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뮤지엄은 특정한 소수를 대변해왔다. 주지하다시피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필라델푸스 왕이 선왕인 프톨레아이오스 소테르의 유언에 따라 알렉산드리아를 조성하고, 이곳 일부에 선왕의 각종 수집품과 진귀한 동물, 식물, 예술품, 서적 등을 보관하는 장소를 만든 것이 인류 최초의 뮤제이온(museion), 즉 뮤지엄이었다. 이 곳은 학자의 연구 장소, 예술품 및 서적의 수집 소장 등으로 사용되었다. 그리스 시대에는 뮤즈를 위한 신전이었으며, 로마시대에는 황제의 진귀한 수집품을 보관하는 장소였고, 중세에는 수도원, 르네상스 시대에도 여전히 부유하거나 세력이 있는 사람들, 학자, 예술가 등을 위한 장소에 지나지 않았다.
세계 최초의 공공박물관은 1753년에 설립된 대영박물관이나 근대적 의미의 뮤지엄의 탄생은 18세기 말 전후로 한 시기 즉, 이념적으로는 계몽주의 사상이 널리 퍼지고, 프랑스 대혁명 등으로 절대왕정 몰락과 봉건제도 타파로 근대 시민국가가 탄생하고, 경제적으로는 산업혁명의 수혜자인 신흥자본가 계층이 등장한 시기부터 집중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프랑스 혁명 이후 소수 특권층만이 누리던 전시공간이 국민의 공간으로 변화되기 시작되었다. 1793년에 루브르박물관이 설립되면서 이 때 비로소 근대적 성격을 지닌 뮤지엄이 형성되어 일반대중을 위한 교육장소가 되었다. 그러나 근대적 의미의 뮤지엄조차도 유럽 중심적 이데올로기와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 등의 결여로 주로 상류층을 대변하는 관점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뮤지엄은 인류와 인류 환경의 물적 증거를 수집·보관하고, 전시·교육을 하는 것이 주요한 역할과 기능이었다. 그러나 뮤지엄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결정하고, 스스로의 잠재력을 성취하도록 교육하고, 사회에서 완전한 역할을 하고, 미래에 그것을 개혁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참여함으로써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는 역할로 변모했다.
유네스코는 2015년에 개최된 파리 총회에서 모든 국가는 뮤지엄이 사회의 주요한 역할을 하며, 사회 통합 및 결속의 요소로서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이러한 관점에서 뮤지엄은 불평등이 조장되거나 사회적 결속이 와해되는 것과 같은 커다란 변화에 직면한 공동체를 도울 수 있음을 강조했다(Latham & Simmons, 2014). 비록 보류되긴 했지만 2019년에 국제박물관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가 교토 총회에서 제안한 뮤지엄의 새로운 정의의 핵심인 ‘포용적, 다층적 공간으로서의 뮤지엄’, ‘참여와 능동적 파트너십을 통한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접근권(물리적 접근성과 정보 및 지식 접근성)’ 역시 뮤지엄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 맥락이었다(박신의, 2020; 임근혜, 2020). 사회의 여러 갈등 요인들을 해소하고 통합하는 역할이 뮤지엄에 주어진 것이다. 즉, 뮤지엄은 그동안 소극적 역할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해를 가진 사람들(관람객이든 비관람객이든)의 가치와 목소리를 대변하고,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포용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Ⅱ. 뮤지엄의 사회 포용에 대한 이해
사회 배제(social exclusion)의 용어와 개념은 1970년대 프랑스에서 등장하였다. 처음에는 정신적·신체적 장애인, 학대 아동, 문제가정 등 사회적으로 취약한 소외계층, 즉 국가의 사회보장 보호 밖에 있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이었으나, 후에는 더욱 확대되어 개인이나 집단 간 의사소통의 부재 또는 상호 인정과 소속감을 교환하지 못하는 상호 몰이해를 의미하는 것과 함께 인종, 이민, 청소년 문제 그리고 공간적 의미의 경제적 배제까지 사회적 배제로서 폭넓게 다루어졌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이 개념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 빈곤과 실업의 증가로 사회적 배제에 대한 정책적 목적의 관심이 증대되자, 유럽연합의 국제기구를 통해 발전, 확산하였다. 유럽 사회 전반에 걸쳐 논의된 사회적 배제는 서유럽을 중심으로 문화를 통한 사회적 포용에 대한 논의로 나타났다(김지원, 2020).
영국 문화미디어체육부(Department for Culture, Media and Sport, 이하 DCMS)는 사회 포용(social inclusion)을 “사회적으로 합당한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주변화의 위험에 처한 사람들, 특히 장애나 빈곤, 연령, 인종 내지 민족적 태생으로 인한 그러한 사람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문화여가 활동에 참여하도록 장려하는 것”으로 규정한다(DCMS, 1999). 반면에 사회 배제를 "실업, 기술 부족, 저소득, 주거 불량, 범죄 환경, 나쁜 건강, 가난, 가정 파탄과 같은 연계된 문제를 겪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일”로 정의한다(DCMS, 2000). 한편, 영국의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Victoria and Albert Museum, 이하 V&A)은 사회 포용을 ‘사회적 화합을 장려하고 실업, 기술 부족, 저소득, 차별, 열악한 주거 환경, 범죄 환경, 나쁜 건강 및 가정 파탄 같은 문제로부터 고통을 받거나 사회 또는 문화적 생활에 참여할 기회가 거의 없는 개인이나 공동체를 포함시키는 것’으로 규정해 포용 대상이 되는 주체를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까지 확대했다.
사회 포용과 사회 배제의 개념은 프랑스에서 처음 도입하였지만, 이를 뮤지엄 정책에 적용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한 국가는 영국이었다. 사회 배제는 20년 넘게 유럽에서 사용되어왔음에도 영국의 정책 논의에서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용어였다. 1997년에서 2010년 사이 영국 정부는 사회 배제가 영국 사회의 많은 부문에서 근본적인 문제이며, 이는 특히 건강과 범죄, 실업, 교육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모든 정부 부처는 주변화의 원인을 해소하고, 특정한 인구 집단이 배제되는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만 했다(Mason et al., 2018). 이러한 현상을 정책에 담기 위해 2000년에 『사회 변화를 위한 중심: 모든 사람들을 위한 박물관, 미술관과 기록보존소: 영국 DCMS 후원단체와 지방정부 박물관, 미술관과 기록보존소의 사회 포용을 위한 정책 가이드』가 출판되었다. 이어진 후속조치로 영국 예술위원회는 뮤지엄에서 다양성이 적용되는 정도를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영국 예술위원회는 National Portfolio의 일부인 뮤지엄에 정기적으로 기금을 제공하며, 기금의 조건으로 그들 프로그램으로의 다양성을 통합하기를 요구하고, 뮤지엄은 매년 데이터를 제출해야 하며, 2018년 4월부터 성별, 인종, 성적 지향, 연령 및 장애 등의 기준에 따라 조사해 왔고 조직에 다양성에 관한 창의적 사례(Creative Case for Diversity)를 평가한다(Harvey, 2020).
사회 포용을 위해 뮤지엄의 미션은 사회적 불평등, 차별, 불이익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는 것, 즉 지역사회에 힘을 실어주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사회적 화합에 기여하고, 문화와 사회적 변화의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회 포용은 계층 간, 세대 간, 지역 간의 차이와 갈등을 해소하고 치유하는 역할을 한다. 소외된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그 같은 활동은 중요하며, 사회 포용의 주요 원칙은 서비스 부문에서 배제되는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관련시키는 것이다(DCMS, 2000).
샌델(Sandell, 2003)은 뮤지엄과 기타 문화단체가 개인과 지역사회에 힘을 실어주고, ‘사회적 배제의 위험’으로 묘사되는 개인과 지역사회에 의해 경험되는 여러 형태의 불이익을 퇴치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뮤지엄이 사회적 불이익이나 차별, 불평등과 같은 문제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에게 관심과 배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소라고 언급하였으며, 뮤지엄이 사회의 복지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뮤지엄은 전통적인 역할을 넘어서 보다 평등한 뮤지엄으로서의 서비스를 구축해 나감으로써 다양한 공동체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뮤지엄에서의 사회 포용은 교육, 높은 접근성, 평등한 기회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가능할 것이다(Dodd & Sandell, 2001). 사회 포용의 핵심은 평등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사회를 구성하는 경제, 사회, 정치, 교육 및 문화의 영역에서 동등한 접근성과 기회를 획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평등한 뮤지엄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성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 박윤옥(2010)은 뮤지엄이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차원의 배제에 따른 문제를 문화적으로 포용할 수 있으며, 사회 포용의 폭넓은 개념에 가장 중요하고도 직접적으로 공헌하는 대표 기관임을 강조하였다.
1990년대 후반 영국을 중심으로 뮤지엄의 사회 포용적 역할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1999년에 DCMS는 예술과 스포츠, 문화적인 활동들이 지역사회를 재건하고, 건강과 범죄, 고용, 교육영역에서 실제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고 언급하였다. 이어 2000년에 발표한 문화정책가이드에서도 뮤지엄이 사회변화를 이끌어낸다고 밝혔다(RCMG, 2000). DCMS의 정책가이드를 바탕으로 영국의 Group of Large Local Authority Museums(GLLAM)가 개최한 심포지엄을 통해 뮤지엄의 사회 포용적 역할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GLLAM은 영국 레스터대학교 뮤지엄 연구센터(Research Centre for Museums and Galleries(RCMG))에 ‘뮤지엄과 사회 포용’이라는 주제의 연구를 의뢰했고, RCMG는 영국 전역에 있는 뮤지엄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였다.
뮤지엄은 개인, 지역공동체, 사회적 수준에서 효과를 지닌다. 뮤지엄은 개인의 성장과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 RCMG는 다수의 뮤지엄 프로젝트에서 뮤지엄이 다양한 방식으로 배제의 위험에 처한 개인의 삶에 유의미한 차이를 만드는 것을 확인했다. 뮤지엄은 개인이 향상된 자존감, 자신감, 창의성을 갖게 하며, 이는 다시 사람들이 더 활동적이고, 성취감을 느끼며, 사회생활을 발전시키다.
공동체 차원에서 뮤지엄은 사회 재생을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커뮤니티가 자결권을 높이고, 자신의 삶과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발전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는 자신감과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 뮤지엄은 소장품과 전시에서 포용적인 커뮤니티를 표현함으로써 관용, 커뮤니티 간 존중을 촉진하고, 고정 관념에 도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뮤지엄은 사회적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소수 또는 소외된 공동체에 대한 부정적 태도에 도전하고, 배제의 위험에 처한 집단에 대한 장소의식과 향상된 공동체 정체성을 제공하며, 공동체의 다양성을 대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며, 그렇게 함으로써 고정 관념에 도전하고 관용과 사회적 결속을 촉진한다.
뮤지엄은 개인, 지역 사회 및 사회 변화의 주체로서 열악한 건강, 높은 범죄, 낮은 교육 수준 및 실업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잠재력을 보여준다. 이러한 긍정적 역할 때문에 많은 국가의 뮤지엄들은 사회적 역할, 목적 및 영향력을 개발하고, 건강, 복지, 사회 서비스 및 기타 기관과 파트너십을 형성하며, 불이익과 관련하여 사회적 결과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뮤지엄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측정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분명 그 영향력은 확대되어 가고 있다.
Ⅲ. 뮤지엄의 사회 포용 정책
뮤지엄은 사실 ‘누군가’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무언가’를 위한 공간이었다. 뮤지엄에서 ‘누군가’를 위해 운영되는 기능은 교육기능뿐이었다. 이전 시대의 뮤지엄은 소수를 위한 뮤지엄이었다. 그래서 유물과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들이 뮤지엄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감상하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한정적이었으며, 방문했지만 감상할 수 없는 공간으로서 뮤지엄은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일 수 없었다. 뮤지엄은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었지만, 이는 더 많은 관람자들에게 감상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이전의 뮤지엄이 소수만 방문했던 공간이었음은 여러 연구결과로도 확인되었다. 유럽, 북미와 호주 등 전 세계 각지의 뮤지엄 관람객은 대부분 백인이자, 중년의, 교육 수준이 높고, 재정 조건이 상대적으로 풍족하며, 화이트칼라 직업을 가진 성인이다. 미국의 최근의 연구들에 따르면 미술관 전체 관람객의 92%가 백인이며, 86%는 학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 나머지 다른 유형의 뮤지엄들도 이와 유사하다(Latham & Simmons, 2014). 미국에서는 뮤지엄을 1년에 한 번 이상 방문한 미국 성인 중 80%는 대학 교육을 받았고, 오스트레일리아뮤지엄은 방문객 중 50%가 대학교 이상을 교육을 받았으며, 뉴질랜드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발견되었다(Mason et al., 2018). 2000년 이탈리아 뮤지엄 관람객들에 대한 조사에서도 유사점이 발견되었는데, 이탈리아인 방문객의 43.7%가 대학 졸업자였는데, 이 조사의 평가자는 이탈리아인의 대략 59.5%가 뮤지엄을 전혀 방문한 적이 없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Lang et al., 2006). 이러한 개개인의 사회경제적 속성과 뮤지엄의 빈도 사이의 연관관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이 뮤지엄 관람객의 다수를 차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뮤지엄의 사회적 책무는 교육적 목적에서 출발하여, 뮤지엄 접근성 확대의 차원에 이르기까지 뮤지엄이 ‘방문자를 위한’ 공간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이는 뮤지엄이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에게 보다 많은 문화적 혜택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포용적 가치’를 실현하게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뮤지엄에서 사회적으로 포용해야 할 대상은 관람을 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이어야 한다. 전 계층의 다양한 관람객에서 뮤지엄 방문 경험이 익숙하지 않은 사회문화적으로 소외된 집단까지 관람객의 범위가 확장되어야 한다. 따라서 뮤지엄을 방문하여 관람할 수 있는 모든 사람, 일반 대중을 그 대상으로 하여 관람객과 비 관람객의 구분을 두지 않는다. 뮤지엄의 포용 대상의 확대는 그간 뮤지엄에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뮤지엄을 ‘경험’조차 하지 못했던 이들에게 뮤지엄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뮤지엄에서의 사회 포용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관람객과 비관람객 모두가 뮤지엄으로 접근하는데 장벽이 없어야 한다. 또한 뮤지엄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 인종이나 사회경제적 배경, 종교적 신념, 출신 국가 등의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을 받거나 배제되는 사람들이 있어서는 안된다.
뮤지엄은 여러 공동체나 문화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탐구하는 동시에, 사람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소장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와, 뮤지엄 소장품과 본인 혹은 다른 사람들의 삶의 다른 측면과의 관련성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뮤지엄에의 접근을 강화하면서 ‘사회 배제’라는 현상에 저항하여 포용적 관점을 견지하는 가운데, 다양한 계층과 인종을 포괄하면서 전시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박신의, 2020.09.15.).
접근성(access 또는 accessibility)을 높이고 뮤지엄의 방문객 프로필을 넓히려는 욕구가 수년간 이 분야를 지배해 왔다.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사회 포용은 관람객의 발전과 접근의 개념과 유사하게 맞아 떨어졌으며, 전통적으로 뮤지엄 방문에서 과소 대표(under-represented)되어 온 관람객들과 관계를 맺고 관심을 끌 필요성을 설명하는 또 다른 용어로 인식되어 왔다(Sandell, 2003). 즉, 사회 포용의 문제를 순수히 뮤지엄에 대한 접근의 장벽 문제로 인식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관람객의 방문 횟수를 유지·확대하고 신규 관람객을 개발하는 수단으로 이 문제를 바라봤던 것이다.
기존의 연구들이 사회 포용을 관람객을 개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극적으로 바라봤다면 현재의 사회 포용 개념은 관람객 개발이나 확대 차원에서 벗어나 뮤지엄을 방문하는 사람이나 앞으로 방문할 사람들이 뮤지엄에 대해 선입견(고학력을 가진 고소득 계층이 오는 곳이라는 등의 생각)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을 유인하는 적극적 개념으로 발전한 것이다. 즉, 이제는 포용 의제가 제시하는 과제가 훨씬 더 중요하고 시사하는 바는 훨씬 더 근본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뮤지엄에서의 사회 포용은 먼저 사람들이 뮤지엄을 방문할 때 이를 방해하는 장벽이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먼저 접근(성)의 정의를 살펴보면 표준국어대사전은 ‘접근성’은 사전적으로 발생한 위치로부터 특정한 장소 또는 시설로 접근할 가능성을 말한다. 국어의 사전적 의미와 달리, 영어 access(accessibility)는 장소에 국한되어 사용되기보다 (어떠한 서비스, 장소, 상태, 환경 등) 접근될 가능성, 방식, 접근이 허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문화시설로서 뮤지엄 접근성은 ‘문화 접근성’ 측면에서 물리적 접근성 외에도 그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화예술 활동에 전반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해야 함을 의미한다(김현경, 2017). 뮤지엄 접근성은 그곳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위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라고 볼 때 뮤지엄에 ‘어떻게’ 다가올 수 있게 하느냐는 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계층과 대상을 아우른다는 김현경(2017)의 지적은 접근성의 본질을 정확히 포착한 것이다.
도드와 샌델(Dodd & Sandell, 1998)은 뮤지엄의 몇 가지 접근과 장벽의 형태를 확인했다. 영국의 각 뮤지엄들은 이들의 연구를 정책에 적용했다. 케임브리지고고학·인류학박물관은 “방문객들이 가진 물리적, 감각적, 지적, 문화적, 감정적 그리고 재정적 장벽이 제거되고 감소되거나 극복하여 박물관에 방문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접근’”이라고 규정하고, 해당 범주들을 <표 1>과 같이 해석했다.
출처: Dodd & Sandell(1998).
메이슨 외(Mason et al., 2018)는 도드와 샌델(Dodd & Sandell, 1988)이 제시한 접근성을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첫째, ‘물리적 접근’은 모든 방문객(건강하거나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 모두)이 동일한 조건하에 그리고 동일한 편의성을 가지고 건물과 장소에 들어갈 수 있고, 잘 다닐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뮤지엄 웹사이트의 접근성도 동일함). 둘째, ‘감각적’ 접근은 뮤지엄의 소장품, 공간과 해석 모두를 시각이나 청각 장애를 지닌 방문객이 이용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 ‘지적’ 접근은 뮤지엄의 내용과 해석을 이해하고 참여하는 데 요구되는 지식 수준에 관한 것이다. 이는 뮤지엄 교육과 관련된다고 볼 수 있다. 넷째, ‘재정적’ 접근은 방문을 위한 전체 비용을 감안했을 때 입장료가 방문객들에게 장해물이 되지 않도록 것이다. 다섯째, ‘정서적·태도적’ 접근은 사람들이 뮤지엄에 대해 생각하거나 느끼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거부감이나 소외감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여섯째, ‘문화적’ 접근은 태도나 정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것들에 특별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문화적 접근은 인종이나 민족, 종교 등에 차별을 두지 않고 상호주의적 관점에서 다양성을 고려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문화적 접근은 다양성에 포함하여 논의하기로 한다.
1970년대 초 캐나다에서 처음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라는 용어가 사용된 후, 인종, 종족(민족), 장애인, 소수자 집단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되어 왔다. 다문화주의는 국적, 체류자격, 인종, 문화, 성별, 연령, 계층적 귀속감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보편적 권리를 가지며, 그들의 삶의 방식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관점이다. 민족마다 다른 다양한 문화나 언어를 단일의 문화나 언어로 동화시키지 않고 공존시켜 서로 승인ㆍ존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상·운동·정책을 말한다.
유네스코는 2005년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협약」에서 문화다양성을 “집단과 사회의 문화가 표현되는 다양한 방식을 말하며, 이러한 표현들은 집단 및 사회의 내부 또는 집단 및 사회 상호간에 전해는 것”으로 정의한다. 한편, V&A는 다양성을 “뮤지엄의 모든 측면(직원 프로필, 컬렉션, 청중, 프로그램 및 이벤트)이 사회경제적 및 교육적 배경, 장애, 연령, 민족적 배경, 종교적 신념, 출신 국가, 거주지 또는 성적 취향과 관련하여 사회 내에 존재하는 다양성을 반영하도록 보장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뮤지엄의 미션은 다양성을 수용하고 반영하며, 학습, 창의성 및 참여를 촉진하는 진정한 포용적인 뮤지엄의 개발에 모든 이해 관계자(직원, 자원봉사자, 기존 및 잠재 고객, 주요 파트너)의 잠재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다문화주의의 흐름은 최근 들어 문화다양성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통, 역사, 종교, 언어, 문화가 다른 여러 민족이 서로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함께 생활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한 초석이 다문화주의라면, 문화다양성은 각 문화가 갖고 있는 다양한 특징, 상징체계, 가치관, 현상들에 대한 각각의 고유성을 동등하게 존중하고, 인간의 기본 권리로써 문화가 유지되고 보전되어야 한다는 담론이다. 문화다양성은 다문화주의로 인해 간과할 수 있었던 문화 내 다양성, 곧 다양한 개인들로 이루어진 인간집단의 본질적 특성과 내적 다양성을 강조한다. 문화다양성은 민족과 인종을 넘어 개인 간에도 존재할 수 있는 인류 보편적 문화가치를 추구하여 타인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견지한다. 이를 통해 사회구성원들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문화적 차이와 같음을 인식하고, 그 차이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한다(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14).
뮤지엄에서 접근은 사회 포용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볼 수 있다. 다양성도 사회 포용의 전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다른 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우리 사회의 포용력을 키울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윤상덕, 2020). V&A는 ‘접근, 포용과 다양성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다양한 활동 범위에 걸쳐 완전히 접근 가능하고 포용적인 뮤지엄을 개발하며, 다양성의 모든 측면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이를 보더라도 접근과 다양성은 사회 포용의 양면이라 볼 수 있다. 미국박물관협회는 1992년 ‘수월성과 공평성: 뮤지엄 교육과 공공성(Excellence and Equity: Education and the Public Dimension of Museums)’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교육은 모든 뮤지엄 활동의 중심이고, 뮤지엄은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Kotler & Kotler, 1998), 이것도 접근성과 다양성이라는 양 측면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 연령과 상관없이 그리고 보행할 수 있는 사람들도 다양한 형태의 장애로 고통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Ambrose & Paine, 1993). 뮤지엄 접근성은 ‘물리적 접근성’외에도 그곳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위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라는 차원에서 뮤지엄에 ‘어떻게’ 다가올 수 있게 하느냐는 문제를 포괄하고 있다. 뮤지엄의 서비스가 사회의 다양한 계층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의 사회 포용적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문화시설의 다양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정 대상으로서 장애인의 접근성은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하되, 다른 한편으로는 장애인을 ‘특수한’ 대상으로 분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에 장애인 접근성의 강화는 뮤지엄의 일반적인 접근성을 포괄하되, 장애인에게 필요한 요소를 중요도에 따라서 우선순위를 다르게 설정하는 방식으로 다뤄져야 한다.
국내·외 국가들은 장애인의 뮤지엄의 접근과 관련하여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 장애인이 문화예술을 활동하는데 차별을 받아서 안되며, 국가 등은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1993년에 뮤지엄·도서관·문서보존소위원회(Museums, Libraries and Archives Council)5)가 모든 뮤지엄이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도록 이를 안내하는 가이드를 만들었다. 본 가이드라인은 접근성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뮤지엄이 사회적 배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모두를 위한 즐거움, 학습, 영감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뮤지엄들은 대체적으로 장애인의 물리적 접근이 용이하도록 휠체어, 오디오가이드 등 여러 장치를 구비하고 있다. 외국의 뮤지엄들도 장애인의 물리적 접근을 돕기 위해 여러 가지의 장치와 시설과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면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모든 갤러리에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며,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청취를 돕는 장비가 뮤지엄 투어 및 프로그램에 마련되어 있다.
그동안 장애인의 문화시설 접근을 강화하기 위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각, 청각, 촉각 등 공감각적인 체험이 필요한 상황에서 문화시설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에서 이와 같은 공감각적인 체감이 어려운 장애인에 대한 접근성에 대한 고민이 많지 않았다. 그간 ‘향유 확대’와 ‘소외계층 중심’의 문화 복지적 정책의 양적 성과 이면에 있는 그림자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018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실태조사 및 분석연구 결과를 보면 시각장애인의 문화예술 행사 관람률이 다른 장애 유형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점은 이어서 서술할 ‘감각적 접근’과 관련해서도 향후 우리가 풀어가야 할 숙제이다.
뮤지엄의 물리적 접근에는 직접 뮤지엄을 방문하는 것뿐만 아니라, 웹사이트를 통한 접근도 포함된다. 웹사이트를 통해 방문하는 뮤지엄은 가상뮤지엄(virtual museum), 온라인뮤지엄(on-line museum) 등 여러 명칭으로 불린다. 대부분의 가상뮤지엄은 물리적 소장품을 기반으로 구축되지만 일부 개념이나 아이디어만 모아둔 뮤지엄도 있다.
기존의 뮤지엄들이 모두 가상뮤지엄으로 대체되고, 가상뮤지엄이 실제로 뮤지엄 방문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뮤지엄과 가상전시로 인해 뮤지엄의 관람객이 줄었다는 증거는 없으며, 가상전시를 통해 오히려 뮤지엄의 인지도가 상승하고 관람객이 증가했다는 연구도 있다(Latham & Simmons, 2014).
뮤지엄이 물리적 접근을 해소하기 노력과 관련하여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웹사이트 접근은 물리적 접근을 위한 하나의 보완장치로 사용해야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 실재 뮤지엄을 방문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조사에서 관람객들은 뮤지엄에 전시된 ‘실재 유물’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질문을 받았는데,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진정성 있는 유물은 복제품이나 디지털 이미지가 가지고 있지 않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와 같이 볼 때 양자가 공존이 가능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실재 유물’을 보는 것을 좋아함을 알 수 있다(Latham & Simmons, 2014).
적절한 감각적 접근을 제공하는 것도 물리적 접근과 더불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학습 장애나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지적 요구를 고려해야 한다. 감각적 접근은 특히 장애인에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의 여러 뮤지엄들이 장애인의 감각적 접근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청각장애인을 위해 보조청각장치를 통해 갤러리 토크(gallery talks)를 운영하며, 수화를 사용한 갤러리 토크도 제공한다. 시각장애인에게는 터치 투어(touch tour)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발달장애인을 위해서는 가족프로그램으로 일요일에 열리며, 테마가 있는 갤러리 투어를 하고 개인적으로 미술 창조활동을 하면서 발달 장애를 극복하게 된다. 대영박물관은 모든 특별전은 신체적으로 불편한 관람객의 요구를 수용하여 디자인하고, 특별전에 관한 정보를 가능한 한 크게 인쇄하고 만질 수 있는 이미지로 만든다.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원작과 복제 작품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국립현대미술관, 2008). 스페인의 프라도미술관은 예전에 뮤지엄들이 소장품을 활용하지 못하는 한계를 벗어나 진일보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프라도를 만지다(Touching the Prado)’를 주제로 2015년에 전시회를 개최했는데 관람객, 특히 시각장애인들이 고야, 디에고 벨라스케스, 엘 그레코의 회화 작품을 손으로 만지면서 감상할 수 있다. 전시 중인 작품들은 물론 오리지널이 아니라,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평면의 회화를 입체감 있게 표현한 복제품들이지만 그림 속 얼굴에서 눈, 코, 입이나 뺨 부분을 도드라지게 표현하거나, 머리카락이나 사물의 형태를 드러나 보이게 만들어 촉각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루브르박물관은 일부 조각 작품을 장애인이 만질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탈리아 우피치미술관은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축소한 3D 프린팅 복제품을 전시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문화일보. 2015. 03. 12.).
국내 대부분의 뮤지엄들도 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장애인, 노인, 다문화 등 문화소외계층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시각장애인 대상으로 터치투어, 핸들링데스크, 촉각체험 전시관 운영, 점자인쇄 리플릿, 큰 활자 안내 책자, 유물 촉각 체험 등을, 청각장애인 대상으로 수화통역 전시 해설, 보청기 제공, 온라인 갤러리 영상전시실 내 영상물 캡션 삽입 등을, 발달장애인 대상으로 문화재 감상 후 관련 체험 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각 장애가 있는 방문객은 뮤지엄을 방문할 때 전시물에 대한 인지 및 감각적 접근의 부족과 같은 많은 제한을 경험한다. 현재 국내·외 미술관에서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시각 예술 작품의 정보 및 경험에 대한 자율적 접근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기관들은 3D 프린팅이나 부조형태로 된 촉각 그래픽과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이 독립적으로 시각 예술 작품을 경험하고 이해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색상에 대한 전달이 어렵다는 이유로 여전히 미술품 감상의 한계가 존재하여 기술의 파급 및 진보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의 한 연구(조준동, 2021)는 공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서로 다른 예술기법을 통해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감각의 결합으로 알려진 공감각은 하나의 감각 경험이 무의식적으로 일관되게 다른 감각을 자극하는 것을 말한다. 이 연구는 시각 장애인이 청각, 촉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색상을 인지하도록 진행되었는데, 학생들과 교사들로부터의 긍정적 반응을 받았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공감각적 색상인지는 시각 장애인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확장된 감각적 경험을 통해 미술감상을 좀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대영박물관의 장애인 프로젝트는 자폐성 어린이와 심각한 학습장애아가 뮤지엄 프로젝트의 시각적 효과에 눈에 띄게 집중하지 못하는 일반 학생보다 훨씬 더 집중하며 힘 있게 감정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Lang et al., 2006). 이의 사례에서 보듯이 장애인들에게 감각적 접근이 커다란 장벽임을 알 수 있으며, 이는 동시에 이러한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 뮤지엄이 해야될 역할임을 알게 된다.
뮤지엄의 역사를 살펴보면 뮤지엄과 교육의 관계는 뮤지엄의 설립에서부터 출발한다. 18세기 유럽에서 근대적 의미의 공공뮤지엄은 자국민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설립되었다. 즉, 영국의 뮤지엄들은 설립때부터 대중에 대한 교육을 미션으로 설정하고 출발하였다. 대표적인 뮤지엄이 대영박물관이며, 영국은 1845년 뮤지엄법을 제정하여 뮤지엄을 공공시민교육기관으로서 그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였다.
DCMS는 뮤지엄을 비롯한 공공문화기관들이 사회적 배제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곳으로 정의하며 교육적 기능을 강조하였다. 뮤지엄은 사회 안에서 문화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기관이며, 국민들에게 평생교육의 장을 마련해줄 수 있는 곳으로 교육을 통해서 개인의 잠재력을 일깨우며, 이를 통해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뮤지엄 교육은 뮤지엄의 기능, 역할 그리고 뮤지엄의 소장품의 내용과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 뮤지엄과 연계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형태의 교육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뮤지엄 교육은 관람객과 전시를 연결하는 소통을 통하여 전시와 전시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전시의 이해·해석과 더불어 문화적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활동으로 규정할 수 있다(백령, 2007). 뮤지엄교육은 전시와 작품을 중심으로 관람객에게 통합적 경험을 제공하며, 역사와 사회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더욱 깊이 사고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백령, 2005).
국내 대부분의 뮤지엄들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뮤지엄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소장품을 매개로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 및 여가시간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하여 어린이, 청소년, 성인, 가족, 외국인, 희망계층, 디지털, 기관협업 등 다양한 대상층을 고려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일반인 및 전문가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는데, 강연이 다수이고, 직업별, 연령별 교육 및 현대인의 생활상과 민속을 연계해 볼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은 다소 부족하다. 국내 뮤지엄들은 뮤지엄 교육을 여전히 관람객 집객과 수요확충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인식에 머물러 있다(양건열, 2011). 향후에 사회 포용적 관점을 반영하고, 사회문화적 환경변화를 적극 수용하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뮤지엄 교육과 관련하여 하나 특이할 점은 미래의 잠재 고객인 어린이들의 뮤지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대부분의 국립 뮤지엄들이 어린이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의 뮤지엄들의 교육프로그램이 어린이 교육에 너무 많이 치중되어 있다는 비판(홍해지, 2017)이 있으나,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고 본다. 메이슨 외(Mason et al., 2018)에 따르면 뮤지엄을 방문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예측 변수는 어릴 때의 방문 여부와 그때의 경험이 긍정적이었는지 이 두 가지가 핵심적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보면 어린이 교육은 오히려 더 강화하되 다른 계층의 교육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된다.
뮤지엄의 교육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현재 대부분의 국립뮤지엄들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대상을 구분하고, 교육도 별도의 공간에서 나누어 하고 있는데, 과연 이것이 바람직한 문제이냐는 것이다. 교육내용에 따라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한 공간에서 교육을 실시할 필요도 있다. 상호 간에 ‘다름’(신체적이든 무엇이든)을 인정하되 ‘다르지 않음’을 알아가는 과정이 뮤지엄 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뮤지엄을 방문할 때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한다. 입장료(비용은 얼마이고, 지불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시간(뮤지엄에 도착하고 관람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적정한가?), 차별성(만일 날씨가 좋다면 밖에 나가는 다른 일이 더 나을 것인가? 만일 편하지 않다면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가치가 있을 것인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드문 기회를 제공하는 곳인가?) 등을 고려할 것이다(이영주. 2007). 이 요인들 중에서 사람들이 주로 생각하는 것은 입장료이다.
2010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뮤지엄 방문을 결정할 때 입장료가 중요한 요인이 되는지에 관해 조사한 결과, 관심 있는 곳이라도 관람료에 따라 관람을 포기할 수 있다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고, 입장료에 상관없이 뮤지엄을 방문하는 관람객은 극히 소수였다. 이로 볼 때 뮤지엄에 접근하는데 있어 주요한 장벽 중의 하나가 입장료임을 알 수 있다.
영국은 국립뮤지엄 무료입장을 정부 문화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상설전시 무료입장은 1999년 4월 어린이에게 먼저 적용하였으며, 60세 이상은 2000년 4월, 2001년 12월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하였다. 입장료 폐지 후 찬반 논의가 있었는데 반대 입장은 입장료 폐지가 뮤지엄 수입 감소로 직결돼 필요한 소장품 구입을 늘릴 수 없으며, 소장품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관람객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점, 관람객 증가로 뮤지엄 유지비용이 증가할 경우 뮤지엄들로서는 큐레이터와 전시를 줄일 수 밖에 없으며,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경우 무료입장 정책은 ‘공허한 승리’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연합뉴스, 2004. 12. 31.).
한국 정부는 2008년에 국민의 문화향수기회 확대를 위해 국립박물관·미술관 무료 관람을 시범 실시한 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박소현(2010)은 이 제도 도입 후 무료관람 효과를 분석했는데, 도입 후 전체적으로 관람객이 증가한 박물관·미술관이 126개관(39.4%), 감소한 박물관·미술관이 104개관(32.5%)으로 증가한 곳이 약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료입장정책 이후 관람객 수 변동을 보면 증가한 곳이 20.9%, 감소한 곳이 42.9%, 변동 없는 곳이 36.3%로 나타났다(박물관에서는 감소가 49.2%이고, 미술관에서는 감소가 30%임).
무료입장정책이 관람객의 증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나, ‘무료입장’이 뮤지엄의 사회적 기능을 실질적이며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 왔다. 무료입장정책이 뮤지엄의 외연의 확장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무료입장정책에 대한 뮤지엄 운영주체 간 의견이 상반되게(국공립 vs 사립) 나타났으며, 현재까지도 이러한 논란이 진행 중에 있다고 볼 수 있다(김현경, 2017). 이러한 논란은 무료입장정책의 정책 목표인 ‘국민문화향수 증진’에 어떠한 구체적 효과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정책 목표 달성이 ‘관람객 수 증대’라는 정량적인 지표로 단순 환산됨에 따라 수반되는 각 이해관계자 간의 충돌이라는 측면을 간과했다고 볼 수 있다. 즉, 국고의 지원을 통해서 운영되는 ‘비영리 기관’이면서도 공공과 민간으로 운영주체가 다른 ‘뮤지엄들’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지향점이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더 많은 관람객”에 대한 유치 경쟁의 문제로서 그 의미가 축소된 것이다(김현경, 2017).
재정적 접근과 관련하여 살펴보아야 할 점은 입장료가 반드시 방문의 주된 장벽은 아니라는 것이다. 영국에서 2001년에 무료입장 제도가 다시 도입되자 2001∼2009년 사이에 관람객이 128%까지 증가했는데, 문제는 방문자들의 전반적인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2001년이나 2009년이나 대체적으로 동일하게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무료관람 도입으로 방문객의 폭이 넓어졌다기보다는 동일한 부류의 사람들의 방문이 증가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미국도 뮤지엄 무료입장을 검토했었는데, 2012년에 국립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이 조사한 공공 예술 참여결과를 보면 2012년에 성인 중 21% 정도만이 뮤지엄을 방문했는데 2008년의 23%보다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입장료 폐지를 재고하기에 이르렀다(Mason et al., 2018).
뮤지엄의 재정적 접근 문제는 단지 입장료에 한정한 문제만은 아니다. 위에서 보듯이 무료입장이 뮤지엄의 완벽한 접근을 보장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무료입장은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으며(위에서 보듯 방문한 사람들이 재방문하고, 방문할 형편이 되는 사람들만 옴),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데 있을 수 있다. 입장은 무료이지만 특별전시 입장료나 음식 비용이나 여행 비용과 같은 다른 비용들은 여전히 상당한 장벽으로 남아있다. 뮤지엄의 무료입장은 여전히 난제이다.
뮤지엄이 바라보는 관람객에 대한 시선은 처음에는 냉소적이었다. 특정 엘리트 계층의 전유물이었던 고전적 뮤지엄이 가지고 있던 관람객에 대한 관심은 매우 낮았으며, 이 시기에 뮤지엄의 눈에 비친 일반 대중들은 이방인(stranger) 또는 간섭자(intruder)에 불과했다. 근대 공공 뮤지엄이 성립된 시기부터는 손님(guest)으로 간주했지만, 고객(client)이라는 시각으로 관람객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였다.
현대 뮤지엄 가운데 관람객을 고객으로 바라보는 기관은 20∼30%에 불과하며 나머지 뮤지엄들은 여전히 손님 또는 이방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관람객에 대해 이방인의 시각을 갖고 있는 일부 뮤지엄들은 자신들의 가장 중요한 책임을 소장품 관리 및 보존이라고 주장하면서 관람객에게는 무관심하다. 반면에 관람객을 손님으로 생각하는 대부분 뮤지엄은 관람객에 대한 봉사의 책임이 있다고 느끼지만, 이러한 책임 의식은 비자발적인 의무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태도적·정서적 접근과 관련하여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관람객 스스로 뮤지엄에 대해 인식하는 문제와 다른 하나는 뮤지엄 직원들이 방문객들을 대하는 태도이다.
먼저 사람들이 뮤지엄을 찾지 않는 주요 이유 중의 하나는 관람객 스스로가 뮤지엄이 편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뮤지엄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뮤지엄을 방문하는 것은 교육 수준이나 생활 수준이 높은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활동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Ambrose & Paine. 1993). 다른 이유로는 비용을 비롯해 뮤지엄까지의 어려움, 혹은 뮤지엄에 가기도 전에 가치가 없다고 느끼거나 뮤지엄은 자신이 속해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 등이다(Lang et al., 2006). 어쩌면 뮤지엄에 대한 지적 접근이 사람들의 방문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벽일지도 모른다. 특히, 미술관의 경우는 더욱 그러한 것 같다. 미술관은 소수만을 위한, 특정인을 위한 전시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아직까지도 미술관의 문턱은 대중들에게 높기만 하다. 미술관은 작가와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고, 대중들에게는 어렵기만 한 내용, 때로는 지루함을 먼저 떠올리는 공간이 되어버렸다(이영주, 2007).
다른 하나의 문제는 관람객이 뮤지엄을 방문할 때 뮤지엄 구성원들이 관람객을 맞이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북미에서 뮤지엄이 ‘백인만을 위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여타 다른 인종의 관람객을 환영하지 않는 태도는 뮤지엄 직원들의 인구 통계와도 관련이 있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뮤지엄 직원들 대부분은 주로 백인이고 중산층 이상 태생이다. 영국에서는 이러한 불균형에 대한 우려로 2000년 전후로 영국 박물관협회와 영국예술위원회에서는 뮤지엄에 흑인과 소수 민족 출신의 직원을 증원하는 것을 목표로 구인 활동을 추진하였다(Mason et al., 2018).
특히, 장애인과 관련하여 뮤지엄 직원들의 태도를 조사한 주목할 만한 연구(김현경, 2017)가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과 실무자들은 뮤지엄 직원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장애인의 관람 및 향유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요구조사에 참여한 장애인과 실무자들은 일반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직원의 인식과 태도를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어떤 시설물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고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 지에 대해서 직원 문의를 해도 잘 대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람객이 방문했을 때, 먼저 적극적으로 나와서 불편사항을 묻고, 사람들이 눈을 마주치는 것은 청각장애인들을 도울 뿐만 아니라, 모든 방문객과 뮤지엄 직원 간의 상호작용을 향상시킬 수 있다.
뮤지엄은 사람들이 단순히 뮤지엄을 방문하고 이전에 뮤지엄을 한번도 방문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 뮤지엄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Ambrose & Paine. 1993). 그리고 뮤지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관람객의 지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뮤지엄교육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뮤지엄 구성원들이 관람객을 맞이하는데 모범적인 사례가 있다.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인 퐁피두 센터에서는 예술가와 경비원이 정기적 만남을 갖고, 이어서 경비원이 예술가의 작업장을 방문한다. 퐁피두 센터의 안내요원은 근대미술 및 대중과의 관계에 대한 교양교육을 받고 있으며 파리문화센터, 지방 또는 외국 뮤지엄을 견학하기도 한다. 이 요원들은 컵에 커피를 붓는 것처럼 대중 속에 문화를 유입시키기 위해 대중이 작품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창출하는데 기여한다.
어떻게 사람들이 뮤지엄을 이용하고 뮤지엄을 찾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넘어서서 얼마나 뮤지엄을 가치 있게 느끼게 할 수 있는지는 뮤지엄 종사자들에게 달려 있다. 자원봉사자들을 포함하여 모든 뮤지엄 직원들의 태도와 행동은 관람객들의 경험과 뮤지엄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큐레이터들이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거나 관람 동선을 권위적으로 지시해서는 안된다. 뮤지엄 종사자들은 관람객들이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뮤지엄을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하고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만 가끔씩 찾는 장소에서 정기적으로 방문해야 할 필수적이고 일상적인 공간으로 뮤지엄이 인식될 수 있다. 뮤지엄은 관람객들이 서로의 다양한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고 소장품과 관람객들이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Latham & Simmons, 2014).
우리나라는 이미 2007년에 ‘외국인 100만 명 시대’를 맞이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유엔 산하 인종차별철폐위원회로부터 “민족우월적인 단밀민족 개념을 극복해야 한다”는 권고를 받았다. 한국 사회에는 이주노동자, 결혼 이민자, 난민, 탈북자, 귀국한 재외동포 등 다양한 문화 배경과 이주 경로를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발표한 『2019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한국국적을 가지지 않은 자·한국국적 취득자·외국인주민 자녀는 모두 221만 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9년 110만 명 대비 100.9% 증가한 것이다(행정안전부, 2020. 10. 29.).
우리나라도 여러 부문에서 다문화정책을 추진해왔다. 다문화정책이 유입된 외국인 이주민, 결혼 이민자 및 북한이탈주민 등을 한국사회 내 새로운 구성원으로 정착시키는 동화정책에 초점을 맞춰진 것인 반면에, 문화다양성 정책은 사회 내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문화가치들을 서로 인정하고 공존을 추구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문화다양성은 문화 간 다양성에 중심을 두었던 기존의 다문화정책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하였던 문화의 내적 다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입장이다. 문화다양성 정책은 소수자의 문화권을 지원하는 것을 우선 하지 않고 구성원들의 문화적 차이를 받아들이며 서로의 타자성을 인정하는 상호이해의 관점에서 접근한다(김면, 2017).
뮤지엄에서의 다문화주의 교육은 다양한 문화 유물에 구체화되어 있는 의미와 가치들을 관람객들이 탐구하게 함으로써 스스로를 알고 다른 문화를 존중하며, 미술문화를 새롭게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소장품이 지닌 본질적인 특성으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 구성원들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다. 먼저 국립중앙박물관의 최근 5년간 특별전시 내용을 보면 <표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각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보여주는 테마 전시가 주를 이루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타문화관련 특별전과 테마전 개최시 전시 주제에 대한 강연과 연계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별전과 테마전처럼 한시적인 전시에서는 전시연계 교육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관람객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해당 전시에 대한 이해를 제고시키는 효과가 있다(손기인, 2010). 그러나 전시내용을 보면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시 내용을 보면 프랑스, 독일 등 일부 국가에 한정되어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대부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이나 다문화가정 등을 보면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이들을 대변하는 전시가 보이지 않는다. 국내 관람객들에게는 몇몇 국가에 한정된 전시만 보여줌으로써 문화의 다양성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아직도 유럽 문화를 선호하는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우월의식’을, 자기보다 잘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선망의식’의 편견을 고착시킬 우려가 있다. 소수의 동남아외국인노동자나 다문화가정은 우리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고 주변부로 소외되는 결과를 낳게 되어 뮤지엄에서도 계속 배제되는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다문화주의 관점은 특정 집단(민족, 국가)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들 간의 다양성(문화의 외적 다양성)을 보여줄 수는 있으나 특정 집단 내에서 발견되는 문화의 다양한 변이와 변동(문화의 내적 다양성)(김면, 2017)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의 최근의 전시는 다문화주의 관점을 넘어 다양성 차원으로 나아가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2019년 12월 21일부터 2020년 5월 10일까지는 핀란드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국내 최초의 전시로, ‘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10,000년’ 전시가 개최되었다. 이 전시는 고고학, 민속학, 현대 산업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주의 핀란드 문화유산을 연대기적이 아닌 형태, 기능, 관계 속에서 새롭게 분류함으로써, 핀란드 물질문화의 발전과정을 다각적 관점에서 조망하였다(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0).
뮤지엄은 상설전시를 통해서도 다양성을 담보한다. 즉, 전시 구성에 변화를 주어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국의 V&A는 전통적으로 엘리트 생산 및 소비의 모범적인 대상만을 수집했으며, 이로 인해 수집과 전시의 균형이 맞지 않아 접근성이 떨어졌다. V&A는 이러한 점들은 보완하기 위해 보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가정용품 및 가구들을 취득했다. 즉, V&A는 광범위한 청중을 끌어들이는 전시와 함께 현재 V&A에서 과소 대표되는 사람들을 포용하는 전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문화적 유산, 대중적 호소력을 지닌 현대적 주제, 낯선 주제 및 대상과 관련된 전시를 통해서도 배제된 관객이 뮤지엄에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 3층 아시아관을 2019년에 세계문화관으로 새롭게 개편하였다. 세계문화관 조성을 위해 세계적인 이집트 유물 소장기관인 미국 브루클린박물관으로부터 대여한 94건의 이집트 유물을 2년간 전시할 예정이다(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00). 세계문화관 조성은 관람객들에게 문화를 다양하게 섭취하게 하려는 시도이다. 세계문화관 조성을 위해 다른 박물관으로부터 소장품을 대여해 왔지만 루브르 박물관이나 대영박물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처럼 다른 나라의 유물을 많이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와 같이 적극적으로 유물을 확보해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V&A처럼 관련 유물을 구입함으로써 다양한 문화를 지속적으로 접하게 하는 것이다. 대영박물관이 영국 역사를 영국인들에게 들려주기보다는 세계의 문화를 전 세계 관람객들에게 알리고 있는 점(Lang et al., 2006)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다양성은 전시뿐만 아니라, 교육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추구된다. 우리나라 뮤지엄들도 문화다양성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여전히 다문화주의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립민속박물관은 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문화알기>, <외국인과 함께 명절나기>와 같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시각에서 한국문화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인종 사회로 구성된 미국의 상황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단일민족국가주의의 민족 정서와 단일한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인종이나 민족을 소재로 하는 교육은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다(홍해지, 2017). 외국은 이미 다양성 관점에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세계의 각 문화를 이해하도록 돕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면 <Around the World: Places Far and Near> 프로그램 중 ‘From the Taj Mahal to Mountain Fuji-Treasures of Asia’는 중국, 한국, 인도, 일본 및 다른 여러 나라의 전통 미술을 배우는 프로그램이다(국립현대미술관, 2008).
아예 문화로부터 배제된 지역에 뮤지엄을 설립하여 다양성을 추구하기도 한다. V&A는 런던 중심부에 있지만, 어린이박물관은 가난하지만 문화적 다양성을 지닌 곳 하나인 Tower Hamlets에 위치하여 지역 공동체의 사람들에게 더 나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전통적인 뮤지엄에 방문해 보지 않았던 사람들을 고취시키기 위해 2002년에 커뮤니티 전략을 시작했다. 지역 당국, 학교, 대학, 커뮤니티, 아트센터, 문화 관련 단체와 함께 뮤지엄의 소장품을 이용해서 지역사회의 결속을 다지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적 접근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뮤지엄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구성비, 즉 다양성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세계문화관을 설치했고, 2021년부터는 이집트실과 세계도자실에 새로운 소장품을 교체전시하고, 메소포타미아실을 조성할 예정인데,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에 대한 소장품과 연구자가 없어 이 부분에 대해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하고 있다(윤상덕, 2020). 동일한 국적으로 이루어진 뮤지엄 직원들의 구성이 다양한 문화를 제대로 대변할지는 숙제로 남는다. V&A는 직원 프로필을 분석한 결과, 직원이 불균형적으로 백인, 고학력, 중산층, 유능한 신체 및 남동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직원의 구성을 변경하여 더 많은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접근, 포용 및 다양성을 다루는 특정한 직책을 만드는 것과,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일반적으로 임명에 이르기까지 더 많은 임명자를 채용하는 것이 포함된다. V&A는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 규정으로 공공 기능 및 고용의 모든 측면에 관한 한 이 의무에 구속되도록 하고, 고용을 포함한 관련 기능이 다양한 인종 그룹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지속적으로 평가할 의무를 부과했다.
Ⅳ.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한국에서 뮤지엄과 사회 포용의 관계를 살펴보고, 사회 포용의 함의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추가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이슈들이 있다. 첫째, 뮤지엄의 데이터와 통계와 관련된 사안이다. 사회 포용 대상을 확인하고, 다양한 관람층의 프로그램 접점 확대를 위해서는 누가 방문하고 누가 방문하지 않는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 국내 뮤지엄 관련 통계는 단순한 인원 집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김현경, 2017). 대영박물관은 2007년부터 관람객의 행태와 선호에 따라 총 7개의 계층으로 구분하여 조사를 하고 있다. 관람객 계층 분류와 관련하여,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관람객 동기에 따른 세분화를 구분하는 방법은 대영박물관과 테이트 갤러리(Tate Gallery)가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김현경, 2016). 국내에서는 김현경(2016)이 대영박물관의 방식에 따라 방문 관람객수가 50만명 이상인 국공립 박물관·미술관(13개)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가 유일하다. 그러나 이 연구는 대상 범위를 국가 전체로 하지 않았고, 사립뮤지엄은 제외되어 있으며, 사회 포용의 주 대상이라 할 수 있는 사회계층 등 소외계층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내에서 처음으로 관람객 계층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는 점에서는 의미를 갖는다. 영국은 2007년부터 DCMS 차원의 종합적 통계보고서인 ‘Taking Part: 문화, 여가, 스포츠의 국가조사’를 통해 매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 조사항목에서 관람객의 총수는 물론, 성인 1인당 평균 전시관람, 1년간 전시 관람, 재방문 이유, 방문하지 않는 이유 등 관람객과 관련한 사항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이를 축적하고 시계열 분석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오래된 자료이기는 하지만, 뮤지엄을 방문한 사람들을 전체 방문자(성인 인구 비율, 연령별 비율), 사회계층, 방문자의 연령, 정규 교육 연령층, 소수민족, 장애인, 청소년층, 관광객으로 나누어 조사한 통계가 있다(Lang et al., 2006). 사회계층6), 소수민족, 장애인 관련 통계는 사회 포용 정책을 추진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사회계층별로 조사한 통계는 주목할 만하다. 왜냐하면 뮤지엄에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추정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데이터들의 축적이 없고, 관람을 마치고 난 이후의 관람객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 외에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관람객 조사가 부재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는 사람들의 뮤지엄 접근 확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김현경, 2016).
둘째로 사회 포용을 위한 뮤지엄의 접근과 관련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향후 뮤지엄에서 사회 포용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 배제 계층을 구별 짓는 시선이 아닌 사회 배제 계층과 일반인과 ‘구별되지 않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다름’이 아닌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한다. 사회 배제 계층이 사회 포용의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지만, 적용되는 과정에서는 일반인과의 차별이나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사회 포용의 핵심이다. 결국은 아무 정책이나 제도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없는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김현경, 2017). 다양성도 문제다. 특정 소수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여전히 상존한다. 한국사회에서 다문화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현실적인 문제에 기인하기보다는 막연한 차별과 편견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2010년에 여성가족부가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사회는 다문화가족에 대해 차별적이라는 의견에 76%가 동의하고 있다. 선진국 출신자에 대해서는 열등감을, 후진국 출신 외국인에게는 우월감을 누리고, 민족문화 간 상하관계를 조장하는 것이다(김면, 2017). 다양성을 담보하기 위한 전시나 교육프로그램을 계속 확대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나 그것이 효과적으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그릇에 담는 내용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 외에도 성소수자, 젠더 갈등, 세대차이 등의 문제도 향후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다.
앞에서 살려 본 바와 같이 뮤지엄은 사회적 역할이 중요해졌다. 뮤지엄의 사회적 역할의 확대는 사회 포용을 촉진하고, 문화적 결핍과 불이익 문제를 해결하며, 가능한 한 가장 광범위한 청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 이제 뮤지엄은 과거에 침묵했던 집단과 공동체에 목소리를 내고 그들의 삶과 관련이 있게 함으로써 그들이 서비스에 접근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또한 뮤지엄은 불이익과 배제의 영향을 받는 특정 대상 집단에 긍정적인 사회적 성과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회 재생의 대리인 역할을 해야만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뮤지엄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뮤지엄은 다양성을 통해 사람들의 접근을 도울 사회적 책임이 있다. 이렇게 되었을 때 뮤지엄은 유물의 수집, 보전, 연구, 교육이라는 전통적인 역할을 넘어 본연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뮤지엄에서 사회 포용의 문제는 단시일 내 해결이 가능하지 않다. 뮤지엄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될 과제이다. 그래서 V&A의 사례는 참고가 될 만하다. V&A는 뮤지엄에 대한 접근, 포용, 다양성을 설립취지(mission)의 핵심으로 삼고, 다양한 부문에서 정책에 적용하고 있다. 유물 수집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관람객의 유산이 컬렉션에 반영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유물을 수집할 때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한다. 전시를 할 때에도 접근성, 포용 및 다양성 문제를 고려하여 전시물을 분류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V&A는 새로운 관객과 배제된 관객들이 그들의 사회문화유산과 관련된 전시, 대중적인 매력을 지닌 현대적 테마, 낯선 주제와 유물을 통한 전시가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해석되고 알릴 수 있으면 뮤지엄에 이끌릴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교육 부서는 가장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을 포함한 과소 대표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문화 간, 세대 간 이해를 장려하는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직원을 채용할 때도 기회 평등 정책을 가지고 있으며 정책, 절차 및 고용 관행을 통해 특히 채용 및 선발, 교육 및 개발, 보상 전략과 관련하여 주류 평등을 추구한다. 유물 수집부터 직원 채용까지 전 부문에 걸쳐 사회 포용적 관점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유지하고 있다.
RCMG(2000)는 사회 포용을 추진한 영국 지역 뮤지엄들의 모범 사례에서 몇 가지 원칙을 확인했다. 포용 작업에 가장 효과적이었던 뮤지엄에서는 이 모든 원칙이 통합되고 함께 뒷받침되었다. 첫째, 사회적 포용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포용을 촉진하고 모든 직원이 이러한 원칙과 접근 방식을 업무에 채택하도록 영감을 받고 동기가 부여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뮤지엄의 잠재력에 대한 비전을 가진 훈련되고 헌신적인 지도자를 갖는 것이 필수적이다. 둘째, 많은 경우에 뮤지엄 서비스는 변화를 추진하고 지역 당국 내에서 포용적 사고 측면에서 앞장 서 왔으나, 이것은 종종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과정인데 이를 극복해왔다.
우리 사회는 이미 다원(다양)화 사회로 접어들었지만, 다른 문화를 수용하는데 아직도 인색하거나 부족해 보인다. 기존의 한국인을 포함하여 탈북민, 이주민, 외국인, 난민, 성소수자 등 모두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다. 혐오하며 배제할 것이냐? 공존하면서 포용할 것이냐? 앞으로 노령화 사회가 가속되고, 외국인의 증가, 소득 차별로 인한 계층 간의 장벽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뮤지엄의 사회 포용적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뮤지엄은 유물을 숭배하는 ‘신전’이 아니라 다양성이 공존하고 충돌하는 ‘광장’으로 변화해야 한다. 테이트 갤러리의 관장을 지낸 니콜라스 세로타(Sir Nicholas Serota)는 “21세기에 뮤지엄이 번창하고자 한다면 사회에서 피정의 장소가 되어서는 안된다. 뮤지엄은 사유나 위안을 위한 장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극을 유발하고 관심을 끌어야 한다.”고 말했다(Mason et al., 2018). 세로타의 언급은 미래의 뮤지엄의 역할을 정확하게 지적한 것이다. 뮤지엄이 사람과 사회로 관심을 돌리지 않는다면 그 뮤지엄은 미래가 없다. 메이슨 외(Mason et al., 2018)는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뮤지엄이 단지 소수에게만 제공된다는 인식을 허물고, 현 상태를 바꾸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뮤지엄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바로 ‘모든 사람’이다.”라고 서술했다. 본 연구자 또한 이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