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논문

디지털 신기술과 노동의 차별 및 감시, 부품화*

김영선 1 , **
Young-Sun Kim 1 ,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김영선_고려대학교 한국사회연구소 연구교수
1Institute of Social Research, Korea University
**Corresponding Author : culmin@hanmail.net

© Copyright 2020 Social Integration Research Center, Kangwon National University.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May 23, 2020; Revised: Jun 13, 2020; Accepted: Jun 17, 2020

Published Online: Jun 30, 2020

국문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5G 등 디지털 신기술이 노동과정에 도입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위험성에 대해 분석하고 기술의 자본주의적 사용이 야기하는 위험들에 대한 대안으로 기술의 공공적 사용을 제시한다. 분석 결과는 첫째, AI 면접 사례에서 보듯이 알고리즘의 자동화된 의사결정은 객관성, 공정성, 투명성을 앞세우지만, 인종, 젠더, 학력 등의 사회적 차별을 심화하고 확증편향을 강화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둘째, 업무 편의성을 제고하는 신기술 장치로 업무용 앱이 노동과정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지만, 노동자의 품행 하나하나를 데이터로 가시화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데이터감시로 활용되기도 한다. 셋째,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활용한 새로운 스케쥴링 프로그램은 노동자의 시간권리를 파편화하고, 알고리즘에 예속된 상태로 부품화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되는 디지털 신기술은 노동을 극도로 유연화하고 있는데, 이를 넘어서기 위한 대안으로 기술 설계에의 민주적 개입을 강조한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analyze about new risks that new digital technologies such as big data and artificial intelligence, the Internet of Things can happen with the introduction of the labor process. Furthermore, this study suggests the public use of technology as an alternative to the new risks posed by capitalist use of technologies. The results of the analysis are as follows: First, as shown in the AI interview case, the automated decision making of the algorithm prioritizes objectivity, fairness, and transparency, but cannot be freed from criticisms that deepen social discrimination such as race, gender, and education, and strengthen confirmatory bias. Second, as a new technology device that improves work convenience, mobile devices are rapidly being introduced into the labor process, but they are also used as a new type of data monitoring that can visualize each worker’s behavior as data. Third, the new scheduling program using the big data algorithm can discover the tendency to fragment workers’ rest and part into the state bound by the algorithm. Lastly, new digital technologies used in capitalism are making the work extremely flexible, emphasizing democratic intervention in technology design as an alternative.

Keywords: AI 면접; 업무용 앱; 스케쥴링프로그램; 알고리즘 차별; 데이터감시; 플랫폼 노동; 기술 민주화
Keywords: AI Interview; Mobile Device Management; Scheduling Program; Algorithm Discrimination; Datasurveillance; Platform Labor; Democratizing Technology

Ⅰ. 들어가며: 디지털 신기술과 새로운 노동

신기술의 힘이 이렇게 크게 다가올 때도 없지 않을까 싶다. 인공지능을 비롯해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증강현실, 생체인식, 5G 등의 요소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고, 하루가 멀다하고 소개되는 알파고, 왓슨, 아마존고, 웨이모, 슈팅스타, 페퍼, 로스, 스피트 팩토리, 로보어드바이저, 소피아, 톈왕,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원격진료 등의 기술적 형상들은 새로운 상상과 현실을 우리 앞에 구체화하고 있다.

디지털 신기술이 펼쳐 보이는 미래 전망은 새로운 변화들이 ‘모두에게 보편적인 이익’이라고 설파한다. 기술 진보의 결과로 ‘가처분시간의 확보’, ‘고된 노동으로부터의 해방’, ‘더 안전한 환경’, ‘더 인간적인 노동 세계’가 조만간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점도 자주 강조되는 바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신조어가 대표적이다. 시간의 절감, 비용 제로, 업무 효율, 생산 과정의 최적화, 소비자 편의, 초연결 등의 기능적 유용성을 담아낸 장밋빛 언어들이 신기술 도입의 정당성을 더욱 빠르게 확보해 나가고 있다. 신기술이 펼쳐 보일 ‘스마트화’는 아래 인용과 같이 일하는 방식은 물론 일상생활, 사회체계, 심지어 심성의 구조까지 모든 것을 스마트하게 재편하는 듯 보인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급부상한 ‘언택트’ 기술은 위기 돌파의 한 방법으로 또한 ‘안전한’ 미래를 담보하는 수단으로 하이라이트되고 있다.

수작업으로 하루 4천 벌의 패턴을 짜려면 2천 명이 필요하지만, 쿠트(의 스마트 팩토리)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2~3초에 한 개씩 패턴을 찍어낸다. 이미 수집된 유형 이외의 신체 치수 정보가 들어오면 빅데이터 자료에 축적된다. … 천 조각은 한데 묶여 빅데이터 카드를 붙인 상태에서 자동으로 공장 곳곳 생산라인을 돈다. 카드에는 고객 신체 치수, 세부 디자인, 선호 스타일, 정장에 새길 자수 모양 등 모든 정보가 들어 있다. 각 생산 담당 직원이 자신에게 도착한 빅데이터 카드를 모니터에 갖다 대면 필요한 공정과 고객의 요구사항이 뜨고 이에 맞춰 업무를 처리한다(한겨레, 2017-09-03.).

노동 관점에서 기술과 노동의 관계를 전망해 본다면, 지금의 신기술 시대는 어떻게 그려질까? 사실 기술과 노동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오래된 주제다. 언제나 사회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초기산업자본주의 이후 기술이 노동에 미친 영향에 대한 논의는 단골로 등장하는 뜨거운 감자였다. 그렇지만 증기 기술 시대든, 전기 기술 시대든, 컴퓨터·인터넷 기술 시대든 그 이전 시대까지 기술을 매개로 한 노동의 재편은 ‘작업장’이라는 시간과 공간을 전제했고, 작업장의 ‘집단’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신기술 시대에 기술을 매개로 한 노동의 재편은 작업장 안팎을 가리지 않고 개별 노동자에 실시간으로 관통하는 형태를 띈다.

인공지능으로 표상되는 신기술 시대에 기술과 노동의 관계에 새롭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노동과정에의 신기술 배치가 노동을 극단적으로 유연화하고 있는데, 이는 이전과는 다른 ‘낯선’ 효과를 발휘한다는 데 있다. 노동과정의 방식이나 노동관계의 형식을 바꾸어 놓을 뿐만 아니라, 시간·공간의 감각까지 새롭게 바꿔내고 있기 때문이다.1) 자본은 신기술을 배치해 물류적으로 타당한 최적의 방식을 구사하는데, 이것이 노동의 불안정성과 노동자의 인권침해와 직결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기술의 자본주의적 사용에 주목해 신기술에 따른 노동의 변화를 상술하고, 기술과 노동인권의 양립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기계 그 자체는 노동시간을 단축시키지만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되면 노동시간을 연장시킨다. 기계 그 자체는 노동을 경감시키지만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되면 노동강도를 높인다. 기계 그 자체는 자연력에 대한 인간의 승리이지만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되면 인간을 자연력의 노예로 만든다. 기계 그 자체는 생산자의 부를 증대시키지만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되면 생산자를 빈민으로 만든다(Marx, 1996: 560).

또한 디지털 신기술은 노동 관리·통제의 형태와 성질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는데 주목한다. 오늘날의 감시는 이전 형태의 감시와는 다른 특징을 보이는데, 감시 대상의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데이터화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여기서는 그 침해 양상들을 구체화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는 5G 기술이 혁신이란 이름으로 전면에 내세워지고, 언택트 기술이 안전을 담보하는 방법으로 제시되는 등 노동과정에의 신기술 배치가 두드러지는 한국적 맥락에서 동시에 역설적으로 노동권이 취약한 한국적 현실에서 더욱 고민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디지털 신기술이 노동과정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노동인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기 위해 네 개의 소재, <AI 면접>, <업무용 앱>, <플랫폼 노동>, <스케쥴링 프로그램>을 사례로 살펴본다. 기술의 자본주의적 사용이 사회적 차별의 강화나 새로운 감시의 도래, 극단화된 노동의 유연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구체화한다. 『로지스틱스』의 저자 데보라 코웬의 제언처럼, 이는 효율적인 것, 편리한 것, 합리적인 것, 객관적이고 투명한 것으로 제시되는 신기술에 잠재된 위험성을 드러내기 위한 작업이다. 이러한 작업이 단순히 유토피아적 전망에 대한 반대에 그치는 것도 아니며, 디스토피아적 우려를 들춰내 비관적 시나리오를 덧대려는 것도 아니다. 기술이 본질적으로 착취와 지배에 기여한다고 보는 것도 아니다. 기술 비관론은 기술결정론에 기댄 낙관주의만큼이나 오류일 것이다. 요약하면 본 연구는 기술적인 것의 정치성을 구체화해 투쟁의 궤적 내부에 위치시키고, 기술의 자본주의적 사용을 넘어서 기술의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한 작업이다(Cowen, 2017: 17).

Ⅱ. 노동의 차별 및 감시, 부품화

1. AI 면접과 알고리즘 차별

기술 변화는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여러 수준에서 반향을 일으키기 때문에, 기술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Feenberg, 2018: 22). 형식과 내용 모든 면에서 노동 세계의 판도를 뒤바꿀 전환점(game changer)이라고 이야기되는 인공지능은 신기술인 동시에 그만큼 다른 종류의 관점과 정치, 새로운 책임과 윤리가 요구되는 사회적인 것이다(ETUI, 2018: 1). 다시 말해, 노동의 형식과 개념을 이전과는 다르게 재편하고 있는 주요한 변인으로 기술의 민주적 구성을 위한 사회적 개입과 성찰이 더욱 요청되는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알고리즘의 자동화된 의사결정은 우리의 일과 일상에 여러 경로를 통해 깊숙이 파고들고 있고, 그 속도는 예기치 못할 정도다. 요즘 눈길을 사로잡는 AI 면접도 여러 경로 가운데 한 사례일 것이다. 어느 블로그에는 AI 면접에 대비한 화장법, 표정 관리법, 언어 표현법 등이 유용한 지침 형식으로 소개되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서는 AI 면접을 소재로 노동시장의 진입 관문인 면접 과정의 풍경 변화와 그 과정에서 발생가능한 위험들을 탐색한다.

『대량살상수학무기』의 저자인 수학자이자 데이터과학자 캐시 오닐은 미국에서 신용평가로 활용되는 e점수를 일례로 들면서 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 모형이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을 코드화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일갈한다. 신용카드 발급 등에서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는 신용평가점수는 주로 재무 정보를 취합해 만드는데, 문제는 재무 정보 외에 비재무 정보인 인종, 학력, 출신지, 심지어는 범죄기록, 언어 사용 능력 등 온갖 데이터를 수집해 신용도를 예측한다는 점이다(O'Neil, 2017: 262-264).

e점수를 활용해 단기소액대출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회사 제스트 파이낸스社는 대출 신청자 1인당 최대 1만 개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위험도를 측정한다. 온라인으로 대출신청서를 작성할 때 맞춤법에 맞게 쓰는지, 구두점은 제대로 찍는지, 신청서를 읽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이용약관을 꼼꼼히 확인하는지 등도 체크된다. 이는 ‘규칙을 준수하는 사람’이 신용도가 높다는 판단에 기초한 것인데, 이 때문에 이민자들이나 교육 수준이 낮은 저소득층은 높은 이율의 대출을 받아야 됐다. 캐시 오닐은 이런 과정이 인종이나 가난에 대한 차별임에도 알고리즘에 교묘하게 숨겨져서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고 비판한다.

e점수는 대출이나 보험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구하고, 아파트를 빌리거나 심지어 데이트 · 결혼 상대를 소개해주는 업체에까지 평가 잣대로 확장되고 있고, 이는 곧 사회 곳곳에서 빅데이터 알고리즘의 차별적 판단이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음을 의미한다. 공정성, 투명성, 중립성, 비용 절감의 논리를 앞세운 AI 면접 또한 지원자의 언어, 목소리, 표정, 행동 나아가 심장박동, 맥박, 뇌파 등의 생체정보 추출을 정당화하고 있고, 차별적 판단의 위험성을 가리고 있는 모양새라고 볼 수 있다.

AI 면접 관련한 인공지능 기술로 활용되는 감정분석프로그램은 이미 콜센터 상담원을 대상으로 활용됐던 것이다. 콜센터 상담원의 상담내역을 인식해 데이터화하는 감정분석프로그램(AI 기반 음성 인식 기술과 텍스트 분석 기술)은 수 만개의 상담 데이터를 언어, 목소리 크기, 톤, 속도, 맥락까지 분석해 표준화된 매뉴얼을 만들어 상담의 품질을 제고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표준화된 매뉴얼은 인공지능이 설정한 최적의 상담 패턴을 말한다.

감정인식프로그램은 상담원의 상담 패턴뿐만 아니라, 고객의 목소리만으로도 고객의 감정과 의도를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새로운 고객관리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다고 이야기된다. 일례로 피스트社의 코기토(Cogito) 프로그램2)은 상담이 진행되는 대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대화 중 나타나는 고객의 심리 상태와 상담원의 대화 패턴을 이용해, 목소리 톤이 격앙되거나 대화의 흐름이 달라질 경우 말하는 도중 대화를 끊고 ‘대화가 격앙되어 있습니다’라고 알려주어 상담이 원활하도록 중재하기도 한다(Knight, 2017).

AI 면접 프로그램은 음성뿐만 아니라, 얼굴 표정 또는 뇌파까지 파악해 지원자의 면접 내용을 최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분석 방법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런 ‘기계 문지기’들의 평가 방식은 취업 정보를 구할 때든, 면접을 볼 때든 다양한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국내 채용시장에서도 AI 면접이 유행이다. 기업들은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더러3) 객관적이고 투명하고 공정한 방법이라며 AI 면접을 도입하고 있다. 평가의 공정성·중립성 논리와 비용 절감 논리가 앞세워진다. 인공지능 면접에는 지원자의 언어, 목소리, 표정, 행동 나아가 심장박동, 맥박, 뇌파 등의 생체데이터까지 활용된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마이다스아이티社가 내놓은 ‘인 에어’를 사례로 면접 과정을 훑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을 착용하고 면접 프로그램이 깔린 PC에 이름과 수험번호를 입력한 뒤 얼굴‧목소리 인식 과정을 거치고 나면 면접 시작이다. 면접은 AI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인데, 자기소개와 자신의 장단점에 대한 질문부터 상황 대처 능력을 파악하기 위한 돌발 질문이나 직무 역량을 평가하는 질문, 이미지 선택이나 온라인 게임 등의 인지 게임 등까지 질문의 내용은 다양하다. 회사의 설명에 따르면, AI 면접에서 활용되는 질문 개수는 54,720개. 직군별 맞춤형 질문을 추가할 경우, 경우의 수가 43만개까지 늘어난다. 신기한 건 면접 동안 인공지능은 지원자의 얼굴에 수 십 개의 포인트를 정해 ① 시각 분석(얼굴 표정이나 안면 근육의 움직임을 스캔 분석), ② 음성 분석(음성의 밀리세컨드까지 추출해 음의 크기, 음색, 높낮음, 떨림, 휴지, 속도, 호흡 등을 분석), ③ 언어 분석(음성인식기술을 활용해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 자주 사용하는 어휘, 표현력, 긍정·부정의 어휘 빈도 등을 분석), ④ 생체 분석(심장박동, 맥박, 얼굴색의 변화, 심지어 뇌파까지 감지)이 감지한다. 결과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지원자의 집중력, 기억력, 성향(긍정적·부정적, 전략적인지 적극적인지 등), 어휘 특징 등이 수치화·시각화된다(조선일보, 2018. 5. 14.).

어떻게 평가하든 인공지능은 노동 세계의 판도를 뒤바꿀 게임 체인저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물론 면접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겠다는 기업이 다수를 차지하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기술적인 것에 대한 믿음과 신화가 하이라이트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적 지점들은 논의 테이블에서조차 다뤄지지 않고 있다.

사실 인공지능 면접이 도입 초기인 만큼 프라이버시 침해, 인종적, 성적, 계급적 차별 등의 노동인권 침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채용 과정의 보조 수준에 그치고는 있어도 인공지능 면접관이 늘어날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AI 면접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기업들은 이것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더러, 공평한 기회 제공,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한 방법이라며 설파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원자의 음성뿐 아니라, 표정 또는 뇌파까지 파악해 면접 내용을 최적으로 판단한다는 이런 기계 문지기들의 평가가 프라이버시 침해나 제 차별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이 문제들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함께 하지 않는다면, 도구적 측면만을 강조하는 기술 신화는 차별 위험들을 은폐하고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캐시 오닐은 이러한 빅데이터 알고리즘 문제를 전면에 제기한다. 기업들은 객관성, 공정성, 투명성을 내세워 AI 면접을 정당화하고 있는데, 과연 그 알고리즘은 공정한가? 중립적인가? 또는 투명한가? 그의 결론은 알고리즘이 회사의 목표와 이념을 반영하고 있고, 나아가 사회적 편견이 투영된 데이터를 토대로 만들어지기에 불평등을 심화하고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을 강화한다고 일갈한다(O'Neil, 2017: 48). 그는 인간에게서 차별하는 법을 배운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한술 더 떠서 기가 막힐 만큼 효율적으로 동시에 차별적으로 심사한다고 본다4). 알파고처럼 신경망이라 불리는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챗봇 ‘테이(Tay)’가 16시간 만에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차별과 혐오 발언을 무차별적으로 쏜아낸데 있었다. 테이가 쏟아낸 차별과 혐오의 표현들은 창조되자마자 연구실을 뛰쳐나간 8피트 크기의 전해질이 빠진 시체와 같은 피부에 혈관이 그대로 비춰보이고, 전신이 이곳저곳에 꿰메진 흉터들의 모습인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물은 아닌가 싶다.

『기술을 의심한다』의 저자인 캐나다 기술철학자 앤드루 핀버그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술 합리성의 다양한 이름들은 이미 특정한 권력의 헤게모니를 구축하면서 그 위계와 통제 능력을 강화한다고 비판한다. 특히, 기술 코드는 기술 디자인이나 엔지니어링 단계에서 지배 집단의 관점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에, 편향의 문제를 자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Eubanks, 2016: 282-286). 이러한 문제 제기는 사실 새로운 것도 아니다. 『자율적인 테크놀로지와 정치철학』의 저자인 기술철학자 랭던 위너는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뉴욕의 도로, 공원, 다리 등을 건설했던 로버트 모제스가 200여 개의 롱아일랜드 고가도로를 대중교통을 배제한 채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함으로써 인종적 편견과 계급적 편향을 반영해 사회적 불평등을 체계적으로 양산했다고 문제 제기한다. 그의 지적처럼 기술적인 것 그 자체가 사회적인 것, 정치적인 것임을 감안할 때, 설계 과정에서의 민주적 개입이야말로 기술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첫 걸음이자 ‘모두에게 이익’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송성수, 1995: 55-56; Winner, 1995; Feenberg, 2018: 155).

2. 실시간 종추적과 데이터감시

치매환자의 행방불명 사고가 매년 1만 건을 훌쩍 넘는 일본에서는 최근 ‘신원판별 QR스티커’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일종의 최첨단 신원확인 장치다. QR스티커는 손톱에 붙여 활용한다. 1cm 크기의 QR스티커는 네일 스티커와 그 모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 QR코드를 몸에 붙인다고 하니 프라이버시 침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실종 예방과 배회 방지 등의 이유로 부양가족의 반응이 좋아 여러 지자체가 도입을 고려한다고 한다(한국일보, 2017-06-18). 최근 한국에서도 ‘치매 어르신 보호’ 사업의 일환으로 전자 팔찌 형태의 위치추적기 장착을 여러 지자체들이 진행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오산인터넷뉴스, 2020-05-26; 천지일보, 2020-05-13; 위키트리, 2020-03-31; 제주투데이, 2019-08-23.).

신기술 상품들은 미디어나 광고를 도배할 정도로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니 치매노인이나 아이, 반려동물을 포함해 귀중품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준다는 신기술 제품들이 그리 특별해 보이는 뉴스는 아니다. 해외여행을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찍은 사진 기록이 해상 위에 표기된다는 이야기도 이제는 신기한 경험 축에도 못낀다. 각종 배달이 실시간으로 추적된다는 정보는 옛날 얘기가 됐다. 소비 편의뿐만 아니라, 환자 · 아이 · 반려동물 · 귀중품 보호, 건강 관리, 범죄 예방, 재미나 오락, 또는 국민 편익 등의 이데올로기는 프라이버시 침해의 위험이 높음에도 기능적 필요를 앞세워 신기술 상품을 어느새 ‘없으면 안 될’ 그 무엇, ‘더 안전한’ 그 무엇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언택트 기술을 활용한 상품·서비스·산업이 ‘뉴 노멀’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무 효율과 혁신을 강조하는 신기술 장치도 노동과정에 빠른 속도로 도입되고 있다. 업무용 앱이 그 사례다. 업무용 앱의 도입은 기업, 정부 가릴 것 없이 그 바람이 거세다. 대표적인 형태는 엠디엠(mobile device management, MDM)이라 불리는 모바일기기관리시스템이다. 회사 내 IT부서가 직원의 스마트 기기를 원격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는 프라이버시 침해나 보안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 기술을 버무리면서 업무의 매끄러운 흐름·순환·의사소통을 최대화하는 방향의 업무 환경을 재편하고 있다. 프라이버시 침해나 보완 문제도 기술 혁신을 통해 차단할 수 있다고 이야기된다. 사실 업무용 앱의 변화는 프라이버시 침해, 보안 침해 등에 대한 문제 제기의 속도보다 ICT 기술의 속도만큼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모양이다. MDM의 다음 버전으로 MAM이 등장했고 MAM, UEM, EMM, BYOD, BYOT, BYOP 등 업무의 편의성을 제고한다는 신기술의 새로운 이름들은 계속 버전 업 중이다.

업무용 앱이 문제로 부각됐던 사례는 2014년 KT가 업무용 앱 설치를 지시했고, 이에 직원 이모씨가 개인정보 침해 우려를 들어 앱 설치를 거부하면서 촉발된 사건이다. KT는 무선 통신의 품질을 측정하는 안드로이드 기반 앱을 만들고, 설치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 뒤 업무지원단 소속 직원 283명 중 일부에게 개인 스마트폰에 이 앱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앱은 위치 정보는 물론 개인 스마트폰의 카메라, 연락처, 달력 일정, 문자메시지, 계정 정보, 저장소 등 12개 항목에 접근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미디어오늘, 2015-10-17).

업무지원부 경기지원팀에 근무하던 이씨는 앱 설치 대상에 포함되자 개인정보 침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앱 설치를 거부하고, 업무수행을 위한 사업용 단말기를 따로 지급해 주거나, 다른 부서 배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KT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씨가 ‘성실 의무’와 ‘조직 내 질서존중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리고, 정직 기간이 끝나자 이씨를 타 부서로 전보발령 냈다. 이에 이씨는 KT의 업무지시가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앱 설치 거부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가 이 사건 앱의 설치를 거절해 업무수행을 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달리 피고 회사의 업무지시 필요성이 원고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의 불이익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미디어오늘, 2017. 4. 10.; 법률신문, 2017. 4. 10.).

업무용 앱은 많은 기업들에서 활용되고 있는 업무 관리 시스템이다.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업무 편의와 혁신을 앞세워 스마트오피스, 모바일오피스 등 업무 환경을 재편하려 했던 21세기 초반부터 등장했다. 업무용 앱 도입의 바램은 증권사, 보험사 등의 금융권을 비롯해 주요 대기업은 물론 한국정보사회진흥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 에너지관리공단, 도시철도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관광공사 등 공공기관까지 거셌다. 최근 업무용 앱은 삼성그룹 제조계열사는 물론이고, LG그룹, SK그룹, 포스코 등 대기업 다수에서 광범위하게 활용 중이다. 이외에도 KB국민카드는 직원들에게 업무용 앱 설치를 요구했고, 피죤의 경우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직원들에게 실시간으로 영업 사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앱 설치를 지시했다. 포스코 역시 광양제철소에 출근하는 하청 노동자들에게 통화내역 열람이 가능한 앱을 설치하라고 요구했다(디지털데일리, 2012-09-25).

배달 앱이나 GPS 트래커가 플랫폼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신기술 장치들이라면, 업무용 앱은 배달 앱의 오피스 버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두 형태 모두 핵심은 노동을 탈공간화하는 동시에 정밀한 위치 추적을 포함해 업무 처리의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데이터화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데이터화 자체가 인공지능 시대에 ‘적합한’ 관리 · 감시 양식이라는 점이다. 업무 처리 과정이 실시간으로 데이터화된다는 사실은 새롭게 구획한 우산(업무용 앱) 아래 주체·객체를 통합 관리하는 것이 수월해졌다는 의미인 동시에 감시통제의 개인화, 일상화, 나아가 지능화와 연결되는 대목이다.

업무 처리는 모바일로 한다. … 기술 지원 요청 콜이 오면 콜을 접수해 기술 지원하러 고객사에 들러 처리하고 완료 후 전자 보고한다(접수 후 24시간 이내 처리가 원칙). …외국계 회사라 본사와의 협의 시 한밤중에도 업무 카톡방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 … 업무시간 외에 이뤄지는 SNS 업무 관련 메시지는 내용상 업무가 맞다. 하지만 업무로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사실상의 모든 소통이 모바일로 처리된다. … 회사 전용 아이폰용 앱으로 ‘데일리리포팅’이란 전자보고서를 회사에 낸다. 일종의 근무일지 형식이다(토요타의 주별 개선 보고서 같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전자보고(콜 보고, 정산 등)가 ‘필요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업무시간 ‘외’ 올리라는 팀장이나 회사의 암묵적인 지시가 있기는 있다.

앱을 통해 개인별 실적, 팀별 실적이 다 뜬다. 1등부터 줄세우기가 가능하다. … 정규직이라 해도 고정급은 20% 정도이고, 나머지 80%는 매출 실적에 따른다(김영선, 2016: 173).

이전의 감시는 작업장이라는 공간을 전제하고 집단적으로 관찰한 후 사후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판옵티콘(panopticon)은 말 그대로 눈으로 특정한 공간 전체를 관찰하는 장치를 말한다. 이에 비해 업무용 앱은 특정한 공간 안팎을 가릴 것 없이 개별 노동자에 직접 관통하는 방식으로 실시간 종추적(tracking and tracing)이 가능하다. 작업장에 CCTV를 설치하고 녹화해 사건 발생의 a, b, c, d를 사후적으로 판단, 평가하는 것에 비해, 앱으로 추출된 데이터는 개별 노동자의 이동 동선, 결재-성과 보고 등 업무의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맵핑(지도화)할 수 있다. 일일이 관찰하지 않고도 작업장 안팎에서 노동자의 행동 하나하나까지 데이터화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노동자의 품행 하나하나를 데이터로 가시화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판옵티콘, 일종의 데이터감시(dataveillance)다5).

프랑스의 기술철학자 베르나르 스티글러는 이를 알고리즘 통치성이라고 말하기도 한다.6) 핵심은 데이터화가 기존 시공간 중심의 훈육을 대체하고 노동자의 행동 하나 하나를 재정의할 수 있는 기술적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그는 노동자로서뿐만 아니라, 소비자로서의 현대인은 삶과 행동 방식까지 알고리즘 데이터에 의해 박탈 당한 새로운 프롤레타리아가 되었다고 본다. 특히 ‘실시간’에 의해 현재성이 강조되다보니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축이 붕괴되고, 공간적 거리감마저도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는 시공간의 방향감각을 상실(cardinal and calendric disorientation)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이재현, 2016: 157).

위치 기반 시스템으로 이동 속도와 소요 시간이 자동 데이터화된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다. 옮겨야 할 물량과 시간, 장소, 이동 경로와 휴식시간, 담당자의 프로필까지 업무 처리의 전 과정이 분초 단위로 데이터화된다. 업무 처리 과정이 24시간 ‘실시간 체크’된다는 점은 노동자들이 더 높은 시간 압박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에 노출된다는 의미다. 또한 신기술과 경쟁력 이데올로기가 결합하면서 노동자들은 보다 효율적이고 경쟁력있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유능함을 갖춘 인재가 될 것을 더욱 요구받는다. 새로운 형태의 부담이자 스트레스다. 쉴 권리, 연결되지 않을 권리 등을 포함한 노동자의 시간권리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고민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초기 산업자본주의 시기 『매뉴팩처의 철학』의 저자 앤드류 유어는 노동자의 ‘게으른 습관’, ‘방탕함’, ‘무규율’ 등을 골칫거리로 여기고, 이를 제거하는 혁신적인 방법의 하나로 자동 뮬기(self-acting mule)를 꼽았다. 기존 장인적 노동에 기댈 필요 없이 기계를 통해 생산성을 담보할 수 있었기에 자동 뮬기를 철인이라 일컫기도 했다. 지금 디지털 신기술의 시대야말로 노동자의 무규율을 완벽히 제거하려 했던 유어의 꿈이 완성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배달 앱 광고, 무인매장 광고, AI 면접 광고, 드론 광고 등 신기술을 홍보하는 광고를 보면 많은 곳에서 유어의 꿈을 엿볼 수 있다. 단순히 비용 절감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골칫거리로 여겨왔던 것을 제거할 수 있는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다.

3. 건수 중심적 노동으로서의 플랫폼 노동

승강장을 뜻하는 플랫폼은 주체인 승객과 객체인 기차가 보다 쉽게 연결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신기술 시대의 플랫폼은 주체와 객체, 주체와 주체, 객체와 객체가 보다 쉽고 빠르게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네트워크 장치를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배달 앱이 대표적인 ICT 플랫폼이다.7) 이러한 새로운 네트워크 결절점을 통해 사람과 사물,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 간 연결의 범위와 속도는 질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플랫폼을 기능적으로 보면 탈매개화 · 탈중개화를 통한 네트워크 효과로 압축할 수 있다. 주체와 객체가 생산과 소비, 송신과 수신, 콜과 콜 캐치 과정에서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동시에 시간과 공간의 구애도 받지 않고 실시간 상호 연결이 가능해졌다. 거래 비용이 현격히 낮춰진 것은 물론 그야말로 초연결이 가능해진다.

마샬 맥루한의 표현대로 철도가 초기 산업화 시기 주체·객체의 이동성·연결성을 뒤바꿔버린 새로운 시대의 기술(defining technology)인 것처럼, ICT 플랫폼은 지금 시대를 규정하는 기술이라고 언급할 수 있다. 다음 문장의 주어를 ICT 플랫폼으로 바꿔도 그리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기차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도시와 새로운 종류의 여가를 만들어냄으로써, 그것이 등장하기 전까지 존재해왔던 인간 활동의 규모를 확대하고 속도를 가속화했다.”

플랫폼 노동은 이러한 ICT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는 일감들(gigs)을 말한다. 그 일거리들은 긱 워크, 크라우드 워크, 우버 워크, 온 디맨드 워크, 앱노동, 디지털 노동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렇게 신기술을 매개로 새롭게 등장한 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플랫폼 노동으로 이름지을 수 있다. 플랫폼 노동은 크게 지역 기반(local-based)의 호출 노동과 웹 기반(web-based)의 크라우드 워크로 분류되기도 한다(ILO, 2018; Eurofound, 2019). 어떻게 이름짓든, 어떻게 분류하든 핵심은 오로지 건별로 파편화된 노동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플랫폼 자본주의』의 저자 닉 서르닉은 플랫폼 노동에서 일관적으로 발견되는 공통적인 문제의 하나로 ‘노동의 격하’를 지적한다.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사용자 책임 회피’와 ‘불안정성의 증가’로 요약할 수 있다. 플랫폼 노동이 ‘크라우드 양털깎기’(crowd fleecing)에 불과하다고 표현되는 이유이기도 한다. 물론 플랫폼 노동과 관련한 소득, 근로자성, 독립성 ‧ 자율성, 교섭력, 사회보장법을 둘러싼 논쟁들은 여전히 첨예하다(Schor and Attwood-Charles, 2017).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플랫폼 노동자는 더 이상 시간에 기초해 임금을 지급받는 게 아니다. 오로지 건별 · 콜별 · 케이스별 일거리를 수행한 대가로 수수료를 받을 뿐이다. 플랫폼 노동은 준비시간, 대기 시간, 쉬는 시간이 ‘모조리’ 제거된 형태의 일감들에 불과하다. 전산업 시대의 노동이 과업 지향적인(task-oriented) 것에 비해 산업 시대의 노동을 시간 지향적(time-oriented)이라고 규정한 톰슨의 논의를 참조한다면, 인공지능 시대의 노동은 건수 지향적(call-oriented)이라고 특징지을 수 있다(Thompson, 1967: 56-97).

또한 노동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플랫폼 노동자의 사적인 문제가 되어버린다. 위험은 개인화된 형태로 전가된다. 기업 조직이 전통적으로 제공해왔던 보호와 보장의 책임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사실상 ‘책임을 회피한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업무에 필요한 장비는 물론 보험료와 콜 프로그램 사용료, 수수료를 포함한 노동과정 상의 위험에 대처하는 비용 모두를 플랫폼 노동자가 부담한다. 플랫폼 노동 형식으로 일하는 퀵, 택배, 대리, 배달은 사고율이 높아 민간 보험에서도 꺼려하고 그 비용도 높다고 한다. 그만큼 위험성이 높음에도 그 위험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방기된 채, 플랫폼 노동자가 비용과 위험을 온전히 감수해야 하는 형국이다.

미국 메사추세츠대의 노동경제학자 제럴드 프리드만은 플랫폼 노동이 급부상하는 이유는 인건비, 복지비, 각종 부대비용을 절감하려는 자본의 유연화 전략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일갈한다(Friedman, 2014: 171-188). 기업이 보호보장에 들였던 비용을 사회로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또한 플랫폼을 자본축적의 새로운 장치로 규정하고, 그 핵심은 데이터의 추출, 분석, 이용, 판매, 독점에 있다고 본 닉 서르닉은 자본축적을 위한 새로운 장치로서 플랫폼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형태의 노동인 플랫폼 노동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한다.

플랫폼 노동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 이전의 노동과는 결절적인 특징을 보인다. 기존의 노동시간, 노동과정, 노동-자본 관계, 노동의 권리, 노동자 정체성 등을 커다랗게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법이나 사회보장법의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극단적인 노동의 불안정성과 노동과정 상의 위험을 그대로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다보스발 4차 산업혁명류의 설명은 플랫폼 노동자가 일하는 시간을 얼마나, 또 어떻게 쪼개든지 스스로 통제할 수 있고, 특정한 시공간에 구속되지 않고 원하는 스케줄대로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율적’, ‘독립적’이라고 설파한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신조어처럼 핑크빛 미래를 그리는 언어들로 채색하기도 한다. 배민커넥트의 광고 “내가 원할 때 달리고 싶은 만큼만 함께 해요”는 이러한 언어들의 최신 버전일 것이다. 기술에 대한 유토피아적 전망은 이렇게 ‘신기술이 고된 노동을 줄여주고, 우리의 일과 삶을 더 자유롭게 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그 정당성을 확보해 나간다.

그러나 현실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은 콜 캐치에 대한 자유도가 높을지는 몰라도 일거리가 어떻게 할당되는지, 노동과정의 어디까지가 모니터·기록·평가되는지, 수집된 데이터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다. 또한 플랫폼 노동자는 업무 처리에 대한 관리·평가를 받아 등급이 매겨지고, 등급에 따라 콜을 다르게 배정받기도 하는데, 정작 등급이 왜 그렇게 산정되는지, 어떠한 과정을 거쳐 그러한 아웃풋으로 나왔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노동자는 알고리즘 모형에 의해 a, b, c, d로 분류되어도 정작 누구도 그 모형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알고리즘에 투입된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기라도 하면 비즈니스에 중요한 영업기밀이라며, 어깃장을 놓거나 지적재산으로 주장한다. 『블랙박스 사회』의 저자 프랭크 파스콸레는 그 과정들이 ‘도저히 명확히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의해 작동’하기에 ‘블랙박스’ 같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노동자들은 주로 기술 소비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노동과정에서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는 담보하기 어렵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자율성은 코드화된 알고리즘, 데이터의 오남용 등 정보 착취의 위험에 취약하다(O'Neil, 2017: 57; Pasquale, 2016: 10).

4. 극단적인 노동의 유연화와 알고리즘 노예

언어는 비춰볼 수 있고 들여다볼 수도 있는 일종의 렌즈다. 클로징과 오프닝을 합성한 클로프닝(clopening=closing+opening)은 빅데이터 알고리즘 기술이 파고든 서비스업계의 변화된 풍경을 엿볼 수 있는 신조어다. 클로프닝은 종업원이 밤늦게까지 일하다 매장 문을 닫고 퇴근한 뒤 몇 시간 후 다시 새벽에 출근해 매장 문을 열어야 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클로프닝과 관련한 애로사항으로 통근 거리가 꽤 되는 노동자의 경우, 아예 매장에서 자야 하기도 한다. 주요 문제로는 수면 부족이 언급된다. 또한 클로프닝을 담당하는 노동자의 60% 이상이 7시간도 채 되지 않는 휴식시간에 힘들어 한다는 응답은 최적의 인력을 산출하는 알고리즘이 노동의 고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가늠케 한다. ‘11시간 미만의 휴식시간’이라고 응답한 노동자가 90%에 육박하는 등 최소의 휴식권(유럽연합 지침은 최소 11시간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8) 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들이 보고된다(The Center for Popular Democracy, 2015: 11).8) 아래 인용은 온콜스케쥴링 프로그램으로 잘게 쪼개지는 스타벅스 노동자들의 휴식권을 조명한 기사 제목이다.

  • 교대제 간 휴식시간, 7시간도 채 안 되는 경우가 60% 이상

  • 크로노스 시프트 스케쥴링 프로그램, 스타벅스 노동자를 갈아 넣다

  • 파트타임의 삶, 시간이 더 쪼그라들다

  • 더욱 뒤섞이는 바리스타 노동자들의 시간

빅데이터 알고리즘 기술이 노동자들의 파편화된 시간과 어떻게 연관된다는 것인가? 신조어 클로프닝은 스타벅스가 인력 산출을 최적화하기 위해 스케줄링 프로그램 크로노스를 활용하면서부터 생겨났다.9) 교대제를 짜는 이전의 방식에서는 물량이나 수요, 피크타임, 고객의 방문 패턴, 인원 수, 각각의 근무일정 정도의 요소들을 고려하는데 그쳤을 것이다. 또한 인사관리 담당자가 요소들을 분석해 예측한 인력을 현장에 투입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적 간격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요소들을 아무리 잘 고려해도 인력의 과소 산출이나 과잉 투입에 따른 서비스 질 하락이나 과다 비용 문제를 피하기는 어려웠다.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활용한 스케줄링 프로그램은 영업 패턴, 날씨, 보행 패턴, 교통량, 트윗 양, 실시간 검색어, 고객 패턴, 고객 평가 등의 여러 요소와 빅데이터를 투입해 교대제 인력을 산출한다. 이를 테면 미세먼지가 심각해 보행량이 줄 것으로 예측되는 날이면 일기 예보를 반영한 인력을 산출해 투입하는 것이다. 실시간 검색이나 트윗 양도 수요 변화를 예측하는 인공지능의 원료로 쓰여진다. 트윗 양을 분석해 연말 프로모션 때 작년보다 고객이 얼마나 증감할지를 예측할 수도 있다. 스포츠 경기 가운데 라이벌전이 열기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자본은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통해 인력을 과소 또는 과잉으로 산출할 리스크를 제로화(“No more understaffing or overstaffing. Just the right staffing”)해 노동비용을 최적화할 수 있는 ‘적합한’ 기술 양식을 확보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최적의’ 인원 투입은 빅데이터 알고리즘에 따른 것이지, 현장 노동자들의 집합적인 이해와 요구를 반영한 것은 아니다. 또한 요소들의 인풋이 왜 그러한 아웃풋으로 나왔는지, 그 알고리즘의 설계를 노동자는 알 수 없다. 알고리즘이 산출한 인력의 ‘적정성’은 노동자에게 인력 부족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한 스타벅스 노동자는 스타벅스가 ‘적정’을 가장한 채 최소한의 교대 인력(skeleton shift)을 사용하기에 언제나 인원 부족에 시달린다고 호소한다. 통보도 일주일 전, 심지어 하루 전, 몇 시간 전인 경우도 다반사다. 호출에 응하지 않을 경우, 패널티가 주어지기 때문에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 업무도 시간 단위로 쪼개서 할당하고, 필요할 때 사용하는 방식으로 노동을 사용한다. 그래서 이 같은 스케쥴링 프로그램 앞에 온콜(on call)이란 표현이 덧붙여 사용되는 이유다(The Center for Popular Democracy, 2015: 11).

우리가 주목해야 할 문제의 지점은 영업 시간 내 느슨한 시간들을 모조리 제거해 불필요한 인력을 줄이고, 필요에 따라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이와 같이 물류적으로 타당한 방식이 노동의 불안정성을 극단적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삶의 불안정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노동자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빅데이터 알고리즘이 통보하는 스케줄에의 종속성도 높아졌다. 『균열 일터』의 저자 데이비드 와일이 말하는 ‘쪼개질 대로 쪼개진 노동’의 현재 버전인 셈이다. 이런 문제에 처한 노동자를 캐시 오닐은 ‘알고리즘의 노예’라고 지적한다(O'Neil, 2017: 208; Weil, 2015: 32).

온콜스케쥴링 프로그램(on call scheduling program)은 스타벅스를 비롯해 맥도날드, 월마트, UPS, DHL 등 서비스, 물류, 유통, 운송 업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10) 캐시 오닐은 시간, 비용, 재고를 절감하기 위한 적기생산방식이 특정 업종에 제한되지 않고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매개로 서비스 업종을 비롯해 여러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JIT 경제(just-in-time)의 확장’이라고 진단한다. 데보라 코웬의 ‘적시 일자리의 세계’란 표현도 유사한 문제 제기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시대 이전까지 증기, 전기, 컴퓨터·인터넷 기술을 매개로 한 자본의 시간 기획은 작업장 내에서 식사시간이나 휴식시간을 포함한 일명 ‘낭비 시간’들을 쥐어짜 느슨한(sparse) 시간을 더욱 조밀한(dense) 시간으로 재편하는 방식을 취했다. 다시 말해 노동시간 내의 빈틈 제거였다. 마르크스는 작업장 내의 느슨한 시간들을 생산과정에 편입시키는 방식에 대해 ‘분 뜯어내기’, ‘분 도둑’, ‘식사시간 깎아먹기’ 같이 현장 노동자들의 언어를 빌어와 비판했다. 작업장 내 여유 시간, 느슨한 시간 등의 빈틈을 제거하기 위해 장착했던 관리 기술들, 이를 상징적으로 이미지화한 <모던타임즈>의 자동급식기가 산업시대의 ‘낭비 제거’ 방식이라면, 크로노스 등의 온콜스케쥴링 프로그램은 낭비·비효율이라고 여겨지는 모든 것들을 완전히 제거해 오로지 필요에 따라 실시간으로 노동력을 편취하는 방식인 것이다.

제도 조치를 통한 유연화가 20세기의 방식이라면 21세기의 유연화 화법은 빅데이터 알고리즘 같은 신기술의 배치를 통해 그 목적을 달성해 나가는 모양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술이 비용·편익을 계산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비용·편익의 계산에 머무르지 않는다. 심지어 자본이 골칫거리로 여겨왔던 것들을 제거·통제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 수단으로 동원되기도 한다.

Ⅲ. 나가며: 기술과 노동권리의 양립 조건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되는 신기술들은 노동을 극도로 유연화하고 있다. 그 가운데 노동의 권리는 더욱 무력화되고 있다. 삶의 리듬은 더욱 불안정해진다. 노동을 유연화하는 방향의 기술 설계는 지극히 정치적인 것이다. 그 알고리즘의 설계는 단순히 효율성의 논리만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다. 기술 선택은 사회문화적 지평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극단적인 유연화로 치닫는 기술의 효과들은 현실 세계의 노동권리가 취약함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신기술이 노동과정에 도입되어 나타나는 양상은 사실상 노동권리와 양립하는 방향의 기술 선택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어떤 기술이 선택되는지는 이해관계에 따라 당시의 기술들에서 가능한 여러 배열들 가운데서 결정된다. 기술이 놓여 있는 지평을 정의하는 정치적, 문화적 투쟁에 의해 설정된 사회적 코드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Feenberg, 2018: 166).

신기술은 노동의 권리와 양립할 수 없는가? 유럽노동조합연구원(ETUI)이 내놓은 신기술에 대한 대응은 참조할 만하다. 유럽노동조합연구원은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11) 인공지능에 대한 문해력(AI literacy)을 높이는 일에서부터 데이터의 오남용 방지, 알고리즘의 코드 공개 운동(투명성 제고),12) 데이터감시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 방지, 알고리즘 차별 차단하기, 신기술의 배치에 따른 노동권의 침해를 구체화하기 등의 대안을 언급하고 있다.

사실 인공지능의 블랙박스 안을 모두 들여다보기는 어렵다. 불가능한 문제설정이기도 하다. 더 중요한 것은 보다 신뢰할 만한 알고리즘 설계를 위한 노동자·시민의 참여와 개입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일종의 상황적 지식에 기반한 기술에 대한 민주적 개입이다. 빅데이터 알고리즘의 자동화된 의사결정이 우리의 노동과 삶에 깊숙이 파고드는 지금의 맥락에서,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부터 자동화된 결정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까지 그 설계 과정 전반을 노동자·시민의 연대가 명확하게 이해하고 참여하는 것이 기술적인 것의 정치성을 투쟁의 궤적 내부로 위치시킬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기술과 노동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현재의 노동, 노동자, 노동권리가 어떻게 취급되고 있는지를 통해서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기술이 우리 삶과 미래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가 커지고는 있지만, 기술 그 자체가 미래에 대한 전망을 풀 수 있는 열쇠가 아니다. 기술은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다른 변수들의 하나에 불과하다. 다양한 하위영역(상황)에서 기술에 대한 책임과 윤리를 더욱 요구하고, 기술 설계에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현재보다 건강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첫걸음일 것이다.

Notes

* 이 논문 또는 저서는 2018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8S1A5B6075594).

1) 신기술이 노동과정에 배치되면서 빚어지는 새로운 위험들을 일별하면, ① 카톡감옥으로 상징되는 업무의 일상 ‘침투’를 비롯해 ② 노동자성을 지워버리는 새로운 방식(‘탈노동자화’), ③ 법제도를 무력화하는 사용자의 책임 회피, ④ 전반적인 노동조건의 ‘격하’와 노동권리의 ‘침해’, ⑤ 노동과정 상에 발생하는 각종 위험들을 개별 노동자가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위험의 ‘전가’, ‘개인화’ 문제) 등을 언급할 수 있다(김영선, 2017).

2) 인공지능 기반 음성인식 서비스로 알려진 애플 시리, 구글 나우, MS 코타나, 바이두 딥스피치2, 아마존 알렉사 등은 대화형 개인비서, 스피커형 홈 허브, 커넥티드카, 동시통역, 로봇 등 여러 새로운 산업에 확대 적용되고 있다. 콜센터 부문의 음성 및 감정 인식 솔루션 또한 코기토를 비롯해 보이스크림, 셀비 어드레스, 씽크투텍스트, 마인즈랩, 미디어젠 등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보안뉴스, 2017. 1. 3.).

3) 인공지능이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초다. 1만 명의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는 데 8시간이면 가능하다. 같은 일은 인사 담당자 10명이 하루 8시간씩 작업한다해도 7일이 걸린다(중앙일보, 2018. 3. 11.).

4) 『자동화된 불평등』의 저자 버지니아 유뱅크스는 인디애나 주의 복지수급자격판정시스템, 로스앤젤레스의 노숙인전자등록통합시스템, 앨러게니의 학대위험예측알고리즘을 분석하고, 이러한 디지털 인공지능 분류 시스템이 인간의 가치와 자격에 관한 인종차별적이고 계급차별적인 위계를 재생산한다고 밝힌다(Eubanks, 2018).

5) 중국의 ‘텐망(天網)’은 데이터감시의 국가 버전일 것이다.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설치된 수천수만의 인공지능 CCTV가 보행자의 신상을 실시간 데이터로 전환해 한 눈에 포착한다.

6) 통치성은 ‘품행의 통솔’로 ‘개인들이 무언가를 하게 유도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말한다(Pasquale, 2016: 40; Stiegler and Kyrou, 2015: 85).

7) 닉 서르닉은 플랫폼의 유형을 광고 플랫폼(구글, 페이스북), 클라우드 플랫폼(아마존 웹 서비스, 세일즈포스), 산업 플랫폼(GE, 지멘스), 상품 플랫폼(스포티파이), 린 플랫폼(우버, 에어비앤비)으로 구분한다(Srnicek, 2016: 35, 49, 90).

8) 참고로 UCLALabor Center에 따르면, 판매노동자의 44% 정도가 클로프닝을 경험했고, 그 가운데 61%는 10시간 미만의 휴식시간도 갖지 못했다. 자세한 내용은 UCLALabor Center, Hour Crisis(2018: 37)를 참조한다.

9) Kronos 같은 관련 프로그램들로 Dayforce, ADP workforce, Xero, Gusto, Zenefits, Epicor, Namely, PeopleSoft, AccountEdge, Justworks 등이 언급된다. 이 모두가 크로노스와 같이 보행 패턴, 교통량, 트윗 양 등의 거대 데이터를 활용해 교대제를 짜는 것은 아니지만, 핵심은 과소·과잉의 인력을 최소화하는 혁신 수단이라고 광고된다는데 있다.

10) 쿠팡은 물류 혁신을 제고하기 위해 데이터 기반 노선 분류 시스템인 ‘쿠파고(cupago)’를 일찍부터 도입했다. 쿠팡맨은 ‘컴퓨터가 다 짜주는’ 노선으로 배송을 나가야 한다. 그런데 노선이 매일 매일 바뀌다시피하고 노선 통보도 몇 시간 전에 이뤄지는 경우도 많아 쿠팡맨은 사고 위험에 더욱 노출될 수밖에 없다. 노선이 하루하루 다 다르고 랜덤으로 투입되다 보니 한 쿠팡맨은 “경비원들이 (했던 말을 또 해야 하니까, 쿠팡맨을) 진짜 싫어해요”라고 털어 놓는다. 배달의민족 또한 인공지능 추천배차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날씨와 수요에 따라 필요 인력을 산출하고 단가를 산정한다. 배달원의 동선을 고려해 라이더를 자동 배정하고 동선까지 추천한다.

11) 인공지능의 위험성으로 ①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 같은 악성 멀웨어 공격 등의 사이버범죄부터 ② 잘못 프로그램된 알고리즘이 야기할 수 있는 에러나 ③ 초단기단에 벌어진 재앙 수준의 순간 폭락(flash crash) 그리고 ④ 자율과 통제의 모호한 경계에서 발생하는 책임 소재의 문제들을 비롯해 ⑤ 노동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⑥ 알고리즘 차별, ⑦ 노동권리의 무력화 등을 지적한다. 자세한 내용은 ETUI(2018: 10)을 참조한다.

12) 투명성 논리의 한계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마이크 애나니와 케이트 크로포드는 투명성 논리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동시에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전략적 대안을 내놓는다. 자세한 내용은 Mike Ananny and Kate Crawford(2016: 973-989)를 참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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