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며 타인에게 존경과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행위라고도 볼 수 있다(성영신, 1994). 과시적 소비에 대한 대부분의 선행 연구들은 과시적 소비 행동의 동기를 개인이 손상된 자신의 자아 회복을 돕는 물질적인 차원에서의 보상에 초점을 맞춰놓고 있다. 또한 물질적인 구매를 통한 보상으로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손상된 자아가 회복될 것이라는 동기는 개인의 기대감 때문에 존재한다. 이와 같은 선행 연구를 통해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손상된 자아를 회복시키기 위한 과시적 소비 행위의 동기와 자신의 자아 회복과 자수성가의 과시를 위해 많은 재화를 소비하는 플렉스 문화의 동기가 일치하며, 소비의 동기와 행위가 같은 맥락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연구는 과거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하위문화적 특징과 매스미디어에 의해 주류문화로 흡수되며 합병된 이데올로기와 하위문화의 대량상품화 형태에 대해 고찰하고 해석된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뉴미디어 플랫폼 영역에서는 어떻게 다루어지고 대중들에게 전파되고 있는지에 대해 찾아내고자 하는 연구이다. 따라서 과거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의 하위문화적 특징에 관한 연구 문제 1,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의 주류 문화 합병 과정과 특징에 관한 연구 문제 2, 뉴미디어 플랫폼 영역에서의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에 관한 연구 문제3을 설정하였다.
III. 연구방법
연구 문제 1을 알아내기 위해 먼저 햅디지가 주장한 하위문화 특징인 ‘의도적인 규칙 위반’, ‘브리콜라주’, ‘저항하기’가 드러난 6개의 곡 가사를 선정하여 가사 분석을 진행하였다. ‘의도적인 규칙 위반’ 특징이 드러난 곡들은 1999 대한민국의 <우리 같이 해요>, UMC의 <XS Denied>,‘브리콜라주’특징이 드러난 곡들은 이현도의 <힙합 구조대>, 라쿤의 <1999>로 선정하였고, ‘저항하기’특징이 드러난 곡들은 4WD의 <노자>, 이센스의 <Ryhme King>으로 선정하였다. 곡 선정의 주요 기준은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형성기인 1997년도부터 2010년 사이에 발매된 곡들을 주 대상으로 선정하였고, 2014년에 발매된 래퍼 라쿤의 <1999>는 1999년도 당시의 힙합 패션에 대해 가사에서 상세히 드러나 있음으로 형성기에 발매된 곡은 아니나 본 연구의 분석에 추가하였다. 분석에 사용된 곡들은 다음의 <표 1>과 같다.
곡명 | 아티스트 | 발매년도 |
---|---|---|
우리 같이 해요 | 1999 대한민국 | 1999년 |
XS Denied | UMC | 2005년 |
힙합 구조대 | 이현도 | 2004년 |
1999 | 라쿤 | 2014년 |
노자 | 4WD | 2000년 |
이센스 | Ryhme King | 2008년 |
먼저 연구 문제 2인 주류 문화 합병 형태를 추출하기 위해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본격적인 대중화를 이끈 Mnet에서 방영한 쇼미더머니 시즌들에 나오는 장면들을 부분적으로 분석하였다. 먼저‘이데올로기적 합병 형태’를 살펴보기 위해 이데올로기적 합병 형태가 드러나 있는 영상 1, 2, 3, 4, 6의 장면들을 선택하였고, ‘브리콜라주의 대량상품화’를 알아보기 위해 영상 7, 8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추출된 주류문화로서의 특징들이 유튜브 플랫폼에서는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에 대해 탐색하기 위해 <Dingo Freestyle> 채널에서 2021년 6월 기준으로 600만 조회 수 이상의 영상 중에서 영상 4개의 장면을 분석하였다. 분석에 사용된 영상 장면들은 다음의 <표 2>와 같다.
IV. 연구 결과
초기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에서 형성된 ‘의도적인 규칙 위반’ 특징은 1997년 발생했던 IMF 경제 위기로 인한 한국의 정서적, 경제적으로 힘든 환경이 주 배경이 된다.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대한민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와 더불어 공업을 중심으로 경제시장에 고성장을 맞이하였다. 경제 위기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경제 현상 중 하나였고, 마르크스(Marx)가 주장했던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생겨난 실물적 붕괴 현상이었다. 1997년 한국이 경제 위기를 맞아 대기업, 중소기업들이 줄줄이 부도를 맞이하기 시작하였다. 기업들의 부도와 구조조정을 통해 실업률은 높아짐에 따라 가정경제가 침체되었고, 가정경제의 침체로 인한 자영업까지 연쇄적으로 불황을 겪었다. IMF 경제 위기가 발생한 이후 약 2년이 지난 1999년 시점에서도 빈곤의 시대 속 빈부격차는 심해졌고, 정치권에서는 파업 유도, 로비, 고위 공직자들의 구속 사태까지 지배 계층들의 비리 사건이 일어났으며, 1999년 2월 실업률은 8.7%의 수준을 나타내며 높은 실업률로 인해 가정경제는 침체하였다. 초기의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시대적 배경은 이러한 당시 한국 경제 위기와 맞물린다.
햅디지가 연구하였던 영국의 펑크 록 하위문화 또한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의 이런 시대적 배경과 많은 부분이 일치한다. 영국의 펑크 록 역시 태초는 1970년대 초반의 미국에서 형성되었지만, 영국에 펑크 록이 유입되는 시기에 1976년 영국의 경기침체로 인해 IMF 체제에 들어서며 실업률이 높아지고 많은 노동 계층의 청년들이 실직자가 되어 그들이 펑크 록의 저항적, 사회비판적이고 과격한 가사와 퍼포먼스를 통해 이에 대한 분노와 비판을 표출하였던 바 있다. 비슷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던 당시 한국 래퍼들 역시 각종 비리, 파업, 실업, 빈부격차로 이루어져 있던 사회를 향한 절망, 분노와 비판이 주제인 사회비판적인 태도로 가사를 쏟아내었다. 사회비판적인 태도와 지배 권력에 대한 저항은 햅디지가 주장한 주류 문화에 대한 의도적인 규칙 위반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사회비판적인 태도와 지배 권력에 대한 저항적 태도는 1999대한민국이라는 힙합 프로젝트 앨범의 <우리 같이 해요>의 가사와 래퍼 UMC의 <Xs Denied>의 가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99년 모든 게 끝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좌절감 속에 많은 이들 하루하루를 그냥 보내고 있지만 모두 마찬가지, 하루살이 하루 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하루 살잖아. (중략) 들어봐, 우린 지금 어려운 시대에 대해 논하고 있는 거야. 실업률 우리나라 급격히 높아만 가고만 있는데 (중략)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울고 있는 아이들, 직장을 잃고 삶의 회의를 느끼시는 아버지들, 방황하는 청소년들(그 모든 이들)”
- 1999대한민국의 <우리 같이 해요> 가사 中
위 가사에서는 한국의 IMF 금융 위기가 시기적으로 맞물려 두려움과 좌절감, 어려운 시대, 실업률 등 한국의 위기 상태가 힙합 문화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모든 세대가 IMF 금융 위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가사에서 표현하고 있다. 특히 가사 중 어려운 시대 / 실업률 /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 삶의 회의를 느끼시는 / 방황하는 등의 표현들은 다소 대중들의 무기력한 모습을 묘사하고 있지만, 대중들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며 분노를 느끼고 있으며, 권력에 대한 복종이 아닌 대중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는 권력을 폭로하고 있는 가사라고 볼 수 있겠다.
“무럭무럭 자란 아들 총선에 출마했군요. Drunken Tiger 훨씬 이전에 수건에 이름을 썼군요. 진정한 힙합 전사. 우리나라 국회의원 큰 차 끌고 다니고 매일 서로 Diss하잖아. (중략) 노동자들을 짜른게 너 미군의 합법적 살인을 방치해둔 것도 너야 근데 왜 내 입을 막아? (중략) 공부는 영 별로인 아들 하지만 부모는 돈 많아 20억 주고 대학 보낼까? 얼굴을 고쳐 가수 시킬까?
- UMC의 <Xs Denied> 가사 中
래퍼 UMC는 빈부격차,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 교육 체계 등에 대한 비판과 저항을 가사에서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무럭무럭 자란 아들 / 부모는 돈 많아 20억주고 대학 보낼까? / 얼굴을 고쳐 가수시킬까 등의 가사들을 통해 빈부격차 속 권력 계층들의 부조리와 교육 체계의 입시 부조리를 함께 비판하고 있다. 총선에 출마/ 진정한 힙합 전사 / 국회의원 큰 차 / 매일 서로 Diss 의 가사에서 알 수 있듯이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와 언쟁을 진정한 힙합 전사라는 풍자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해 직접적으로 분노를 표출한다. <Xs Denied>의 가사의 중간중간 많은 비속어와 욕설이 들어가 있는데, 이와 같은 부분 또한 의도적인 주류문화의 규칙을 위반하는 특징에 포함될 수 있다. 당시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곡들은 방송 출연의 목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전 심의를 거치지 않고 욕설과 비속어 등을 통해 사회의 전반적인 부조리에 대해 과격하게 비판하였다. 따라서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구성원들이 지배 권력층이 만든 노래 심의 기관, 음반심의, 방송 금지, 방송 규제 등의 규칙들을 위반하며 비속어와 욕설을 가사에 담는 행위는 햅디지가 언급한 ‘의도적인 규칙 위반’에 해당한다.
햅디지의 두 번째 특징인 ‘브리콜라주’의 특징은 힙합 문화의 패션에서 찾아볼 수 있다. 패션은 단순한 의류와 스타일이 아닌 문화적 코드이자 집단의 상징적 표현 수단이다. 본토인 미국에서의 1970-80년대 힙합 패션은 비보잉 등을 편하게 추기 위하거나, 빠른 신체적 성장에 옷이 작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오버사이즈 실루엣인 통 큰 바지나 스포티브(spotive) 스타일의 트랙 웨어, 배기 팬츠, 후드 티셔츠 등의 의류들을 기존 사회에서 가져와 브리콜라주화 시켰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토에서의 힙합 패션은 주류사회의 부와 명예의 상징인 비싼 브랜드와 주얼리 등의 럭셔리 브랜드 물건들이 백인사회에 대한 저항성이자 상징적인 물건으로 힙합 문화의 브리콜라주로 편입되었다. 럭셔리 브랜드의 패션 브리콜라주는 흑인들의 암울한 과거와 백인사회에서 억압에 대한 거부성, 그들이 배제된 부와 지위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되어 형성되었다. 초기의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은 1980∼1990년대의 힙합 패션에 접하여 통 큰 바지나 스포티브(spotive) 스타일의 트랙 웨어, 배기 팬츠, 후드 티셔츠 등의 힙합 패션 브리콜라주를 이어받았다. 이러한 힙합의 브리콜라주 특징은 과거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패션을 가사에서 회상한 이현도의 <힙합구조대>, 라쿤의 <1999>에서 드러난다.
“그 땔 기억하지 큰 T-Shirts에 헤드폰만 끼면 우린 힙합파지. 이젠 힙합바지 누구나 하나쯤은 있지 하지만 그렇다고 힙합이 커진 건 아니라지. 늘어난 건 오직 힙합바지”
- 이현도 <힙합 구조대> 가사 中
“마이마이 나이키 조던 농구화 한 켤레에 설레였던 설레발레 교실의 코스프레 (중략) 마이클 조던 신발 살래 울 엄마를 조르던 까까머리 타이로는 삭발로 플립 열면 안테나가 올라가는 핸드폰 똥산바지 골반바지 완성은 농구화 내 발과는 다르게 사이즈는 거대화”
- 라쿤의 <1999> 가사 中
가사의 큰 T-Shirt / 힙합 바지 / 나이키 조던 농구화 / 똥산바지 / 골반바지에서 초기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은 본토 힙합의 스트리트-패션을 자연스럽게 이어받아 ‘힙합파’라는 하위문화적 집단의 상징적인 패션으로 브리콜라주화가 된 것을 알 수 있다. 가사들에서 묘사되는 패션 스타일을 살펴보면 2000년대 이후 본토 힙합 패션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값비싼 시계, 다이아 목걸이 등의 하이 패션 편입은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형성기에서는 언급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특징인 ‘저항하기’는 현재까지도 많은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음악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국내 랩 음악에서는 욕설과 비속어가 빈번하게 등장하며 저항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욕설과 비속어는 일종의 충격 기법임과 동시에 자기표현의 양식으로 거리에서의 언어와 폭력성을 보여주고 있다. 욕설과 비속어가 가사에서 난무하는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저항하기’의 특징은 4WD의 <노자>와 이센스의<Rhyme king>를 비롯한 대부분의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가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타 의식의 DJ uzi의 의지 없어 보이는 rappin’이 요새 나의 귀를 건드리지 간드러지는 uzi’s mind 음성 변조 목소리가 나오는 곳이 너의 주둥아린가. 미국 가서 욕만 배운 미친 조 PD 그게 좋아 꼬붕이 된 DJ uzi”
- 4WD의 <노자> 가사 中
“대개들 가나다라마바사, 빠라빠라빠라바 아자차카타파하, 마람바다야바다. 이런데 흥분해버리고 그 Rapper 좀 짱. Oh, Shit 기본도 못해 난 졸라 잠온다만 귓구멍만 송장을 만들어놓은 다음 ‘여러분 우리가 Rhyme King이에요’”
-이센스의 <Rhyme King> 가사 中
위의 가사들과 같은 비속어, 욕설과 같은 거친 언어의 사용은 주류 문화와 권력층에 대해 도전과 저항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지배 권력에 대한 거부 표현이자 이데올로기적 불복종으로 저항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하위문화적 특징을 간략히 정리하면 <표 3>과 같다.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하위문화적 특징 3가지 | |
---|---|
‘의도적인 규칙 위반’ | 빈부격차, 부정부패, 자본주의, 교육 비리 등의 각종 사회 부조리에 대한 거부와 비판. |
‘브리콜라주’ | 1970-80년대의 본토 힙합 패션 브리콜라주를 이어 받음. |
‘저항하기’ | 비속어와 욕설과 같은 거친 언어의 사용을 통해 주류문화에 대한 도전과 저항. |
햅디지의 이론에 입각해 살펴보면, 과거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힙합은 하위문화로서 ‘의도적인 규칙 위반’, ‘브리콜라주’, ‘저항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었지만, 2012년 6월 매스미디어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 의해 전반적으로 재해석되고 주류 문화 내로 재배치되었다.
먼저 <쇼미더머니>를 통한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이데올로기적 합병은 크게 2갈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로는, 기존의 자본주의와 돈에 대해 저항적이던 이데올로기가 메인스트림의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와 합병을 하게 된다는 갈래, 둘째로는, 카메라를 통해 지원자 래퍼들의 가족 관계, 친구 관계를 비추며 래퍼들의 행동과 음악을 단순 일탈로 사회 내부로 재편입시키고 저항적인 면을 축소시키는 이데올로기적 합병을 하는 갈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미 프로그램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은 돈(money)에 대한 자본주의와 물질만능주의의 가치관이 철저히 반영되었고,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구성원들의 가치관이 돈과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전환된 점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구성원들은 래퍼로서의 금전적 생활이 어려운 구조가 반복되자 기존의 자본주의와 돈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버리고 주류문화에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며, 주류 문화의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와 합병을 하게 된 것이다. 2016년 5월 20일 쇼미더머니 시즌5 2화의 22분 41초 장면에서 참가자 래퍼 씨잼은 2차 예선 무대를 선보이기 전 심사 래퍼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심사의원의 질문에 대해 아래와 같이 대답한다.
“더콰이엇(심사위원): 근데 저도 의아하긴 했거든요. (씨잼의 참가 계기에 대해)”
“씨잼(참가자): 솔직한 건 이거죠. (돈을 상징하는 제스쳐를 취하며) 솔직한 제 대답은 힘들어서가 아니라 제가 원해서 쇼미더머니는 많이 즐기면서 제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 래퍼 씨잼의 인터뷰 中 (2016년 5월 20일. 시즌5 2화 22분 41초)
래퍼 씨잼은 이미 시즌 4에서 결승까지 오른 실력과 대중들의 인지도가 있던 래퍼였으나 자신이 쇼미더머니 시즌 5에 다시 참가자로 참가한 것에 대해 짧은 응답이지만 돈을 벌기 위해 참가하였다고 대답한다. 대부분의 래퍼 참가자들이 쇼미더머니에 참가한 계기가 유명세를 따르는 돈이라고 당연하고 부끄럽지 않게 응답하는 것은 기존의 자본주의와 돈에 대한 1세대들의 비판적 태도와 정반대의 입장에서 주류 문화의 자본주의를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형성기 이후의 래퍼들만이 주류 문화의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과거 1세대로 활동하였던 래퍼들 또한 자신의 음악과 환경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오자 주류 문화에 대한 저항적인 태도를 버리고 지배 세력인 매스미디어로 출연한다.
<그림 1>의 장면과 같이 실제 언더그라운드 1세대로 활동하였던 원썬, 피타입, MC한새와 같은 많은 1세대 래퍼들이 기존에 취했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태도, 주류 문화에 대한 저항적인 태도를 버리고 출연하지만, 대부분의 1세대 래퍼들은 서바이벌 라운드의 낮은 단계에서 탈락하였고, 방송에서 1세대의 음악적 스타일은 시대적 트렌드에 뒤처진 것으로 묘사되었다. 언더그라운드 1세대 래퍼들의 쇼미더머니 출연과 탈락은 결국 지배 세력이 재해석된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장르에서 1세대 래퍼들에게 ‘탈락자’라는 새로운 의미를 대중들에게 새겨 넣으며 기존의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하위문화로서 상징적으로 지녔던 반자본주의, 자본주의 비판적 특징 등의 저항성이 더욱 약화될 수 있게 만들어준다.
2016년 5월 20일 2화 36분 37초 장면에서 래퍼 도끼(Dok2)는 참가자 래퍼들과 관중들 앞에서 프로듀서 특별 공연을 선보인다. 특별 공연 당시 불렀던 Berverly 1ils 가사는 다음과 같다.
“날 엿 먹이는 놈들 입에 돼 물리지 개소리는 집어치우고 부자가 된 적 없듯 돈 벌어 달에 억이 이젠 average지. 힙합은 가난하단 것은 깨버린지 오래 보란듯이 백만장자 돼버리기 Lets go get the money go get the money”
- 프로듀서 Dok2 특별 공연 中 (2017년 7월 28일 시즌6 5화 21분 37초)
래퍼 도끼는 국내 래퍼들 중 자수성가의 표본이자 부의 상징인 래퍼로 인식되며 대중들의 많은 관심과 인기를 받았던 래퍼 중 한 명이다. 그는 컨테이너에서 가난하게 살던 시절에서 고급 승용차, 고급 시계, 고급 저택, 자신의 수입 등 자신의 성공과 부에 대해 과시하는 가사를 많은 곡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위와 같은 쇼미더머니6의 프로듀서 특별 공연에서도 도끼는 “보란 듯이 백만장자 돼버리기”, “달에 억이 이젠 average(평균)이지).”, “Lets go get the money(돈을 벌러 가자)”등의 가사를 통해 자신의 부에 대해 과시하고, 더 많은 부에 대해 갈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래퍼 도끼(Dok2)를 비롯해 <쇼미더머니>에 출연하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출신 구성원들의 많은 곡과 발화에서 이러한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적 이데올로기와의 합병이 구체적이고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두 번째 이데올로기 합병인 카메라를 통해 지원자 래퍼들의 가족 관계, 친구 관계를 비추며, 래퍼들의 행동과 음악을 단순 일탈로 사회 내부로 재편입시키고, 저항적인 면을 축소시키는 이데올로기적 합병은 햅디지의 펑크족에 관한 연구와 비슷한 형태로 해석된다. 역대 <쇼미더머니> 시즌들은 후반으로 갈수록 서바이벌 프로그램 특징상 출연자 인원이 줄어듦으로써 출연자 래퍼 개인의 생활을 좀 더 가까이 관찰하고, 출연자 래퍼들은 가족, 혹은 친구에 대한 주제로 공연 곡을 쓰기도 한다. 2018년 5월 02일. 시즌9 8화 35분 34초 장면에서 래퍼 미란이는 세미파이널 경연 전 인터뷰에서 자신이 어머니 가게에서 일하는 장면과 함께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여기는 저의 어머니 가게입니다. 자주는 못 도와드리고 가끔 오긴 했어요. 원동력은 딱 하나였던 것 같아요. 엄마. 제가 아르바이트하면서 작업해도 되니까 그 가게 때려치게 하고 싶어요. 그게 제 소원이에요.”
- 래퍼 미란이의 세미파이널 인터뷰 中 (2020년 12월 18일. 시즌9. 9화 53분 25초)
래퍼 미란이는 쇼미더머니 9 세미파이널 전 인터뷰 장면에서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게와 과거 어려웠던 집안 형편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가족 관계를 비춘다. 이 역시 지배 집단인 미디어에 의해 하나의 일탈적 광경으로 해석되어 다소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으로 해석되며, 기존의 저항적인 이데올로기가 재정의되는 것인데, 참가자 래퍼 미란이의 일상적인 가족의 삶을 비추며 행동과 음악을 단순 일탈로 사회 내부로 재편입시키고, 저항적인 면을 축소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쇼미더머니 시즌 4에 출연한 래퍼 송민호의 세미-파이널 경연에서 <겁>이라는 곡을 부르는 장면에서도 이와 같은 이데올로기적 합병 형태를 찾아볼 수 있다.
“멈추지 마라 아직 할 일 많아. 뒷바라지하는 부모님의 사진 봐. 넌 동생들의 거울이자 가족들의 별, 네가 잠을 줄여야만 그들이 편하게 숙면”
- 송민호의 세미파이널 공연 中 (2015년 08월 21일. 시즌4. 9화 18분 04초)
위와 같은 송민호의 <겁>이라는 쇼미더머니4 경연곡에는 래퍼 송민호 역시 평범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힘들게 일을 하며 지원하는 부모님과 동생들과 가족의 생활 환경에 대해 걱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방송에서 편집되어 방영되는 이러한 맥락의 스토리텔링은 하위문화적 특징을 가진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대중들이 그들과 같은 입장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메인 스트림의 내부로 위치시킨다. 특히 세미-파이널, 파이널과 같은 경연에서 쇼미더머니는 참가자 래퍼의 경연 무대 방청석에 찾아와 응원하는 장면을 대중들에게 비춰줌으로써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햅디지가 저서에서 언급한 ‘대량상품화’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쇼미더머니>를 시작으로 각종 매스미디어와 뉴미디어 플랫폼들에서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는 대량 상품화가 되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은 물질적 차원과 비물질적 차원의 브리콜라주의 대량상품화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다. 먼저 비물질적 차원의 브리콜라주 상품화는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거친 언어적 특징이 내포된 문화들을 상품화시켜 방송에서 유통한 팀 배틀, 디스 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래 미국 본토 언더그라운드 힙합에서 백인들의 억압과 욕설을 견디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서로에게 비판과 욕설을 하며 누가 견뎌내느냐가 관건인 ‘the dozens’라는 흑인들의 저항 의식과 맞물려서 만들어진 ‘the dozens’문화(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에서는 디스 랩으로 알려져 있다)를 쇼미더머니에서는 방송 콘텐츠에 알맞게 디스배틀랩 콘텐츠로 구성하여 대중들에게 제공하였다. 이는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고유 문화인 디스 랩, 팀 배틀 문화를 매스미디어를 통해 대량상품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디스 배틀 랩, 팀 배틀의 상품화 장면은 다음의 <그림 2>와 같다.
쇼미더머니에서는 힙합의 저항적 문화인 디스, 팀 배틀 등과 같은 비물질적 브리콜라주를 콘텐츠로 상품화시켜 참가 래퍼들의 과격하고 폭력적인 모습들을 담아 대중들에게 자극적으로 전달하였다. 기존의 본토 문화에서 유래한 의미와는 달리 쇼미더머니에서는 상대 래퍼에게 과격하고 자극적인 가사와 제스쳐로 디스를 하는 행위에만 초점을 맞추어 프로그램의 리얼리티 효과를 극대화했다. <그림 3>의 장면을 보면, 2018년 방영되었던 쇼미더머니7에서는 참가자 래퍼들의 공연을 보고 해당 래퍼에 대해 금전적 가치를 매기는 래퍼 평가전 라운드가 생긴다. 기존의 시즌들에서도 관객들이 참여하는 경연 무대들에서 관객들이 래퍼들의 공연을 보고 돈을 스위치에 입력하는 방식의 평가가 진행되었는데, 래퍼가 심사위원들과 대중들이 보고 있는 카메라 앞에서 공연을 펼치고, 관객들과 심사위원들이 래퍼의 공연과 래퍼의 가치에 대해 돈으로 환산하여 발표하는 행위들은 삶의 모든 영역에 시장적 가치를 강조하고, 가치를 매기는 신자유주의 사상과도 일치한다. 이 같은 부분은 단순히 디스랩, 팀배틀 문화만이 대량 상품화된 것이 아니라, 매스미디어에서 쇼미더머니에 출연하는 래퍼들과 그들의 공연을 상품화시켜 마치 물건에 값을 부여하고 진열대에 진열하듯이 대중들에게 유통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등혜림(2019)은 힙합음악 소비자 유형에 따른 소비동기와 소비행동에 관한 실증적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연구에서는 607명의 10대/20대의 일반 소비자와 힙합커뮤니티 사이트 이용자를 중심으로 설문을 받은 바 있는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41개의 소비 동기 중에서 ‘힙합 가수를 좋아해서’ 동기가 2번째로 평균치가 제일 높았고, 8개의 힙합음악 소비자의 곡 선택 기준에서 ‘선호 가수’가 제일 높은 빈도분석 결과로 나왔다. 연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현재 대중의 힙합 문화에 대한 소비는 힙합 가수, 즉 힙합-셀러브리티가 대중들의 소비와 문화를 향유하는 데 있어 중요한 위치와 동기로 존재한다. <쇼미더머니>를 통해 대량으로 배출된 래퍼-셀러브리티들은 매스미디어가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를 주류 문화로 재배치시키며, 대중들에게 새로 합병된 문화를 제시할 때 핵심적인 구실을 한 비물질적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 4>에 나온 패션처럼 스포티브(spotive) 스타일의 트랙 웨어, 후드 티셔츠, 배기 팬츠, 통 큰 바지, 스냅백 모자, 볼캡 모자, 각종 악세사리 등으로 구성된 과거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형성기 때부터 유행하던 미국 본토의 1980년대-90년대의 힙합 스트리트-패션 또한 매스미디어를 통한 노출에 의해 대량 상품화되었다. 과거 히피와 펑크 등에서 패션이 매스미디어에 의해 대표적으로 대량 상품화가 되었듯이, 패션은 단순한 의류와 스타일이 아닌 문화적 코드이자 집단의 상징적 표현 수단이 반영되어 있다.
초기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부터 브리콜라주로 형성되어 왔었던 스트리트-패션 또한 쇼미더머니를 통해 대중들에게 노출됨으로써 대중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쇼미더머니를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많은 이익을 창출한 래퍼들은 스트리트-패션에 고가의 의류와 악세사리 등의 하이-패션과 접합시키기도 하였다. 이는 성공한 래퍼들이 본토 힙합의 200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자수성가를 뽐내는 하이-패션의 영향을 받고 자신들의 대중적인 성공에 자수성가 문화를 같은 문화적 맥락상에서 자신들에게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힙합 패션 관련 선행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쇼미더머니에 참가한 참가 래퍼들의 아디다스 트랙웨어, 귀걸이, 스냅백, 캡모자, 나이키 신발 등과 같은 스트리트-패션들은 쇼미더머니를 시청한 대중들의 패션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기존의 운동복, 기능성 의류들은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브리콜라주화에 의해 힙합 패션의 코드로 변환되었고, 힙합 패션 브리콜라주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대중들에게 대량으로 상품화되기 시작하였다.
쇼미더머니 시리즈의 장면들을 통해 분석한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주류문화 합병 과정은 <표 4>와 같다.
미디어를 통한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합병 과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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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적 합병 형태 |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 이데올로기와의 합병 |
가족, 친구관계를 통해 사회 내부로 위치 | |
대량상품화 | 디스랩, 랩배틀 등의 저항적 코드 대량상품화 |
힙합-셀러브리티의 대량상품화 | |
스트리트 패션과 하이 패션의 대량상품화 |
뉴미디어 플랫폼 중 하나인 유튜브 플랫폼에서도 쇼미더머니에 의해 만들어진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적 합병은 더욱 고착된다. 힙합 관련 음악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 <dingo freestyle>에서는 <killing verse>라는 콘텐츠 프로그램으로 매주 게스트에 선정된 래퍼가 자신이 선정해온 곡들을 모아서 연달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콘텐츠이다. 2019년 6월 19일 공개된 래퍼 창모의 킬링벌스 라이브는 2021년 06월 21일 기준으로 약 2,900만 조회 수를 달성하고 있는 킬링벌스 시리즈 중 높은 조회 수에 속해 있는 영상이다. 해당 영상에서 나오는 <BAND>라는 가사는 다음과 같다.
“BAND check BAND check BAND check BAND check 천원 bands 만원 bands 사임 벤자민 bands 마오 bands 파운드 bands 옌 bands 유로 Bands 유럽 가봤니? 안 가봤어도 난 환전하지 다 사봤지 그래서 난 돈으로 돈 사는 지경에 이르렀다 리미티드 에디션 미련 없다 무소유 gang 건물은 왜 사 건물을 묶어논 다이소에서 지른 두터운 밴드”
– 창모의 <BAND> 가사 中 (딩고프리스타일 채널 킬링벌스 창모 편, 02분 16초)
래퍼 창모는 ‘돈 벌 시간2’앨범을 발매하며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래퍼이다. 그는 비록 쇼미더머니에 참가자 래퍼로 출연하지 않았지만, 쇼미더머니에서 심사위원, 프로듀서 공연, 피처링 래퍼, 비트 메이킹 등의 역할들을 통해 참가자 래퍼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래퍼로 상품화되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2020년 발매한 래퍼 창모의 정규 1집인 ‘Boyhood’의 타이틀 곡인 <METEOR>가 2020년 연간 차트 2위에 오르는 기록을 보이며 2020년대에 들어서 대중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래퍼-셀러브리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주로 돈과 부에 관련된 내용과 래퍼로 성공한 자신의 경험으로 가사에 표현한다. 창모가 킬링벌스에서 부른 <BAND>라는 곡의 훅인 ‘천원 bands 만원 bands 사임 벤자민 bands 마오 bands 파운드 bands 옌 bands 유로 Bands’에서 사임은 5만원권 신사임당을 뜻하며 벤자미는 미국의 100달러 속 벤자민, 마오는 중국 위안에 그려진 마오쩌둥, 옌은 일본의 엔화를 뜻한다. 창모의 곡에서 band는 ‘돈’,‘돈다발’을 의미하며 ‘돈을 벌어보자’라는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며 오로지 부를 갈망하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적 합병이 반영되고 있다.
주류문화로 흡수된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적 합병은 유튜브 플랫폼에서 래퍼들의 라이브, 뮤직비디오에서 재현(representation)되는 것만이 아닌 래퍼들의 V-log에서도 재현된다. 2019년부터 과시적인 소비와 개그적인 콘텐츠들로 대중들에게 많은 관심과 인기를 얻은 래퍼 염따는 2019년 초 자신의 앨범이 프린팅된 T-shirt를 판매하였는데 약 2,000장이나 판매하여 6,000만 원의 이익을 얻게 되었다. 그 후 그는 <dingo freestyle> 채널과 협업하며 자신의 수익 중 4,000만 원을 단 하루 만에 지출하는 <4000만원 FLEX>라는 V-log 포맷의 영상을 통해 과시적인 소비를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래퍼 염따는 자신의 과시적이고 향락적인 소비를 ‘Flex 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일종의 밈(meme)적인 요소로 대중들에게 본토 힙합의 Flex라는 표현을 유행시켰다. 이후 대중들은 자신의 자아 회복 혹은 과시적인 행위를 위해 물질적인 구매하는 영역의 전반적인 행위에 ‘Flex’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플렉스 소비문화는 대중문화에 성공적으로 정착되었다. <4000만원 FLEX>의 영상에서 과시적 소비를 하는 장면은 다음의 <그림 5>와 같다.
딩고프리스타일의 <4000만원 FLEX> 콘텐츠 영상은 2021년 06월 약 600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 본토 힙합에서 1990년대 이후 자수성가한 흑인 래퍼들이 과시적인 소비 행위를 할 때 사용된 ‘Flex’라는 행위를 영상에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당 영상 장면은 래퍼 염따가 3,850만원으로 자신이 평소 사고 싶었던 차량을 중고차 판매업소에서 현찰로 바로 구매해 버리는 장면이다. 이날 래퍼 염따는 악세사리용 틀니 50만원, 금반지 100만원, 자동차 3,850만 원의 지출로 총 4,000만 원을 하루 만에 소비하는 모습을 콘텐츠를 통해 보여주었다. 뉴미디어에서는 단순히 곡 가사뿐만 아닌 V-Log 포맷의 등의 리얼리티적인 콘텐츠들을 통해 래퍼 셀러브리티의 일상적인 과시적인 소비 행위와 발화를 대중들에게 노출함으로써 대중들은 과시적인 소비 행위, 즉 Flex 소비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문화에 유입시키게 된다. 대부분의 딩고 프리스타일 채널 영상들을 비롯한 힙합 관련 채널들에서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상품화된 래퍼-셀러브리티들을 콘텐츠에 활용하여 대중들에게서 인기 조회 수를 얻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매스미디어가 생산해낸 래퍼-셀러브리티를 콘텐츠에 활용하는 것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내포된 래퍼-셀러브리티들을 재현하는 것이며, 매스미디어가 의도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적 합병을 더욱 고착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힙합의 패션 대량상품화 또한 마찬가지이다. 2019년 8월 공개된 딩고프리스타일의 킬링벌스 박재범 편은 2021년 6월 700만 조회 수를 달성하고 있다. 래퍼 박재범은 자신의 곡이 시작되기 전 혹은 곡이 끝날 때마다 자신이 입고 있는 값비싼 의류 및 악세사리 등을 보여주며, 자신의 부와 인기를 과시적으로 드러내며 가사 속의 거친 언어들을 내뱉는다.
“아 나 지금 이 신발, 이거 천만원짜리에요. 조던. 오늘 딩고를 위해서. 한번 더 이거 잘 나오게(카메라를 향해 신발을 들어보이며) (중략) 이거 들려요 여러분? 목걸이 clang clang (금 목걸이를 보여주며)”
- 딩고프리스타일 킬링벌스 박재범 편 00분 46초
<그림 6>의 장면은 래퍼-셀러브리티를 통해 본토 문화의 1980년대에서 90년대 사이 유행했던 힙합의 스트리트 패션의 로고 마니아(logo mania)적인 특징과 본토 문화의 2000년대 초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고가의 하이-패션 특징이 결합한 패션 브리콜라주의 대량상품화를 보여주고 있다. 나이키 조던 브랜드는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형성기의 가사들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힙합 스트리트-패션에 있어 상징적인 존재이다. 래퍼 박재범은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나이키 조던 신발을 들어 올리며 자신의 신발이 천 만원이라는 고가의 가격이라는 점을 대중들에게 알려준다. 그는 힙합 스트리트-패션의 나이키 조던을 제시함과 동시에 그것이 고가의 하이-패션적인 면을 과시하며 대중들에게 두 가지 형태가 결합한 힙합 패션 브리콜라주를 제시한다.
그 외에도 하이-패션 브리콜라주 범주에 속해있는 고가의 악세사리를 ‘clang clang’이라는 과시적인 표현과 함께 보여주며 자신이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장르에서 대중적으로 성공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림 7>의 래퍼 염따가 금반지와 악세사리용 틀니를 구매하는 장면에서도 래퍼의 하이-패션을 통한 래퍼들의 과시적 소비 행위를 찾아볼 수 있다. 하이-패션을 통한 래퍼들의 과시적 소비 행위의 심층적 면에는 매스미디어의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 합병이 존재한다. 대중들이 큰 어려움 없이 구매할 수 있는 힙합 스트리트-패션 의류와는 달리 하이-패션 브리콜라주는 고가의 브랜드를 대량상품화 시킴과 동시에 부와 성공을 갈망하는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 또한 대량 상품화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분석을 통해 뉴미디어 플랫폼인 유튜브에서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은 래퍼-셀러브리티들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제작하여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와 힙합 패션 브리콜라주를 대중들에게 유통하고 있었다. 또한 매스미디어가 만들어낸 이데올로기적 합병과 대량상품화 형태를 재해석하거나 변화시킨다기보다, 매스미디어가 만들어낸 주류 문화로서의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미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요소들을 대중들에게 재유통하고 있음을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다.
V 결론 및 한계점
지금까지 본 연구는 햅디지의 이론을 통해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하위문화적 특징과 주류문화와의 합병 형태를 살펴보고, 뉴미디어 플랫폼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의 특징에 대해 고찰해 보았다. 먼저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지녔던 특징(연구문제 1)은 햅디지의 이론을 활용한 가사 분석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하위문화적 특징은 ① 주류문화의 규칙을 의도적으로 위반하는 물질 만능주의, 학벌주의, 부정부패, 자본주의 등에 대한 거부와 비판, ② 미국 본토 힙합의 스포츠웨어, 후드 티, 스냅백, 통 큰 바지, 목걸이 등의 패션 브리콜라주, ③ 저항하기 특징인 비속어와 욕설과 같은 거친 언어 사용이 있었다. 세 가지 하위문화적 특징을 통해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은 자본주의에 대해 거부적이고 저항적인 태도와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다.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주류문화로 합병된 과정(연구문제 2)은 쇼미더머니 시리즈의 장면들을 통해 분석할 수 있었는데, 국내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를 시작으로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은 이데올로기적 합병과 대량상품화가 되어 주류문화에 흡수되었다. 먼저 이데올로기적 합병은 ① 쇼미더머니를 통한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 이데올로기와의 합병 ② 쇼미더머니에서 래퍼들의 가족, 친구 관계를 촬영하며 사회 내부로 위치시키는 것이 있었고, 힙합 문화의 대량상품화는 ①방송을 통해 힙합의 고유문화인 디스 랩, 팀 배틀 등의 브리콜라주 상품화, ② 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힙합-셀러브리티의 상품화, ③ 본토 힙합의 1970년대-80년대의 스트리트 패션과 2000년대 하이 패션의 브리콜라주 상품화 등의 비물질적, 물질적 브리콜라주들이 대량으로 상품화되어 대중들에게 소비되고 있었다.
뉴미디어 플랫폼(유튜브)에서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연구문제 3)는 유튜브 플랫폼의 딩고 프리스타일 채널의 인기 업로드 영상들의 장면들을 통해 살펴보았다. 뉴미디어 플랫폼에서도 주류 문화로 합병된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재현되며, 주류 문화로서 특징들이 플랫폼상에서도 유지되고 있었다. 특히 유튜브에서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래퍼-셀러브리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콘텐츠로 제작하여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고, 래퍼-셀러브리티들이 내포하고 있는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를 비롯해 스트리트-패션과 하이-패션이 결합한 패션 브리콜라주를 상품화시켜 대중들에게 전달하여 주류 문화로의 합병을 더욱 고착시키고 있었다.
현재 각종 매스미디어와 뉴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과거 반자본주의적 태도는 자본주의적으로, 문화가 지녔던 저항적인 특징, 패션 브리콜라주, 구성원인 래퍼들은 대량상품화되어 대중들에게 유통되고 있다. 현재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구성원이 주류문화의 상품화를 거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든 환경에 도달해있는 것은 사실이며, 매스미디어의 강력한 힘을 통해 자신들을 알리고, 음악을 본업으로 생활할 기회를 얻기 위해 <쇼미더머니>와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들의 평가와 함께 주류문화의 상품 그 자체가 되어버리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지배 권력층인 주류문화와 매스미디어, 더 나아가 뉴미디어 영역에서의 이데올로기적 합병과 대량상품화를 통해 과거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에서 지향했던 저항적이고, 스타일적이며 독립적인 정체성의 의미가 약화되어가며 지배 권력이 세운 지배 질서에 자연스럽게 지배되어 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한국의 래퍼-셀러브리티들은 본토 힙합 문화의 인종적 뿌리와 자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흑인들의 부당한 차별과 억압으로 인한 손상된 자아 회복을 돕는 물질적인 차원의 과시적 플렉스(flex) 소비 행위의 모방과 2000년대 초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고가의 하이-패션 브리콜라주를 자신들의 문화에 토착시켰는데, 이는 매스미디어에서의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적 합병 형태를 통해 대중들과 구성원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는 지배 집단과 주류를 이루고 있는 요소들에 대해 거부하고, 저항하며, 비판하는 자세를 취하는 하위문화적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날 주류를 이루고 있는 지배 집단은 자본주의 사회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 거부하고, 비판하는 저항성을 지니는 것은 지배 집단이 만들어낸 지식, 규범, 피지배 집단의 자연스러운 복종 등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주며, 지배 집단이 만들어내고 있는 모순을 뒤돌아볼 수 있게 한다. 대중들은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하위문화들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성에 대해 깨닫고 권력 계층의 지배에 대해 뒤돌아볼 수 있었지만, 매스미디어와 뉴미디어에 의해 자본주의 사회 안에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가 재배치됨에 따라 대중들은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 뒤돌아볼 수 없게 되었고, 오히려 자본주의적 메시지들과 그를 기반으로 생산된 상품들을 전달받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감상을 넘어 주류 문화로서의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가 각종 미디어 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어떤 이데올로기와 상품들을 전달하고 유통하는지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지속해서 주시하고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드러난 한계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의 특징들에 관해 본 연구의 분석에서 추출하려고 노력하였지만, 분석에서 사용된 일부 가사들과 영상 장면들만으로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를 일반화시키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 둘째, 뉴미디어 플랫폼 영역은 유튜브를 비롯해 SNS, 인터넷 방송, 포털 사이트, 인터넷 방송, OTT 서비스, 커뮤니티 사이트 등 다양한 플랫폼 종류들이 존재한다. 본 연구에서는 뉴미디어 플랫폼 중에서 유튜브 플랫폼으로만 분석하였으며, 유튜브 외의 다른 플랫폼 영역의 콘텐츠에 대해 폭넓게 분석하지 못하였다. 셋째, 본 연구에서는 대중들에게 문화적 상품과 이데올로기가 유통되는 현상을 설명하였으나, 대중들이 자신들에게 전달된 문화적 상품과 이데올로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용하고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하지 못하였다.
앞으로의 후속 연구에서는 SNS와 인터넷 방송 등의 다양한 플랫폼 영역에서의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에 대한 분석, 대중들의 힙합 문화 소비 연구 등을 통해 주류문화로서의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대중들 사이에서 문화가 어떻게 수용되고 소비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와 분석 등을 통해 주류문화로서의 힙합 문화와 대중들의 힙합 문화에 대한 소비에 대해 더 풍부한 해석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